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남 나주 본사. [한국전력 제공]
이번 인상으론 이자 충당만 가능
한전은 10월 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은 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10.2%)으로,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164.8원에서 173.3원(5.2%)으로 올렸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음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 2021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1조 원 누적 적자를 안게 됐다. 2022년 이후 6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재무 부담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번에도 재무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4조7000억 원 증가하는데, 이는 기존 한전 부채의 연간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6월 말 기준) 이자비용으로만 2조2800억 원을 지출했다. 하루 122억 원 수준이다.
현재로선 한전이 대규모 부채에서 벗어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고물가 등 민생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정부도 지지율과 직결되는 전기요금 인상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번 인상이 가정용·일반용 전기요금을 포함하지 않고 산업용에 한해서만 이뤄진 배경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번에 부득이하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서민경제를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며 “올해는 더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밖에 한전이 자구책으로 추진하는 부동산 매각은 자산 특성상 단기간에 현금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 상승, 중동 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전기 구입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안덕근 “올해 추가 인상 못 한다”
한전의 3분기 실적 발표는 11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3분기 흑자로 돌아선 실적이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지, 그 폭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여름철 폭염에 따른 전기 판매량 상승, 지난해 8월 이래 이어진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화 추세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한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 원대 초반이다. 현실화할 경우 2021년 2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 약 2조 원, 4분기 1조9000억 원, 올해 1~2분기 각각 1조3000억, 1조2000억 원 영업이익을 냈다(그래프 참조). 또한 3분기 실적은 2년간 중단됐던 한전 배당이 재개될 수 있을지 판가름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이익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려면 배당이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며 “배당이 있다면 빠른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주당순자산가치(BPS) 상승에 따른 점진적 우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전 목표주가를 3만 원대로 올려 잡고 있다. 대신증권은 “장기적으로 다양한 비용 감소 요인이 있다”며 목표주가 3만3000원을 제시했다.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도 각각 2만5000원, 2만7000원에서 3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진 10월 23일 한전 주가는 급등세를 보인 뒤 11월 6일
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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