2층 천장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는 서울 청담동 까르띠에 메종 청담 1층(위). VIP 고객의 요청에 따라 프라이빗 살롱으로 변신하는 메종 청담 3층.
메종 청담은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있다. 여느 브랜드 매장과는 조금 다르다. 명품거리의 다른 브랜드들이 여성복, 남성복, 가방, 구두, 주얼리, 시계, 액세서리 같은 다양한 제품으로 건물 전체를 채운 데 반해 메종 청담은 800㎥ 넘는 넓은 공간(지하 1층 포함 4개 층)에 ‘하이 주얼리 & 파인 워치메이킹’만 특화한 플래그십이기 때문이다.
메종 청담은 2008년 9월 문을 열었다. 아시아에선 까르띠에 브랜드로 최초였다. 2016년 6월 새 단장을 한 메종 청담은 프랑스 파리 뤼드라뻬(rue de la paix) 13번지에 있는 전설적인 까르띠에 맨션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했다.
까르띠에의 심장
1899년 오픈한 프랑스 파리뤼드라뻬 13번지의 까르띠에 부티크(현재는 맨션). [Cartier Archives © Cartier]
뤼드라뻬 13번지 부티크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까르띠에의 심장이자 뿌리다. 당연히 다른 부티크와는 차별화된 공간이다. 건물 자체는 왕정복고 시대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갖춰 외관이 웅장하고 위엄이 있다. 하지만 까르띠에 부티크에 들어서면 내부의 고급스러움에 압도되면서도 아늑함을 느낀다고들 한다. 인테리어가 대부분 오크(떡갈나무 재질)와 대리석으로 돼 있는 가운데, 1층과 2층 매장의 쇼룸에 극소수의 까르띠에 보석이 높고 길며 슬림한 전시 케이스 안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들은 쇼룸 응접실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까르띠에의 놀라운 보석들을 찬찬히 뜯어볼 수 있다. 2층 메인 룸엔 VIP 고객들을 위한 방도 마련돼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길 원치 않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감상하길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이다.
3층과 4층은 보석을 만드는 아틀리에다. 이 또한 고객에게 개방돼 있어 주얼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 특히 4층엔 ‘콜렉시옹 아르 드 까르띠에’(Collection Art de Cartier·까르띠에의 역사적인 컬렉션) 작품을 정기적으로 전시하는 공간도 있다.
5층과 6층은 전통의 공간으로, 고문서들을 보존하는 기록보관소가 있다. 원목 자재들과 고문서, 아틀리에 장인들이 모두 까르띠에의 전통을 상징한다. 그 전통이 오늘과 만나 숨 쉬는 곳이 뤼드라뻬 13번지인 셈이다.
부티크의 또 다른 특별함은 ‘퍼퓸 살롱’에 있다. 고객을 위한 맞춤형 향수를 스페셜 오더로 제작하는 곳이다. 향수가 만들어지기까지 고객의 유년 시절 기억과 맛, 향기 등 모든 것을 조향사가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단계의 실험을 거쳐 주문자를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수가 탄생된다. 특별 제작된 향수는 금박 띠를 두른 유명 브랜드 바카라(Baccarat)의 수정 병에 담긴다. 그런 다음 뤼드라뻬 13번지 부티크에서 제작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향수임을 증명하는 사인인 ‘13 Rue de la Paix’가 항수 병에 찍힌다.
까르띠에 메종 청담
2016년 오픈한 새로운 메종 청담.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메종(플래그십 부티크), 맨션(파리, 런던, 뉴욕 3곳의 역사적인 부티크) 등 큰 규모의 단독 부티크를 만들 때 까르띠에의 정신과 해당 국가의 개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메종 청담에도 한국의 멋이 곳곳에 스며 있다. 한국 전통 가옥인 한옥의 처마와 문살에서 영감을 얻은 외관, 1층 입구에 자리 잡은 기와지붕 형태의 디딤돌, 한국 전통 문양과 자개, 한지 벽지를 사용해 동양적 감성을 풍기는 VIP 프라이빗 뷰잉 룸, 1층 뒤뜰과 3층 테라스를 둘러싼 한국 고유의 한옥 문살 데코, 그리고 최상급 한국 전통차와 다과를 내는 케이터링 서비스….
한과와 함께 제공되는 전통차는 우리 전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문화단체 아름지기 온지음의 셀렉션으로, 시즌마다 메뉴가 달라진다. 전통차 셀렉션에 한해서만 사용되는 식기들도 메종 청담을 위해 아름지기 온지음이 컨설팅했다. 이는 뤼드라뻬 13번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메종 청담의 품격이다.
메종 청담에서는 까르띠에의 하이엔드 주얼리와 한정판 컬렉션을 독점적으로 볼 수 있다. 특별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갖춘 아틀리에까지 열려 있다.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한 까르띠에 메종 청담 전경.
메종 청담을 방문하면 숙련된 까르띠에 전문가들의 서비스와 함께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제품들을 직접 착용해볼 수 있다. 다양한 무료 퍼스널라이징 서비스도 있다. 일부 모델의 주얼리 제품에 한해선 이름이나 이니셜, 날짜를 제품에 새기는 인그레이빙 서비스를 제공한다. 몇몇 가죽 제품에는 고유한 가치를 더하는 엠보싱으로 이니셜을 새겨주기도 한다.
오늘날의 까르띠에를 있게 한 ‘손목시계’
(왼쪽부터)탱크 루이 까르띠에 시계를 착용한 이브 몽탕, 1960년. 탱크 워치를 착용한 잉그리드 버그먼, 1967년. 탱크 루이 까르띠에 시계를 착용한 재클린 케네디, 1969년. [gettyimages]
창업자의 손자 루이 까르띠에는 ‘손목시계’에서 미래를 봤다. 요즘에는 누구나 시계 하면 손목시계를 떠올리지만 그 무렵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포켓 워치와 샤틀렌 워치(핀에 매단 시계)가 유행하고 있을 때였다. 앞을 내다보는 발상과 신념은 탱크 워치, 베누아 워치, 팬더 워치, 파샤 워치, 발롱 블루 워치, 칼리브 워치 등 까르띠에 역사를 지켜온 수많은 모델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됐다.
1920년 탱크 루이 까르띠에(오른쪽)와2017년 최신 모델. [© Cartier, N. Welsh, Cartier Collection © Cartier]
탱크 워치 디자인의 강점은 갖가지 요란한 장식이 풍미하던 당시 유행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형태에 도전했다는 데 있다. 이 시계는 순수한 선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새로운 트렌드의 유행을 예고했고, 실제로 인도 왕자들은 물론, 영화배우들의 애장품이 됐다. 카트린 드뇌브부터 엘턴 존과 다이애나비에 이르기까지 탱크 워치의 전설을 이어가는 유명인의 리스트는 끝이 없을 정도다.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으니 시간을 초월한 모던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 중추 서울, 그중에서도 메종 청담
한국은 아시아 문화의 중추다.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 K뷰티(K-beauty) 붐까지 이를 입증할 대목은 많다. 최근에는 세계 명품산업의 리더들이 앞다퉈 서울을 방문하고 이벤트를 열고 있다. 24시간 깨어 있는 ‘트렌드 리딩 시티’라는 인식이 전 세계에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한 럭셔리 마케팅 전문가는 “중국시장은 바잉(buying) 파워는 크지만, 아직은 스타일 센스가 한국 소비자에 이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아시아 문화의 중추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수요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매출을 극대화할 집결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더욱이 정보기술(IT) 강국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전시회 등을 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져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도 갖고 있다.
김쎄라 까르띠에 코리아 사장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VIP 고객이 서울을 찾을 때 ‘까르띠에 메종 청담’에 꼭 들러보고 싶을 것”이라며 “까르띠에 메종 청담이야말로 한국적 전통과 세계 최고 메종인 까르띠에의 품격을 함께 즐기면서 서울이 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도시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메종 청담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세계 트렌드 세터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 가운데 하나로 서울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단순히 럭셔리한 주얼리와 시계를 진열한 곳이 아니라, 새로운 한류의 전진 기지로 까르띠에 메종 청담이 다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