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열리는 해 항상 도발을 벌여온 북한이 10월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화성-19형’으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일본 측 관측에 따르면 수평비행거리 1000㎞, 정점고도 7000㎞, 비행시간 86분을 기록했다. 북한은 자기네 미사일이 수평비행거리 1001.2㎞, 정점고도 7687.5㎞, 비행시간 5156초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그간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최고·최장 기록이다.
발사 당일 북한은 화성-19형에 대해 “화성-18형과 함께 운용될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이 2012년 첫 ICBM인 화성-13형을 만든 후 12년 만에 관련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미사일이 북한 주장처럼 최종 완결판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비행시간과 정점고도에선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룬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 미사일이 실전에 사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사(史)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정상적인 개발·검증을 거쳐 만든 미사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라는 집단이 처한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매우 곤궁한 북한은 극히 제한된 예산으로 미사일을 만들 수밖에 없다. 애초에 ‘주체적 기술’로 무기를 개발한 경험도 많지 않다. 그 결과 장거리미사일 등 여러 무기체계를 개발·양산할 때 시제품 실험과 성능 검증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북한이 처음 탄도미사일을 손에 넣은 것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직후다. 당시 김일성은 북한 입장에서도 귀중한 전략자산인 최신형 MIG-21 전투기 1개 비행대를 차출해 이집트에 보냈다. 이에 감복한 이집트는 소련의 엄명을 어기고 스커드-B 탄도미사일과 발사차량, 정비 매뉴얼, 교범을 통째로 북한 측에 넘겼다. 북한은 이 스커드-B를 역설계해 복제판인 화성-5형을 만들었다. 그 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 미사일을 이란에 대량 수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사거리 연장형 화성-6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미사일 개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커드 계열은 구조가 단순하고 제조에 필요한 부품과 연료를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1000㎞ 이상 날아가 유엔사 후방 기지가 있는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도 갖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감안하면 이는 경차용 차체와 엔진, 변속기를 갖고 중형차를 만드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만든 미사일들이 제대로 된 시험발사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북한 탄도미사일 최초로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주목받은 화성-10형의 경우 완전한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화성-10형은 일찌감치 도태됐다. 이 미사일은 2000년대 초 생산돼 2007년 실전 배치됐다. 한반도 군사 위기가 고조된 2016년에는 6차례나 발사됐다. 1~4차 발사 미사일 모두 공중에서 폭발했고, 5차 발사 때는 150㎞가량 날아간 뒤 추락했다. 북한은 6차 발사는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 하단에 그리드 핀(grid fin)이 눈에 띈다. 상승 단계에서 어떻게든 항력을 줄여야 하는 미사일에 그리드 핀이 달렸다는 것은 북한이 그만큼 미사일 자세 제어에 자신이 없었다는 증거다.
화성-10형이 실패작으로 끝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오판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 기술자들에게 만들어내라고 요구한 것은 소련이 수십 년 전 개발해 대량 배치·운용한 미사일의 복제품이었다. 북한의 제한된 자원과 여건 탓에 미사일 개발·제작 단계에서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북한은 설계 변경이 가져올 여파를 간과한 채 곧장 양산에 착수했다. 소련 시절 미사일을 제작한 기술자들이 검증된 기술과 노하우로 비슷하게 만들었으니 실험·검증이 불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렇게 덮어놓고 양산한 50여 발의 화성-10형 품질은 참담했다. 결국 북한은 없는 돈을 쥐어짜 만든 값비싼 중거리미사일 수십 발을 써보지도 못하고 폐기해야 했다.
이 같은 실수는 북한 최초 ICBM인 화성-13형에서도 되풀이됐다. 2012년 첫 식별 당시 KN-08로 불렸던 이 미사일은 북한군 열병식에만 여러 번 등장했을 뿐, 한 차례도 발사된 적이 없는 무기다. 이 미사일 역시 마카예프 설계국이 1980년대 중반에 만든 R-29RM(NATO 분류명 SS-N-23)을 모방했다. 형상부터 탄두부 주변 종말단계 자세 제어용 로켓 위치까지 유사한 설계가 채택됐다. KN-08은 첫 등장 이후 여러 차례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며 열병식에만 등장했을 뿐, 실제로는 한 차례도 발사되지 않았다. 화성-10형처럼 섣불리 발사했다가 공중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동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힌 고체연료 방식의 ICBM 화성-18형은 어떨까. 이 미사일도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2017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 미사일은 러시아 토폴-M과 형상이 유사했다. 북한이 고체연료와 캐니스터 탑재, 콜드런치 방식의 ICBM을 만든 것은 화성-18형이 처음이다. 북한의 기존 중장거리미사일이 액체연료 방식이었음을 감안하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화성-18형은 더 많은 시험발사와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화성-18형 시험발사는 지난해 4월 13일, 7월 12일 두 차례에 불과했다. 북한은 두 차례 시험발사 후 같은 해 12월 18일 ‘훈련 발사’에 나섰다.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을 만들어 2번, 그것도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lofted trajectory)으로 발사하고 재진입 여부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 배치가 이뤄진 것이다. 뛰어난 ICBM 기술을 가진 러시아조차 기존 RT-2PM2 토폴-M을 개량해 차세대 ICBM RS-24 ‘야르스’를 개발할 때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0차례 이상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ICBM 기술과 노하우 측면에서 러시아에 비해 수십 년 이상 뒤처진 북한이 단 두 차례만 쏴보고 실전 배치한 화성-18형에 과연 중대한 결함이 없을까.
북한은 이번 화성-19형 발사를 통해 자기네 미사일 개발 역사에서 최고 수준의 정점고도·비행시간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장 북한이 미국 동부에 핵탄두 여러 개를 날릴 능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발사 당일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에서 촬영된 화성-19형 탄착 영상이 유력한 증거다. 당시 영상을 보면 탄두가 정상적으로 재진입한다기보다 마치 대기권 마찰로 부서져 추락하는 듯하다. 북한이 대기권 밖으로 무언가 날려 보낼 능력은 있어도 지상 표적을 제대로 타격할 능력은 아직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북한 화성-19형은 블러핑 수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이전 모델인 화성-18형조차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화성-19형을 만들어 쏘는 일에만 급급했다. 미사일 재진입 기술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최종 완결판’ 운운하며 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운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신형 미사일도 과거 무수단이나 KN-08처럼 외부 기술 지원으로 만들어진 블러핑 수단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미사일을 완전히 무시한 채 대책 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은 언젠가 진짜 완성형 핵미사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핵미사일로 대한민국의 목숨 줄을 쥐고 흔들기 위해서다. 북한의 진짜 핵 ICBM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北 “화성-19형, 최종 완결판 ICBM”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10월 31일 ‘화성-19형’ 미사일 발사 모습. [뉴스]
북한의 미사일 개발사(史)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정상적인 개발·검증을 거쳐 만든 미사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라는 집단이 처한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매우 곤궁한 북한은 극히 제한된 예산으로 미사일을 만들 수밖에 없다. 애초에 ‘주체적 기술’로 무기를 개발한 경험도 많지 않다. 그 결과 장거리미사일 등 여러 무기체계를 개발·양산할 때 시제품 실험과 성능 검증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북한이 처음 탄도미사일을 손에 넣은 것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직후다. 당시 김일성은 북한 입장에서도 귀중한 전략자산인 최신형 MIG-21 전투기 1개 비행대를 차출해 이집트에 보냈다. 이에 감복한 이집트는 소련의 엄명을 어기고 스커드-B 탄도미사일과 발사차량, 정비 매뉴얼, 교범을 통째로 북한 측에 넘겼다. 북한은 이 스커드-B를 역설계해 복제판인 화성-5형을 만들었다. 그 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 미사일을 이란에 대량 수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사거리 연장형 화성-6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미사일 개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커드 계열은 구조가 단순하고 제조에 필요한 부품과 연료를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1000㎞ 이상 날아가 유엔사 후방 기지가 있는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도 갖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감안하면 이는 경차용 차체와 엔진, 변속기를 갖고 중형차를 만드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 기술자들이 만든 北 중거리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무기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돈과 인력,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문제를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소련 붕괴 후 사회 혼란을 틈타 미사일 기술자들을 데려온 것이다. 북한은 마카예프 설계국을 필두로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러시아 연구기관 종사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렇게 영입된 소련 출신 과학자들은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공을 세웠다. 북한 미사일 개발사에 큰 획을 그은 이들 손에서 화성-7형(노동 1호)과 화성-10형(무수단)이 탄생했다. 화성-7형은 소련이 1960년대 개발한 SLBM R-21(나토(NATO) 분류명 SS-N-5), 화성-10형은 R-27(NATO 분류명 SS-N-6)을 기반으로 해 만든 미사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만든 미사일들이 제대로 된 시험발사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북한 탄도미사일 최초로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주목받은 화성-10형의 경우 완전한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화성-10형은 일찌감치 도태됐다. 이 미사일은 2000년대 초 생산돼 2007년 실전 배치됐다. 한반도 군사 위기가 고조된 2016년에는 6차례나 발사됐다. 1~4차 발사 미사일 모두 공중에서 폭발했고, 5차 발사 때는 150㎞가량 날아간 뒤 추락했다. 북한은 6차 발사는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 하단에 그리드 핀(grid fin)이 눈에 띈다. 상승 단계에서 어떻게든 항력을 줄여야 하는 미사일에 그리드 핀이 달렸다는 것은 북한이 그만큼 미사일 자세 제어에 자신이 없었다는 증거다.
화성-10형이 실패작으로 끝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오판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 기술자들에게 만들어내라고 요구한 것은 소련이 수십 년 전 개발해 대량 배치·운용한 미사일의 복제품이었다. 북한의 제한된 자원과 여건 탓에 미사일 개발·제작 단계에서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북한은 설계 변경이 가져올 여파를 간과한 채 곧장 양산에 착수했다. 소련 시절 미사일을 제작한 기술자들이 검증된 기술과 노하우로 비슷하게 만들었으니 실험·검증이 불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렇게 덮어놓고 양산한 50여 발의 화성-10형 품질은 참담했다. 결국 북한은 없는 돈을 쥐어짜 만든 값비싼 중거리미사일 수십 발을 써보지도 못하고 폐기해야 했다.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3형’ 미사일. [뉴시스]
북한이 “미국 동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힌 고체연료 방식의 ICBM 화성-18형은 어떨까. 이 미사일도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2017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 미사일은 러시아 토폴-M과 형상이 유사했다. 북한이 고체연료와 캐니스터 탑재, 콜드런치 방식의 ICBM을 만든 것은 화성-18형이 처음이다. 북한의 기존 중장거리미사일이 액체연료 방식이었음을 감안하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화성-18형은 더 많은 시험발사와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화성-18형 시험발사는 지난해 4월 13일, 7월 12일 두 차례에 불과했다. 북한은 두 차례 시험발사 후 같은 해 12월 18일 ‘훈련 발사’에 나섰다.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을 만들어 2번, 그것도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lofted trajectory)으로 발사하고 재진입 여부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 배치가 이뤄진 것이다. 뛰어난 ICBM 기술을 가진 러시아조차 기존 RT-2PM2 토폴-M을 개량해 차세대 ICBM RS-24 ‘야르스’를 개발할 때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0차례 이상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ICBM 기술과 노하우 측면에서 러시아에 비해 수십 년 이상 뒤처진 북한이 단 두 차례만 쏴보고 실전 배치한 화성-18형에 과연 중대한 결함이 없을까.
시험발사 2번 하고 실전 배치?
북한이 최근 발사한 화성-19형은 화성-18형 탄두부와 추진체의 길이 및 직경을 늘린 개량형이다. 미사일 크기와 형상, 중량 모두 완전히 달라졌는데, 엔진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북한이 이런 미사일 개량에 나선 것은 기존 화성-18형의 사거리·탑재 중량이 부족해 미국 동부까지 핵탄두를 투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추진체 길이를 키우면 연료와 산화제 탑재량이 늘어난다. 이로써 사거리와 탑재 중량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를 다탄두형 미사일로의 개량 움직임이라고 보기도 한다.
북한은 이번 화성-19형 발사를 통해 자기네 미사일 개발 역사에서 최고 수준의 정점고도·비행시간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장 북한이 미국 동부에 핵탄두 여러 개를 날릴 능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발사 당일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에서 촬영된 화성-19형 탄착 영상이 유력한 증거다. 당시 영상을 보면 탄두가 정상적으로 재진입한다기보다 마치 대기권 마찰로 부서져 추락하는 듯하다. 북한이 대기권 밖으로 무언가 날려 보낼 능력은 있어도 지상 표적을 제대로 타격할 능력은 아직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북한 화성-19형은 블러핑 수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이전 모델인 화성-18형조차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화성-19형을 만들어 쏘는 일에만 급급했다. 미사일 재진입 기술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최종 완결판’ 운운하며 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운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신형 미사일도 과거 무수단이나 KN-08처럼 외부 기술 지원으로 만들어진 블러핑 수단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미사일을 완전히 무시한 채 대책 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은 언젠가 진짜 완성형 핵미사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핵미사일로 대한민국의 목숨 줄을 쥐고 흔들기 위해서다. 북한의 진짜 핵 ICBM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