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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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유독 취약한 K팝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3-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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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팬덤에서는 가끔씩 황당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곤 한다. GETTYIMAGES

    K팝 팬덤에서는 가끔씩 황당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곤 한다. GETTYIMAGES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K팝 팬덤을 살피다 보면 아주 가끔 ‘긴급 상황’이라고 호소하는 팬들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공연장에서 암표 구매자로 의심받았는데 도를 넘어선 증빙을 요구한다” “보안요원이 티켓을 찢어버렸다” “항의하던 팬이 폭행당하고 감금됐다” “욕설과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도 있다.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를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니 일단은 어안이 벙벙하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모순점이나 서사적 빈틈이 보이기도 한다. 얼마 지나면 흥분한 목소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가라앉는다. 지나서 보면 역시 너무 비상식적인 상황이라, 내용 대부분이 허위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K팝 팬덤은 자주 집단적으로 흥분한다. 그건 흠결이 아니다.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하는 것이 K팝 산업의 본질이니까. 하지만 아주 다양한 사람의 집합이 흥분해 있다 보면 때로는 조금 엇나가는 사람도 나온다. 거기에 휩쓸리는 이도 생긴다. 그래서 팬덤에서는 가끔씩 황당한 이야기들이 ‘중계’되기도 한다. 공연장 보안요원이 폭주했다는 이야기, 특정 그룹 남성 팬들이 여성 팬들을 괴롭히고 다닌다는 이야기, 아이돌이 위기에 처한 팬을 지키려 팔을 걷고 나섰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쯤 되면 사실 팬픽 범주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지는 ‘썰’이 되기도 한다. 어느 상상력 많은 팬이 지어낸, 조금은 낯간지럽고 황당무계한 이야기 말이다. 그것이 여러 사람에게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나가 살을 붙여가는 것은 일종의 공동 창작물로서 도시 전설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폭주하는 집단적 상상력의 원인

    이런 이야기들은 거의 다 휘발된다. 이 폭주하는 집단적 상상력이 법적으로 위험한 선에 자주 걸쳐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로는 이 같은 설들이 특정 아티스트나 그 팬덤에 지독한 불명예와 핍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결국 그 같은 흥분 상태가 ‘흑역사’처럼 느껴져 덮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팬덤의 도시 전설들을 익명화해서라도 어딘가에 수집해두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의 괴담이 학교나 군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처럼, 도시 전설이 태어나는 장소와 배경은 그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K팝의 어떤 현장은 왜, 간혹 존재하는 말을 지어내기 좋아하는 팬을 상상 속 절박함으로 내모는가. 동시에 왜 몇몇 동료는 그런 극단적 픽션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가. 그것이 혹여 반복된다면 이유는 뭔가. 이런 질문들은 던져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