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변호사들이 발로 뛰며 의뢰인 끝까지 책임지는 법무법인 세담

의뢰인과 적극 소통하는 변호사 기본에 충실… 100여 건 무죄 이끌어낸 ‘강소 로펌’

  • reporterImage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11-08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김선규 변호사와 신알찬·박종민 대표변호사, 신명진 변호사, 양우영 대표변호사, 추도환 경영대표변호사, 허정무·최철호·황용목 파트너변호사, 노상현 변호사(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상윤]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김선규 변호사와 신알찬·박종민 대표변호사, 신명진 변호사, 양우영 대표변호사, 추도환 경영대표변호사, 허정무·최철호·황용목 파트너변호사, 노상현 변호사(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상윤]

    2021년 법무법인 세담 사무소에 “가장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의뢰인이 찾아왔다. 평범한 직장인 A 씨가 술집에서 다른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1심에서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것이다. 의뢰인 설명을 들으며 사건 자료를 주의 깊게 살피던 신알찬 대표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는 경찰 수사와 1심 판결에 의구심을 가졌다.

    A 씨는 젊은 시절 특수부대 훈련 도중 다리에 총상을 입고 장애 판정을 받은 보훈 대상자였다. 경찰은 특수부대 훈련을 받은 A 씨가 피해자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봤지만, 평소 그는 군복무 시절 당한 총상으로 거동이 불편해 나지막한 동산을 오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경찰은 A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이렇다 할 물적 증거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경찰 수사 보고서에는 “사건 현장에 CC(폐쇄회로)TV 없음”이라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불확실한 목격자 증언이 주된 증거로 제시돼 있었다.

    누명 쓴 의뢰인 무죄 이끌어내

    법무법인 세담 변호사들이 변론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상윤]

    법무법인 세담 변호사들이 변론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상윤]

    의뢰인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직감한 신 대표변호사는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 경찰 주장과 달리 현장에는 CCTV가 4대나 있었다. 하지만 적시에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시간이 흘러 사건 당시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은 자동 삭제된 상태였다. A 씨가 피해자를 가격해 숨지게 한 것을 정확히 본 목격자도 없었다. 이에 신 대표변호사는 “A 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객관적·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단지 그가 특수부대 훈련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규정했다”는 취지로 적극 변론에 나섰다. 결국 고등법원에서 신 대표변호사의 변론이 받아들여져 A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늦게나마 자유의 몸이 된 A 씨는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을 받고 직장에도 복직했다. A 씨 사례는 법무법인 세담 신알찬 대표변호사와 동료들이 받아든 100여 건의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 중 하나다. 이 같은 비결에 대해 11월 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변호사와 세담 변호사들은 “대단한 비법이 있다기보다 변호사에게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의뢰인과 적극적 소통, 주어진 자료에 의존하지 않는 현장 중심 변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담은 최근 법률시장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강소 로펌이다. 억울한 사연, 복잡한 송사에 휘말린 의뢰인들의 발걸음이 이 로펌으로 많이 향하는 이유는 세담이 그간 쌓아온 탄탄한 성과 때문이다. 그동안 세담은 형사사건에서만 수십 건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한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수사당국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지적해 실무에 변화를 가져온 사례도 여럿이라고 한다. 이른바 ‘전관’ 출신 간판 없이 신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30대 젊은 변호사들이 실력 하나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2019년 신 대표변호사와 양우영 대표변호사(변호사시험 6회), 박종민 대표변호사(변호사시험 7회)가 의기투합해 송파구 문정동에서 업무를 시작한 작은 사무실(현 세담 동부분사무소)은 5년 만에 변호사 11명 규모의 강소 로펌으로 급성장했고, 최근 서초동으로 이전하면서 사세를 키우고 있다. 세담은 창립 초기부터 쌓은 형사사건 노하우를 토대로 기업 법률서비스, 회생·파산 사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로펌 문을 두드리는 의뢰인 상당수는 “대형 로펌이라는 간판을 믿고 찾아갔는데 내 사건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는지 성의 없이 처리하더라” “유명 ‘전관’ 출신 변호사를 앞세운 홍보에 끌려 사건을 맡겼는데 정작 그 변호사는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는 애로를 많이 호소한다. 상당수 로펌에서 보이는 법률서비스의 극단적 분업화와 상업화 탓이다. 로펌 규모가 커지면서 처음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와 이후 사건을 맡는 변호사가 바뀌거나, 과도한 온라인 광고로 성과를 과장하는 경우도 적잖다. 세담은 의뢰인을 처음 상담한 변호사가 사건 종결 때까지 함께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 과정에서 수임 자체에 몰두한 나머지 장밋빛 전망을 약속하지 않고, 솔직한 분석으로 고객이 불필요한 송사를 하지 않도록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세담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형사사건이다. 유무죄를 첨예하게 다투는 사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다수 도출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 마약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세담이 담당한 관련 사건도 적잖다. 마약 사건을 여럿 수임한 신 대표변호사는 “마약 사건은 사회를 좀먹는 중대한 범죄지만, 수사당국이 적법 절차를 지켜 수사하지 않으면 도리어 핵심 범죄자들이 쉽게 무죄로 풀려나 면죄부를 받는다”며 “단속뿐 아니라 마약 유통 자체를 차단하는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그의 제언이다.

    “마약 단속에서 핵심은 애초에 마약이 한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단순 투약자만 처벌해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은 대부분 외국에서 생산돼 들여오는 것이다. 따라서 세관 인력을 보강하는 등 조치로 마약 유입 자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펜타닐의 경우 국내 유통을 근절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에선 펜타닐이 주로 음성적 경로를 통해 유통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일부 병원의 허술한 처방 행태를 악용해 펜타닐을 확보한 뒤 오남용하는 식이다. 펜타닐처럼 오남용하면 치명적인 약을 책임 없이 처방한 의사에 대한 법적 조치도 필요하다.”

    세담은 민사에서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임한 바 있다. 대표 사례가 대법원에서 “세무사의 보수청구권에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파기 환송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기존에는 변호사나 회계사, 세무사 등 직역에 따라 수임료 소멸시효가 제각각이라 법적·사회적 혼란이 적잖았다.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떼인 한 세무사는 오랜 송사 끝에 2심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 법원은 ‘변호사·변리사·공증인·공인회계사·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3년 후 소멸된다고 정한 민법 제163조를 적용해 보수 중 일부만 인정했다. 이후 해당 세무사를 대리한 세담은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세무사에 대해 상법상 ‘상인’에게 보장되는 5년 소멸시효를 적용해선 안 되며, 민법 제162조에 따라 10년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해당 판결은 지난해 대법원 판례공보에 수록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박종민 대표변호사는 “민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전문 자격사의 보수청구권과 관련해 소멸시효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다변화에 발맞춰 세담도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영입한 최철호 파트너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와 황용목 파트너변호사(변호사시험 4회), 허정무 파트너변호사(변호사시험 4회)가 주축으로, 각종 기업 법률서비스와 회생·파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 파트너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의정부지부장, 서울개인회생파산센터장을 지낸 도산법 전문가다. 그의 합류로 관련 분야 역량을 강화한 세담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법인회생 등 중요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대형 로펌 출신인 황용목 파트너변호사와 허정무 파트너변호사는 경영권 분쟁, 인사노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등 기업 법무와 관련한 변론 경험이 풍부하다. 황 파트너변호사는 모 기업에 파견돼 구조조정을 담당했고, 고위공무원의 직권남용 사건, 투자자문업자 사기 사건 등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구속영장을 다수 기각시킨 바 있다. 허정무 파트너변호사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법률자문위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 ESG특별위원회·중대재해처벌법TF 자문위원을 맏고 있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 법률자문 전문가다. 회생·파산, 기업 법률자문, 부동산 분야의 법률 리스크와 대응 방안에 대해 이들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기업 관련 사건, 초기 대응이 중요”

    “기업과 개인사업자 모두 회생·파산 사건에서 중요한 게 초기 대응이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계적 접근뿐 아니라, 법리적 해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경영·재무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해 먼저 법적 대응에 나서면 때가 늦다.”(최철호 파트너변호사)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비용 부담 등 이유로 로펌 찾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적잖다. 기업 간 계약이나 협상처럼 중요한 업무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해 곤경에 처한 기업이 상당수다. 법적 이슈가 생기기 전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를 권한다.”(허정무 파트너변호사)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법률고문으로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리해 사기범에게 구상금을 청구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임대차시장에서 각종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피해가 우려될 경우 적시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황용목 파트너변호사)

    “변화를 만드는 변호사들”
    신알찬 법무법인 세담 대표변호사

    신알찬 법무법인 세담 대표변호사. [이상윤]

    신알찬 법무법인 세담 대표변호사. [이상윤]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자동차 운전자를 대리한 적이 있다. 수사당국은 사망자가 찍힌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무단횡단을 했다지만 운전자가 이를 충분히 인지해 피할 수 있었다’며 의뢰인을 기소했다. 그런데 사건은 해가 막 지고 가로등은 켜지지 않은, 비 오는 일몰 시간에 일어났다. 블랙박스 카메라에 피해자가 비교적 뚜렷하게 찍혔더라도 운전자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고가 난 날과 같은 시간대에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해 의뢰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찾아낸 결과 무죄를 이끌어냈다.”

    변호사로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신알찬 법무법인 세담 대표변호사는 ‘현장’이라는 답과 함께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세담은 최근 법률시장에서 강소 로펌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형사 부티크 로펌으로서 여러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임한 실적을 바탕으로 최근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담의 성장 비결과 법률서비스 노하우는 무엇일까. 다음은 신 대표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세담이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열심히 했다. 한 사건을 맡더라도 다른 변호사라면 보지 못했을 작은 실마리를 찾아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려 노력했다. 세담 의뢰인은 1심에서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들고 뒤늦게 찾아온 경우가 많다. 그중에선 변호사가 노력하면 의뢰인이 좋은 결과를 받아들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변호사 업무는 단순히 사건을 수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세담 변호사들은 일단 맡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의뢰인과 계속 소통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모색한다.”

    최근 법률시장 트렌드는 ‘분업화’ 아닌가.

    “극단적 분업화로 의뢰인이 겪는 혼란도 적잖다. 세담은 균질적인 법률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대표변호사로서 극단적 분업화를 지양하는 동시에 각 변호사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담에는 이른바 ‘전관’ 변호사가 없는데 그것도 로펌 경영 기조에 따른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검찰, 법원 출신 변호사들로부터 경륜과 경험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로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전관 변호사를 마치 간판처럼 내세우는 식의 광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경력과 이력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윤리의식과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과 포부는.

    “세담을 당장 대형 로펌으로 무리하게 키우겠다는 욕심은 없다. 나 자신이 일선에서 뛰면서도 동료 변호사들이 맡은 사건의 큰 줄기를 파악해야 균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지금 함께하는 변호사들처럼 앞으로 세담 구성원이 높은 역량과 윤리의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규모만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강소 로펌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네이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분기 영업익 첫 5000억 돌파

    [영상] 유럽축구에 혜성같이 떠오른 마르무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