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케이션 모델이 조명받기 시작한 연유는 그러나 조금 다른 곳에 있다. 바로 ‘P2P’ 때문이다. 여기에서 P2P는 냅스터 덕에 유명해진 ‘Peer to Peer’가 아니라 ‘Path to Profitability’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안팎의 압력이 신디케이션 모델을 떠밀어 올렸다는 뜻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막 떠오르던 시절, 인터넷 기업의 CEO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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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비즈니스의 성공 열쇠는 ‘3C’에 있다고. 콘텐트(Content)와 커머스(Commerce), 커뮤니티(Community)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데 있다고. 그러나 인터넷 CEO들은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의 정보 욕구는, 그 양과 속도 양쪽에서 무한대에 가까웠다.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자체 인력을 부리는 것말고도 외부 인력 활용, 외부 콘텐트 도입 등을 병행했지만 역부족이긴 마찬가지였다.
신디케이션 모델을 내세운 ‘정보중개상’(Infomediary)은 바로 이러한 수요를 보고 등장했다. ‘온라인 콘텐트 신디케이터’로 불리는 이들 정보중개상은 콘텐트를 필요로 하는 사이트와 이를 팔고 싶어하는 사이트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었다. 아이신디케이트, 스크리밍미디어, 옐로브릭스 같은 정보중개상들은 다채롭고 품질 좋은 콘텐트로 웹사이트를 채우려는 수많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빠르게 흡수했다.
인터넷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 리서치의 분석가 댄 오브라이언은 신디케이션 모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비춰볼 때 지금은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웹의 급속한 증가세를 고려하면 콘텐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피터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온라인 콘텐트에 대한 신디케이션 및 라이선싱 시장은 올해 3억4300만 달러(약 3800억원) 수준에서 2004년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아이신디케이트와 스크리밍미디어다. 스크리밍미디어는 올해 7월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6000만 달러를 공모했는데, 2800여 온라인 회사들의 콘텐트를 1100여 웹사이트에 팔고 있다. ‘당신의 기업은 절규합니까?’(Does Your Web Site Scream?)라는 이 회사의 카피가 퍽 자극적이다.
1997년 출범, 1200여 온라인 회사의 콘텐트를 27만여 웹사이트들에 공급하고 있는 아이신디케이트는 온라인 콘텐트 기업들로부터 비디오, 오디오, 사진, 텍스트 등을 받아 건강, 뉴스, 스포츠 등의 범주로 나눠 고객 사이트들에 공급한다. 연간 이용료는 5만~50만 달러. 올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 NBC 같은 투자자들로부터 5000만 달러를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아마존, 빌보드 매거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이 주요 콘텐트 공급자다.
한편 스크리밍미디어는 개별 고객 웹사이트의 특정한 요구에 부응한 ‘맞춤‘ 콘텐트를 제공한다. 예컨대 어떤 건강정보 사이트가 백혈병이나 알레르기에 대한 뉴스만을 원하면 스크리밍미디어는 여과(Filtering) 기술을 이용, 그 주제에 맞는 정보와 뉴스만을 공급하는 것이다. 스크리밍미디어의 서비스 비용에는 3000~4만 달러의 초기 설치비 외에, 월 500~5만 달러의 이용료가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모델은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초 한경닷컴이 국내 최초로 미국의 아이신디케이트와 제휴해 영문 콘텐트와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조인스닷컴 디지틀조선 등이 신디케이션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날리i(Denali-i), 코코사(Cocosa), KOCN 등 전문 신디케이터를 표방한 업체도 여럿 등장했다. 이들은 국내 언론사, 출판사 등과 접촉해 콘텐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콘텐트 판매 가격이다. 미국의 경우, 정보중개상인 신디케이터가 각 기업체에 부과하는 금액이 월 500~5만 달러로 다양하다. 이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만~6000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뉴스를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하는지, 얼마나 많은 뉴스와 정보를 받는지,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서비스하는지, 해당 웹사이트의 접속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 유연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 그러나 국내의 경우 기껏해야 월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접속횟수가 국내 1, 2위를 다투는 야후코리아나 다음이든, 아니면 접속횟수가 그 10분의 1도 안되는 ‘무명’ 기업이든 가격 수준은 엇비슷하다. 결국 콘텐트 공급업체들로서는 가능한 한 많은 고객 기업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이 날로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100만원 이하의 덤핑 공세를 취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신디케이션 모델은 한국에는 맞지 않는 것일까. 한국에서, 인터넷 콘텐트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할까.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터넷 콘텐트에 돈을 내야 한다는 일반의 인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처음부터 ‘인터넷은 공짜’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기업들의 책임도 작지는 않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시장의 규모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한글이라는 언어 장벽도 가벼이 지나칠 수 없다. 결국 앞으로도 한동안, 콘텐트 기업들 간의 적자생존식 다툼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식’으로 --그게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변형된 신디케이션 모델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