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한남동 ‘미트로칼’의 생소시지. 2 씹는 맛이 좋은 훈제소시지. 3 통째로 구워 먹어야 맛있는 생소시지. [사진 제공·미트로칼]
스스로 먹을 것을 선택하는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제각각 선별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이가 꽤 많다. 이런 기준은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해당된다. 작은 규모에서 적은 양을 생산하는 수제식품 생산자가 대부분 그렇다. 그들은 맛과 함께 신념을 판다.
‘소시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밝은 면에는 ‘맛있다’가, 어두운 면에는 ‘과연 건강할까’가 보인다. 소시지의 어두운 면은 방부제를 비롯해 각종 화학 첨가제와 색소, 밀가루 등이 메우고 있다. 이런 불안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채소와 과일을 고르듯 신선한 소시지를 선택하면 된다.
신선하고 건강한 맛의 생소시지
4 소시지와 햄으로 차린 다양한 보드. 5 돼지 뒷다리살로 만든 햄. [사진 제공·미트로칼]
훈제소시지는 열기보다 연기로 은은하고 섬세하게 향을 입히는 콜드 스모킹 방식으로 완성된다. 1000여 년 전부터 소시지 생산지로 이름난 독일 ‘레겐스부르거 방식의 소시지’, 친숙한 이름에 부드러운 맛이 나는 ‘비엔나소시지’, 무항생제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복부어스트’, 손가락처럼 가늘고 긴 모양의 ‘카바노치’가 있다. 특히 카바노치를 추천하고 싶은데, 육포보다 말랑하고 구수하며 짜지 않아 한 개씩 들고 야금야금 뜯어 먹기 좋다. 물론 도톰하게 썰어 여럿이 나눠 먹어도 맛있다.
훈제소시지 중 몇 가지에는 ‘아질산염’이 첨가된다. 아질산염은 소시지의 보존 기간을 길게 하고, 훈연 효과를 높이며, 변색을 막고, 식중독균의 번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저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소금을 듬뿍 넣어 소시지를 보존했으나 요즘은 아질산염이 짠맛은 줄이면서 소금의 역할을 대신한다. 다만 고온에서 오랫동안 가열하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리 과정이 거의 필요 없거나, 유통 기한이 긴 소시지에만 소량 넣는다.
‘미트로칼’에서 사용하는 돼지고기는 전북 정읍 농장에서 NON-GMO(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식재료) 사료를 먹고 자라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다. 쇠고기 역시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것만 사용한다. 소시지 부재료는 국내 농부가 제철에 생산한 건강한 원료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레시피에 활용한다.
파테·모르타델라…다양한 스페셜 메뉴
6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좋은 파테. 7 겨울에만 잠깐 맛볼 수 있는 버섯소시지. 8 돼지 뒷다리살 햄, 모르타델라, 브레드미트, 훈제소시지로 차린 보드. [사진 제공·미트로칼]
한입 크기의 지름으로 작게 만든 부드러운 햄 ‘모르타델라’는 두 가지 맛이 있다. 향신료가 강한 코르도바풍, 부드러운 리옹풍으로 나뉜다. 누구라도 좋아할 담백하고 맛좋은 돼지 뒷다리살 햄, 빵틀에 넣어 구운 말랑하고 보드라운 브레드미트, 삼겹살 대신 등심으로 만들어 씹는 맛이 좋은 캐나다 스타일의 베이컨도 있다. ‘미트로칼’에서 만드는 다양한 소시지와 육가공품을 활용한 요리도 매장에서 맛볼 수 있다. 이곳의 제품들로 자신만의 파티 보드를 만들거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골라 소량씩 맛보고 싶다면 주인에게 문의하자. 취향과 입맛, 자리에 알맞은 고기 테이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윤유경 ‘미트로칼’ 대표
‘미트로칼’에서 소시지를 만드는 윤유경 대표는 비영리단체인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도 일하고 있다. 소시지 만드는 법은 독일 식육 마이스터인 임성철 씨로부터 배웠다. 세계적 식육 육가공 박람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식육박람회(IFFA)에 참가한 윤씨는 한국 식재료를 넣어 만든 소시지 4종류를 출품했고,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그가 만드는 통통한 소시지에는 확고한 음식 철학과 노력은 물론, 여러 농부의 땀까지 꽉 들어차 있다.연말 파티에 어울리는 보드 아이디어가 있다면.
“생소시지 1종류, 그대로 썰어 먹는 뒷다리살 햄이나 브레드미트, 훈제소시지 2종류 정도를 준비한다. 사과, 포도, 멜론 같은 단맛이 좋은 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부드러운 맛의 치즈 1~2종류, 바삭한 빵이나 크래커를 함께 낸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인다면 파테를 꼭 맛보자.”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나.
“서울과 일산 지역이라면 전화로 주문해 당일 퀵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모든 주문은 인원과 가격, 입맛에 맞춰 제품 구성을 할 수 있고, 원한다면 햄 종류는 얇게 썰어 포장해준다. 한남동 매장에서는 요리를 주문해 먹을 수 있으며, 술을 가져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인당 코르크 비용은 5000원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