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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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파병 북한군은 ‘중간계층’… 성격 센 함경북도 출신 배제 정황도”

전문가 “병역 기피 만연한 고위층, 체제 반감 높은 계층 제외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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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3-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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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 병사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X(옛 트위터) 계정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 병사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X(옛 트위터) 계정

    “러시아에 파병된 대다수 북한군은 중간계층 출신으로 보인다.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가졌거나 남한 사상을 접한 이들, 반대로 평양 고위층 자녀를 파병 보냈을 개연성은 크지 않다. 지역으로 치면 평북·평남이나 함남, 황해도 출신이고, 계층으로 보면 평범한 노동당원의 자식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탈북민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성호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고위층 출신은 아닐 것이다. 부패가 만연한 북한 사회에선 고위층 자녀의 경우 군 복무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폭풍군단은 북한군에서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한 핵심 엘리트 부대다. 체력 조건 등 전투력은 물론,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심도 중요하게 볼 것이다. 파병 북한 장병들의 ‘성분’은 중상계급은 될 것이라고 본다.”(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백’ 있는 집안은 진단서 만들어 자녀 복무 면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성분’과 관련해 북한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충성심과 전투력이 입증된 ‘중간계층’ 자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엘리트 계층에서 남파 간첩 등 대외 공작원을 선발한 것과 달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대다수는 중간계층 출신일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 초유의 대규모 해외 파병에 따른 병력 확보 필요성과 위험성, 나아가 북한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북한은 출신·사회성분에 따라 거주지, 직업, 삶의 수준이 결정되는 철저한 계급사회다. 북한 당국이 어떤 출신의 장병을 러시아에 보냈는지는 파병 성격과 향후 전망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북한은 과거 대외 공작원을 핵심 계층 출신 엘리트로 충원했다. 김일성·김정일 등 김 씨 일가와 조선노동당에 대한 충성심이 커 ‘배신’할 염려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휴전선 일대 ‘전연부대’에도 믿을 만한 성분의 장병을 배치했다. 탈북민 출신인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은 “과거 북한 당국은 국가 안위에 중요한 휴전선 부대에는 주로 당 간부 자식들을 배치했다. 이들은 ‘적과의 최일선에서 싸운다’는 이유로 최고 대우를 받았고, 제대 후 학교 진학과 입당에도 유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한 2010년대 들어 경제적 이익 등 실용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이런 풍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게 김 소장의 분석이다. 최근 북한의 이른바 ‘백’ 있는 집안에선 질병을 핑계로 진단서를 만들어 자녀의 복무를 면제받는다고 한다. 고위층 자녀 사이에서 선호되는 군 복무지는 제대 후 보위부 등 권력기관 진출이 유리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병이나 뇌물을 받기에 용이한 국경경비대다. 특수부대는 대우가 좋은 편이지만 훈련 강도가 세서 고위층 출신은 대개 기피한다고 한다.

    현재까지 파병 북한군이 어떤 사회적 배경을 지녔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국내외 군·정보당국의 분석을 토대로 ‘폭풍군단’ 등 특수부대 위주로 파병됐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전선 투입 전까지 파병 장병과 그 가족에게 파병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고 한다. 자원(自願)이 아닌, 일방적 선발로 파병 부대를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특수부대는 체력·체격 등 전투력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성분은 비교적 덜 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당국이 파병 장병들에게 조선노동당 입당이나 대학 진학, 복무 기간 단축, 경제적 혜택 같은 유인책을 썼을 개연성이 있다”(박원곤 교수)는 분석을 내놨다.

    “‘의사 아들’ 북한군 포로는 한국과 달리 중간계층”

    파병 북한군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는 국내 한 언론이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 병사 2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우크라이나 군·정보당국이 전사한 북한 장병으로부터 입수한 파편적 유품 정도다. 국내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 2명은 정찰총국 소속 병사로 △모두 평양 출신이고 각각 △편모슬하에 선친은 의사였거나 △친가가 과학자 집안이라고 한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보도한 파병 북한군 분대 명단도 참고할 수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확보한 ‘2소대 2조(한국군 분대에 해당) 상세 명단’에는 대원 9명의 생년월일과 부모의 신원, 출신지 등이 적혀 있다. 이들의 부모는 사망했거나 노동자인 경우가 많았고 함경남북도 출신은 없는 게 특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파병 북한군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지성호 지사는 “북한 의사, 과학자의 사회적 지위는 한국 사회와는 전혀 다르다. 권력기관에 속한 당 고위 간부나 장사로 돈을 많이 번 집안과 달리, 중간계층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함북 출신인 지 지사는 이어서 “파병을 가족조차 알 수 없도록 비밀리에 진행한 점, 특정 지역 출신은 배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서 북한 정권이 굉장히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 러시아 파병에서 함북을 비롯해 국경 출신은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본래 함북 사람들이 북한에서도 성격이 센 편이다. 게다가 국경을 통해 탈북하는 사람도 많다. 탈북민 약 3만4000명 중 2만 명에 달하는 60%가 함북 출신이다. 탈북민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만난 함북 주민 중에선 ‘남한식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북한 정권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경우도 적잖았다. 국경이 가까워 외부 상황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당국이 함북 출신 병사를 파병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드라이브’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3월 11일(현지 시간) ‘30일 임시 휴전안’에 합의했다.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파병 북한군, 특히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장병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파병 북한군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김유니크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분석원은 “포로로 잡힌 북한군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심각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제법의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해 북한군 포로들에게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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