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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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재에도 호황 누리는 北 나선특구

직격탄 맞은 신의주 사업물량 대거 이동…中, 대북 초강경 조치 추진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6-05-03 09: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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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4월 말 현재 북한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대북 사업가의 증언이 나왔다. 한편 중국 정부는 4월부터 북한 근로자의 중국 입국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데 이어 5월부터는 북한과의 임가공 무역을 중단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정부가 제재에 동참하면서 대북무역 중심지인 단둥은 된서리를 맞았다.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며 이뤄지던 북·중 교역은 크게 위축됐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이뤄지던 대북사업이 다른 지역에서 활로를 찾은 것. 바로 훈춘-나선특구다. 단둥-신의주에서 진행되던 사업 물량 상당 부분이 훈춘-나선특구로 이동하면서 이 지역 대북사업은 어느 때보다 호황을 맞고 있다고 두 지역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해온 중국인 A씨는 전했다. 훈춘-나선특구 라인의 대북사업은 단둥-신의주 라인보다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뭐 그런 걸 신고하려 하나?”

    나선과 훈춘 역시 대북제재 초창기에는 중국 측 사업가들이 철수를 검토할 정도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분주한 모습을 되찾고 있다. 제재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눈치를 보던 외국 기업들이 북측과 사업을 재개하기 시작한 것. 특히 단둥-신의주에서 진행되던 임가공 물량이 몰려들면서 나선특구나 그에 인접한 중국 훈춘-투먼지역에서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공장들은 웃돈까지 얹어줘 가며 일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나선특구 내부에서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항구가 있는 청진까지 일감을 나눠주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대북제재 초기 한미일 3국의 라벨을 부착하는 제품은 일절 불허한다고 엄포를 놓았던 북한 당국은 이후 돌변해 어느 나라의 주문이라도 환영한다며 두 팔을 벌리고 있다고 현지 사업가들은 전한다. 한때 외국 기업들의 주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북한이 대안으로 끌어들였던 대만 제품은 기존 기업의 주문이 회복되자 다시 찬밥 신세가 됐다는 것.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대만 기업이 주문하는 제품이 임가공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한미일과 유럽 기업들이 북한의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하던 대만 기업들을 몰아낸 셈이다.



    북한이 이처럼 제재를 뚫고 호황을 누리는 데는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과 합작 형태로 대북 비즈니스를 해오던 한 한국인 사업가는 기자에게 이와 관련한 동향을 전했다. 그 한 사례가 통일부의 대응 방식. 중국에서 중국법인 명의로 우회적으로 사업을 하는 한국인이 꽤 있는데, 이들 역시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의했더니 “뭐 그런 걸 신고하려 하느냐?”며 귀찮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대북사업을 계속해도 된다는 뜻이냐는 물음에는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한국 정부 실무 담당자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니 사업가들은 ‘제재는 총선용이었을 뿐 해오던 대로 사업을 지속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나선특구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호황’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변수도 있다. 중국이 초강경 대북제재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먼저 중국 정부는 4월부터 북한 근로자들의 자국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과 중국 정부는 2011년 처음으로 합법적인 북한 인력 송출에 관한 합의를 했고, 이에 따라 2012년 봄부터 북한 근로자들이 투먼과 훈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통상 3년 계약 조건으로 일해왔으므로 2013년 봄 중국에 나온 근로자들의 경우 올해 4월부터 계약 만기가 도래한다. 그간에는 이들의 귀국 시점에 맞춰 후임으로 일할 북한 인력을 받곤 했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이들 인력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투먼 북한공업단지 안에서 주로 일본 기업 제품을 생산해온 한 의류회사는 4월 북한 인력 60명가량이 3년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에 맞춰 70명 내외 인력을 새로 받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 이러한 소식은 투먼 내 다른 중국 기업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북한 근로자 800명이 일하는 한 회사는 1200명 규모의 추가 인력을 받기로 계약을 맺고 2015년 말 2만㎡ 대지에 공장까지 신설한 상태. 건물과 각종 기계설비 등 우리 돈을 기준으로 수백억 원이 들어간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북한 근로자를 통제하고 있으니 사업주 처지에서는 기가 막히는 상황인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 두 기업처럼 4월 이후 북한 근로자의 3년 근무 시한이 도래하는 공장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공장주들은 북한 근로자들의 입국이 불가능한 것이냐고 중국 당국에 거듭 문의하고 있지만, 당국은 “가능하긴 할 텐데 언제쯤 될지는 모르겠다, 기다려보라”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고 이들은 전한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중국 특유의 전략을 취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中, 5월부터 대북무역 중단 지시”

    나선특구에서 임가공 사업을 하는 A씨는 4월 중순 친하게 지내던 중국 지방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5월부터는 북한을 오가는 물품에 대해 전면 중단 조치가 있을 예정이니 나선특구 공장에 있는 물건들을 서둘러 빼내오라”는 내용이었다. 이 정부 관계자는 며칠 전 중앙정부가 북·중 접경지역 지방정부로 긴급 통보 문건을 내려보냈다며 귀띔해줬다. 문건 취지는 ‘중국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상황이니 각 지방정부는 성의를 다해 자체적으로 알아서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문건은 사실상 대북무역을 중단하라는 지시로 해석됐고,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5월부터 북한을 오가는 모든 물건을 통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러한 정보에 따라 A씨는 4월 중순부터 말까지 직원들을 수시로 나선특구로 보내 공장에 있는 물건을 모두 빼냈다. A씨는 중국 당국의 이러한 초강경 조치에 대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도 친분이 두터운 복수의 전·현직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예컨대 지린성의 전직 공안국장은 A씨에게 당분간 북한에 들어가지도 말라고 충고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초강경 조치에 분노한 북한이 봉쇄조치라도 내리면 중국인들이 나선특구에 억류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북·중 접경지역에 감도는 일촉즉발 이상 징후의 일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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