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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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통증 싹~ 청춘아 게 섰거라

퇴행성관절염 인공관절 치환수술 명성 … 네비게이션 시스템 도입 부작용 ‘0%’ 도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4-01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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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 통증 싹~ 청춘아 게 섰거라

    첨단 네비게이션 장비를 이용해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하고 있는 고용곤 원장(맨 오른쪽).

    ”천당이 따로 없어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김수분씨(71·여)는 최근 부천 연세사랑병원에서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받은 뒤 인생이 달라졌다. 수술 전 김씨는 하반신 불구 환자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10년간 계속된 퇴행성관절염이 무릎연골을 다 닳게 만들어 김씨는 일어서기도 힘든 상태였다. 화장실에 한번 가려면 눈물이 날 만큼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연골이 없어 뼈와 뼈가 맞닿다 보니 움직일 때마다 덜그럭 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더욱이 양쪽 무릎이 바깥쪽으로 휘면서 김씨의 다리는 점점 안짱다리로 변해갔다. 다급해진 김씨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완전히 닳아 없어진 연골을 다시 살려낼 방법은 없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김씨를 살려낸 곳은 무릎관절 전문 치료병원인 연세사랑병원. 김씨는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쭈그리고 앉지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하던 시누이(64)가 이곳에서 수술받은 뒤 깨끗이 나아 에어로빅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너무도 부러웠다. 시누이의 수술 성공에 힘을 얻은 김씨도 이 병원을 찾아 인공관절을 박아넣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는 대만족. 최첨단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수술을 받은 직후 마름모꼴이었던 김씨의 다리는 곧게 펴졌고, 수술 다음날부터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김씨를 그토록 괴롭혔던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한 달간의 재활안정 치료 후 김씨는 혼자 장을 보러 다니고 요즘은 시누이가 다니는 에어로빅장을 기웃거릴 정도다. 김씨는 “통증만 사라진 게 아니라 다리까지 똑바로 펴졌다”며 “관절염으로 고생했던 지난 수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뼈 사이 연골 닳아 쑤시고 저리고

    무릎 통증 싹~ 청춘아 게 섰거라

    첨단 네비게이션 장비, 닳아 없어진 연골 대신 끼워 넣는 인공관절(왼쪽 부터).

    나이가 들면서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처럼 무릎관절에 생기는 노화현상이 퇴행성관절염이다. 우리나라 50대 이상 10명 중 8명이 이 질환에 걸려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퇴행성관절염은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지칭한다. 그중 우리나라 노인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관절 안에서 뼈와 뼈를 연결하며 ‘베어링(축받이)’과 ‘윤활제’ 역할을 하는 연골(물렁뼈)이 닳아 없어져 발생하는 관절염이다. 이 관절염에 걸린 환자는 뼈와 뼈가 맞닿게 돼 거동이 불편해지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정도에 따라 다리가 휘는 정도도 점점 심해져 결국 걷기는커녕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관절염에 처음 노출된 사람은 우선 무릎에 열감(熱感)과 함께 가벼운 통증을 호소한다. 무릎에 물이 차 붓거나, 장시간 걸을 때 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있을 정도. 하지만 연골의 파괴가 진행될수록 다리가 휘면서 잘 걷지 못하는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밤이 되면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쑤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결국 연골이 다 닳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되면 무릎에서 뼈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진통제가 없으면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앉은뱅이 신세로 전락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연골이 물러지는 초기의 경우 염증과 부종을 줄이기 위해 소염제를 사용하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요즘은 연골성분으로 만든 약을 사용하거나 무릎 안에 연골성분을 주사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그 외에 물리치료 온열치료 초음파치료도 손상된 무릎연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이때는 수술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하지만 수술도 연골이 손상된 정도와 모양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연골이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연골이 손상된 자리에 이물질이 끼거나 그것이 자라난 경우에는 관절내시경 수술을 한다. 무릎에 물이 차고, 걸을 때 통증이 있거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 때 적용되는 수술법이다. 무릎관절에 4mm 정도의 구멍을 내고 위내시경과 비슷한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관절 속에 자라난 이물질과 너덜너덜해진 연골을 정리함으로써 통증을 제거할 수 있으며, 회복이 빠르고 수술 후 꿰맨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만약 관절 연골이 모두 닳아 한 발짝 걷기조차 힘들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닳아 없어진 연골 대신 인체에 무해한 인공연골을 삽입하는 수술, 즉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해야 한다. 이 정도가 되면 환자의 다리는 대부분 안짱다리처럼 휘어져 있다.

    무릎 통증 싹~ 청춘아 게 섰거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다리를 살펴보는 고원장(왼쪽)과 부천 연세사랑병원 전경.

    연세사랑병원이 인공관절수술 병원 중에서도 전문병원으로 이름이 난 이유는 인공위성 항법시스템을 인공관절 수술에 도입해 수술 실패율을 대폭 줄이고, 환자의 수술 만족도를 크게 높였기 때문. 자동차 운행 중 길을 잃을 경우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하는 원리를 관절염 수술에 응용했다 해서 일명 ‘컴퓨터 네비게이션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이 수술법은 수술 중간에 컴퓨터에 연결된 투시카메라로 환자의 다리가 정렬된 상태(고관절부터 발뒤꿈치까지)와 관절면을 정확하게 계측해 치료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의사는 환자의 관절 조건과 해부학적인 자료를 컴퓨터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모니터에 나타난 인공관절의 정확한 삽입 각도와 환자의 정상적인 다리 축 모양에 따라 인공관절을 그대로 끼워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마다 각도가 다르게 굽은 다리를 단지 X-레이와 의사의 감각에 의존해 펴온 종전의 방식에서 탈피, 수술 중간에 다리 축의 정확도는 물론 각 방향에서 인공관절이 제대로 접목되는지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술법을 이용하면 수술 후 인공관절이 끼워진 각도가 잘못돼 재수술을 하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고원장은 “독일에서 고안된 이 수술법은 기존 방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월등한 성과 때문에 현재 유럽 전역과 미국 일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며 “동양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 도입됐지만 아직은 극히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원장은 인공관절 수술과 관절내시경 수술을 3000회나 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전문의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국내에 파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정상 무릎관절의 각도에 근접한 수술이 가능해 인공관절의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며 “기존 수술과 달리 수술기구를 골수강 내에 삽입하지 않기 때문에 색전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원장은 전체 무릎연골 중 유독 닳아 없어진 일부 연골만을 골라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이른바 ‘슬관절 반치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킨 인물. 이 수술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무릎관절 중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많아 닳기 쉬운 내측관절만을 인공관절로 대치하는 수술. 기존에는 관절연골 하나만 닳아 없어져도 3개의 관절 모두를 바꿔줘야 했으나 반치환술의 성공으로 닳아 없어진 연골만을 바꿔주는 수술이 가능해진 것. 쉽게 말하면 구두 뒷굽 중 한쪽만 닳은 사람에게 굽 전체를 갈게 하지 않고 닳은 부분만 새것으로 바꿔준다는 이야기다. 한국인의 경우 안짱다리가 많아 관절염 환자의 30%가 내측슬관절만 닳아 없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의료계가 거둔 큰 성과다.

    고원장은 “반치환술은 절개 부위가 7c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출혈이 적고 입원, 회복 기간이 훨씬 빠르다”며 “관절의 정상구조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 후 관절운동이 정상인에 가까운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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