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현실 ‘걸스나이트’ 파티 분위기를 패러디한 폭스클럽. 인스타그램 폭스클럽 계정 캡처
#맛있는 음식 잔뜩 먹는 ‘돼지파티’
한때 Z세대 인스타그램은 #호캉스 해시태그로 가득했다. 호텔 객실에서 찍은 인증숏과 ‘호캉스 성지’ 추천 글이 쏟아졌다. 오마카세와 함께 허세 소비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Z세대에게 호캉스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었다. 경험 자체를 구매하는 즐거움이었다.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호캉스보다 가성비 좋고 더 재밌는 ‘걸스나이트’가 뜨고 있다. 걸스나이트는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시작된 문화다. 친한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 밤새 맛있는 걸 먹으면서 노는 파티를 뜻한다. 2023년부터 하나 둘 보이더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파티 초반엔 호캉스 같기도 하다. NJS(옛 뉴진스) 화보처럼 청량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배우 황정민·조승우·지진희 여행 짤에 가깝게 끝나곤 한다.
걸스나이트는 참석한 친구들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보통 친구 집이나 파티룸을 빌려 ‘돼지파티’로 불릴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는다. 각자 관심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빠질 수 없다. 최애 아이돌·배우를 소개하는 오타쿠 발표회를 열거나, 파티 콘셉트에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를 뽑기도 한다. 보려고 벼르던 영화를 같이 보며 취향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넘기다 보면 ‘걸스나잇’ ‘걸스나이트’라는 문구가 자주 보일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소소하지만 ‘빅잼’(빅 재미)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취향 가득한 걸스나이트를 기획해보자.

각종 인기 캐릭터로 디자인한 카라비너. 네이버 쇼핑몰 스위트랩 캡처
#암벽 탈 때 쓰는 걸 가방에?
카라비너는 원래 암벽 등반용 안전장비다. 클라이밍을 하지 않는다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Z세대 가방에서 카라비너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인다.
기존 카라비너는 은색 금속으로 된 단순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Z세대 카라비너는 컬러풀한 아크릴 소재로 제작된다. 모양도 다르다. 팬덤마다 상징하는 색과 동물이 있듯이, 아크릴 카라비너에도 이런 요소가 담긴다. 카라비너만 딱 봐도 “아, 저 사람 누구 팬이구나”라고 알아볼 수 있다. 체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키링 여러 개를 연결해 주렁주렁 달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백꾸(백팩 꾸미기) 완성도를 높이는 필수템이 된 것이다.
X(옛 트위터)와 자체 제작 플랫폼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Z세대가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가방에서 단번에 찾을 수 있을 만큼 더욱 흔해질지도 모른다.

밴드 엔플라잉 멤버 이승협이 출연한 ‘듣는 가전 ASMR’. 유튜브 채널 LG전자 캡처
#ASMR, 이렇게도 할 수 있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 유행한 지도 꽤 됐다. 이제는 새롭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기존 ASMR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 성공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LG전자다.
LG전자는 밴드 엔플라잉 멤버 이승협과 함께 ‘듣는 가전 ASMR’을 만들었다. 이 씨는 직접 작사·작곡한 자장가를 부른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포터블 스피커와 스탠바이미 설명서를 ASMR 스타일로 읽어준다. 설명서를 듣다 보면 제품 정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마케팅과 팬덤을 동시에 잡은 전략이다.
향수 브랜드 조말론도 ASMR을 감각적으로 변형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앰배서더인 배우 김수현과 함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에서 김 씨는 영국 해안을 콘셉트로 한 ASMR을 시도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잎이 스치는 소리를 들려주고 향수를 직접 뿌리는 소리도 담았다. 소리만으로 향을 상상하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금까지 ASMR은 특정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이 전부였다.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ASMR은 어딘가 신선하다. 목소리나 감각적인 물건 소리, 제품 설명을 결합해 몰입도를 높였다. 단순히 Z세대를 잠들게 하는 콘텐츠를 넘어 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브랜드와 ASMR의 컬래버레이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