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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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검찰 ‘갈등의 계절’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3-31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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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와 검찰 ‘갈등의 계절’

    법무부가 ‘촛불집회 영장’ 사전보고를 누락한 대검간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송광수 검찰총장(사진)은 “나를 조사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소해 보이는 체포영장 한 건이 법무부와 검찰의 깊은 갈등의 골을 재확인시켰다.

    3월26일 오전 8시40분, 대검찰청 공안부(홍경식 부장)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야간 촛불집회를 주도한 `‘탄핵무효ㆍ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 최열 공동대표 등 4명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문제는 이 결정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진행됐기 때문. ‘열혈장관’인 강금실 장관은 검찰의 ‘성급한’ 체포영장 청구와 동시에 법무부로 올라온 ‘뒷북’ 보고서를 접하고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사회적 이목을 끄는 공안사건에 대해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미리 보고해온 게 관례였다. 최근까지 한총련 사건이나 송두율 교수 처리 문제를 놓고 검찰이 법무부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를 갖춰왔다. 법무부는 촛불집회 주동자 처리방침이 보고되지 않은 경위를 조사하겠다며 사건을 공론화했다.

    하지만 검찰은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검 공안부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초기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개별사건 처리에서 검찰의 독자적 판단을 인정하겠다고 했던 법무부의 방침과 배치된다”며 반발했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3월29일 “문제가 된다면 나를 직접 조사하라”며 확실하게 대검 공안부에 면죄부를 줬다.

    그러나 이런 강성기류와 함께 검찰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공식적인 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경찰을 지휘해 전격적으로 체포영장 방침을 정했을 뿐만 아니라,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 기각되면서 불필요하게 문제를 키웠다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국민의 여론을 살피지 않은 성급한 체포영장 청구로 인해 시민의 저항은 물론 관례적인 체포영장 남발에 대한 비난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장관이 서운한 게 주된 이유겠지만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동시에 보고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일을 법무부와 검찰의 감정대립으로 봐서는 절대 안 된다.”(대검 국민수 공보관)

    검찰과 법무부 일각에서는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이 각료회의에서 촛불집회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고 검찰은 이에 따라 강력한 단속의지 표현의 수단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뿐인데 법무부에서 총장 책임론까지 들먹이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래저래 정치판에 낀 검찰의 독자 행보가 힘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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