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344쪽/ 1만5000원
물리학에선 상태 변화를 가져오는 수치를 문턱값이라고 한다. 물이 기체화하는 섭씨 100도와 고체화하는 섭씨 0도가 문턱값이다. 미국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와 마리아 스테판은 1900~2006년 세계 곳곳의 저항운동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인구의 3.5%를 넘어선 인구가 지속적 저항운동에 참여하면 100% 체제 변화에 성공했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한국의 경우 175만 명이다. 2016년 말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인원이 2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숫자다. 통계물리학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다.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있을 때 어느 한 의견에 대한 비타협적 신념가가 전체 구성원의 13.4%를 넘어서는 순간 그 의견으로 통일이 이뤄진다는 것. ‘세상물정의 물리학’(2015)에서 통계물리학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저자(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후속작. 다양한 통계물리학 학술논문의 내용을 쉽게 풀어주고 이를 인간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했다.
박윤선 지음/ 창비/ 160쪽/ 1만2000원
프랑스에 거주하며 한국 만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박윤선 작가의 만화. 2011년 프랑스 싸르바깐 출판사에서 ‘Sous l’eau, l’obscurite´’(물 아래서, 어두움)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을 배경으로 서울 변두리 동네의 스포츠센터 수영반에 다니던 8세 민선이의 치열하고 비릿한 성장기를 담았다. 오로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파트키드’인 주인공은 겉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네모반듯한 아파트와 교차로 사이를 오갈 뿐 마음을 나눌 친구나 어른이 없고, 매일 매일이 무미건조하다. 그런 민선이의 모습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수난과 섬세한 감정의 결을 그대로 담고 있어 20, 30대 독자의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유년을 미화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어른들 세계 못지않게 비정한 8세들의 세계를 가감 없이 그리면서 살아남고자 지독하게 성장해야 했던 당시 유년기를 보듬는다. 만화로 읽는 ‘응답하라 1988’의 ‘아파트키드판’이라고 부르면 적합할 듯하다.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영사/ 168쪽/ 1만2800원
닌텐도DS가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것은 ‘두뇌프로젝트’ 시리즈 덕분이다.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이 게임은 학부모의 구미를 확 끌었다. 이와 같이 뇌도 근육처럼 훈련을 반복하면 기능이 더 좋아지는 등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학설이 바로 신경가소성이다.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이야기가 맞으면서도 틀리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의 궤적과 익숙한 행동 등에 따라 뇌는 쉴 새 없이 변하는 것은 사실. 하지만 원하는 근육만 발달시킬 수 있는 보디빌딩과 다르게, 뇌를 뜻대로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해가 어려운 개념이지만 신경과 뇌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놓아 비전공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344쪽/ 1만5000원
물리학에선 상태 변화를 가져오는 수치를 문턱값이라고 한다. 물이 기체화하는 섭씨 100도와 고체화하는 섭씨 0도가 문턱값이다. 미국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와 마리아 스테판은 1900~2006년 세계 곳곳의 저항운동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인구의 3.5%를 넘어선 인구가 지속적 저항운동에 참여하면 100% 체제 변화에 성공했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한국의 경우 175만 명이다. 2016년 말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인원이 2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숫자다. 통계물리학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다.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있을 때 어느 한 의견에 대한 비타협적 신념가가 전체 구성원의 13.4%를 넘어서는 순간 그 의견으로 통일이 이뤄진다는 것. ‘세상물정의 물리학’(2015)에서 통계물리학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저자(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후속작. 다양한 통계물리학 학술논문의 내용을 쉽게 풀어주고 이를 인간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했다.
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창비/ 160쪽/ 1만2000원
프랑스에 거주하며 한국 만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박윤선 작가의 만화. 2011년 프랑스 싸르바깐 출판사에서 ‘Sous l’eau, l’obscurite´’(물 아래서, 어두움)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을 배경으로 서울 변두리 동네의 스포츠센터 수영반에 다니던 8세 민선이의 치열하고 비릿한 성장기를 담았다. 오로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파트키드’인 주인공은 겉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네모반듯한 아파트와 교차로 사이를 오갈 뿐 마음을 나눌 친구나 어른이 없고, 매일 매일이 무미건조하다. 그런 민선이의 모습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수난과 섬세한 감정의 결을 그대로 담고 있어 20, 30대 독자의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유년을 미화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어른들 세계 못지않게 비정한 8세들의 세계를 가감 없이 그리면서 살아남고자 지독하게 성장해야 했던 당시 유년기를 보듬는다. 만화로 읽는 ‘응답하라 1988’의 ‘아파트키드판’이라고 부르면 적합할 듯하다.
신경가소성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영사/ 168쪽/ 1만2800원
닌텐도DS가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것은 ‘두뇌프로젝트’ 시리즈 덕분이다.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이 게임은 학부모의 구미를 확 끌었다. 이와 같이 뇌도 근육처럼 훈련을 반복하면 기능이 더 좋아지는 등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학설이 바로 신경가소성이다.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이야기가 맞으면서도 틀리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의 궤적과 익숙한 행동 등에 따라 뇌는 쉴 새 없이 변하는 것은 사실. 하지만 원하는 근육만 발달시킬 수 있는 보디빌딩과 다르게, 뇌를 뜻대로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해가 어려운 개념이지만 신경과 뇌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놓아 비전공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