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신임 감독 후벵 아모링. [GETTYIMAGES]
텐 하흐 향한 기대감 산산조각
최근 맨유 감독직에서 경질된 에릭 텐 하흐. [뉴시스]
그러나 ‘성공한 맨유 감독’ 텐 하흐에 대한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성적은 차치하더라도, 이적시장에서 계속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선수가 부족한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원래 새 감독이 부임하면 가능한 선에서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기 마련이다. 축구에선 최전방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골키퍼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이 핵심이다. 척추에 해당하는 센터 라인이 바로 서면 팀은 금방 단단해진다. 감독이 전술 역량을 펼 때도 센터 라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텐 하흐는 영입 불가능한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고집을 피운다거나 네덜란드나 아약스 출신에 과도한 집착을 보였다. 심지어 다른 팀과 경쟁이 붙은 것도 아닌데 웃돈 주고 선수를 영입하기 일쑤였다. 특히 아약스에서 뛰던 윙 포워드 안토니를 시장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1억 유로(당시 약 1352억 원으로 EPL 역대 이적료 4위 기록)에 영입한 것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다. 이후에도 공격수 라스무스 호일룬과 조슈아 지르크제이,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와 마누엘 우가르테, 수비수 레니 요로와 마테이스 더리흐트 등 방향성이 모호한 영입이 이어졌다.
영입 방향이 모호하니 팀이 전술적으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은 당연지사다. 경기마다 전술 콘셉트가 자주 바뀌었고 노출된 약점을 고집스레 이어가다가 상대팀에 공략당하기 십상이었다. 설상가상 선수단 줄 부상 탓에 전력이 제대로 가동된 적도 드물었다. 텐 하흐는 그때마다 변명을 앞세웠다. 감독 부임 3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EPL에 새로 왔으니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됐으니 기다려달라” “부상자가 많아 어쩔 수 없다” 등 그가 내놓은 변명도 다양했다. 그러면서도 2023년과 2024년에 따낸 리그 컵(카라바오컵)과 FA컵에 대한 자신의 업적은 과도하게 치켜세웠다. 실망스러운 리그 성적과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 대항전 부진은 변명으로 일관한 채 말이다.
텐 하흐가 지도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중심’을 바로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테랑에 대한 존중이 없는 가혹한 징계라든지, 자신이 영입한 선수와 아닌 선수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등이 특히 문제였다. 텐 하흐의 전술 역량뿐 아니라 라커 룸 통솔 능력도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 시즌 FA컵 우승으로 경질 타이밍을 놓친 구단은 이번 시즌 부진한 성적(개막 이후 11월 5일까지 모든 대회 14경기 4승)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텐 하흐를 해고했다. 올여름 경질을 저울질하다 선택을 망설인 맨유의 새 구단 수뇌부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술·선수 장악력 부족한 텐 하흐號 맨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맨유가 아주 빠르게 새 감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출신 후벵 아모링이 곧 맨유에 도착한다. 아모링은 1985년생 젊은 감독으로 현재 유럽축구에서 대단히 주목받는 인물이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CP를 이끌고 리그에서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지도력을 선보였고, 최근까지 리그 10경기 전승을 내달렸다. 맨유는 아모링과 그의 사단을 영입하려고 바이아웃(이적 및 계약 해지를 위한 합의) 금액까지 지불하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텐 하흐 경질을 망설인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원래는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아모링은 한 달은 지나야 스포르팅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맨유는 스포르팅에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신임 감독이 최대한 빨리 팀에 합류하는 협의를 마쳤다. 아모링은 2020년 SC 브라가에서도 부임 13경기 만에 스포르팅에 스카우트돼 시즌 도중 바이아웃 금액과 함께 팀을 떠난 바 있다. 이번에도 시즌 도중 맨유로 떠나는 야심 찬 행보를 보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번 맨유의 신임 감독 영입은 팬들 입장에선 흥분되고 기대되는 뉴스다. 아모링은 이미 적잖은 성과를 거둔 데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젊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것처럼 맨유 감독직은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다. 퍼거슨 이후 거쳐 간 모든 감독이 각자 개성과 성과, 능력을 앞세워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아모링의 계약 기간은 2026∼2027시즌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