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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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 한국 고심 깊어지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1300㎞ 가스관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일본은 참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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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3-1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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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수송 기간 1주일로 단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3월 4일(현지 시간)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3월 4일(현지 시간)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4일(현지 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초대형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며 한 말이다. 일본은 이미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이지만, 천문학적 건설비와 혹독한 기후 등 복합적 위험 요인 때문에 한국 정부와 민간업계는 여전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최북단 지역 노스슬로프의 포인트톰슨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한 후 태평양과 접한 남쪽 니키스키 지역까지 수송해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지도 참고).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다. 노스슬로프에만 약 35조 입방피트(ft3·약 9911억㎥)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LNG로 환산하면 약 4억3000만t으로, 한국이 약 10년간 쓸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그간 미국은 방대한 천연가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가스를 수요지로 운반할 가스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개발하려면 알래스카 북부의 혹한을 뚫고 남부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에 이르는 가스관을 깔아야 한다.

    만약 알래스카 지역에 가스관이 깔리면 한국도 LNG 운송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LNG는 한국이 꼭 수입해야 하는 필수 에너지다. 대규모 매장지인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까지 LNG를 수송하려면 빨라도 3주가 걸린다. 알래스카에 가스관이 깔린다면 수송 기간은 1주일로 단축된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은 이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밝혔다. 2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사업 참여 의향을 전달했다.

    글로벌 빅오일도 떠난 프로젝트

    문제는 사업성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제안됐다. 당시 국제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수준(현재는 약 73달러)이라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미국 빅오일(거대 석유회사) 엑손모빌도 자회사를 세우고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미국발(發) ‘셰일가스 혁명’(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혁신)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다. 막대한 투자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엑손모빌은 2016년 사업에서 손을 뗐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

    천문학적인 건설비와 알래스카의 지리적 특성도 걸림돌이다. 가스관 건설에만 107억 달러(약 15조5000억 원), 전체 프로젝트 사업비로 450억 달러(약 65조 원)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잿값과 건설비용이 올라 LNG 시추 및 개발비용이 배로 뛰었다. 혹독한 기후 조건도 문제다. 알래스카는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다. 11월부터 3월까지 평균 기온이 영하 18℃ 이하로 떨어진다. 1년 중 절반은 땅이 얼어 공사할 수 없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한국가스공사는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회사 AGDC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적이 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이후 “최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했을 당시 합의한 국장급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자국 천연가스 생산을 늘려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천연가스는 석유와 달리 시추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지금도 한국은 중동·동남아시아 등 경제성이 충분한 곳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배운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국내 민간기업이 참여하기엔 무리”라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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