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의석 18곳의 분포는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16석, 당시 민주통합당 2석이던 것이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13석,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5석으로 바뀌었다. 외견상 새누리당 의석이 3석 줄고 더민주당 의석이 3석 늘었다. 그러나 단순히 의석이 줄고 늘어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용을 살펴보면 질적 변화가 도드라진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당선했던 조경태 의원은 20대 총선 직전 당적을 새누리당으로 옮겨 빨간 옷으로 갈아입고 출마했고, 19대 총선 때 부산사상에서 당선했던 문재인 의원은 20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내용적으로 부산에서 더민주당 후보들은 18 대 0 상황에서 출발한 것과 다를 바 없었던 셈이다. 더민주당이 당선인 5명을 배출한 이번 부산 총선 결과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부산 총선 결과에는 여야 없이 ‘니들 똑바로 하라. 제대로 안 하면 국물도 없다’는 경고와 심판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새누리당 후보라면 무조건 지지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유권자가 자신들의 주권의지를 명확히 천명하고 유권자로서 독립을 선언한 선거혁명, 시민혁명인 셈이죠.”
▼ 더민주당이 주요 지지기반이라는 호남에서는 참패했습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영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보여준 심리와 일맥상통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호남에서는 그동안 민주당 간판 달고 나오면 무조건 당선했는데. 이번에는 호남 유권자들이 ‘(당신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거죠. 총선에 출마한 호남 정치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뿐 아니라, 더민주당을 주도하는 세력에게도 그런 경고의 중의적 메시지를 함께 던진 것입니다. 이번 총선은 어느 정당도 승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선거입니다. 국민이 절묘하게 심판하고 승리한 선거인 거죠.”
김 당선인은 총선 직후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간동아’와 인터뷰한 4월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당무회의가 연거푸 열렸다. 이날 비대위에서 5월 3일 전당대회(전대) 개최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 더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를 한동안 유지해야 할 만큼 여전히 비상 상황인가요.
“비대위는 임무 2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하나는 총선을 치른 지도부로서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받들어 20대 원 구성을 잘하고, 20대 국회에서 관철해야 할 우리 당의 정책 노선과 목표를 확정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때까지 임시지도부로서 지도체제를 잘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 당내에서는 언제 어떻게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4월 27일) 비대위에서 ‘다음 주(5월 3일)에는 결론 내자’고 결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선인과 의원, 지역위원장, 지역별 당원 등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1주일 내 결정짓자고요.”
▼ 김종인 대표 추대론은 없던 일이 된 셈인가요.
“그렇죠.”
▼ 그럼 전대 시기가 7월이냐, 12월이냐로 압축된 셈이군요.
“정기국회 이전 전대를 치러 마무리하자는 의견과 올해 정기국회 때까지는 비대위체제로 가고 연말연초 정식 지도부를 뽑자는 2개 안이 있는 거죠.”
▼ 비대위원 사이에서는 어떤 의견이 더 많습니까.
“양론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 김 당선인의 개인적 생각은 어떻습니까.
“8월 말쯤에 지도부를 뽑는 전대를 여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6월 개원국회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7월부터 전대에 들어가 8월 말까지 마무리를 하면 양론이 다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직접 당권에 도전할 뜻은 없습니까.
“8년 만에 (국회에) 돌아왔는데, (의정활동) 준비를 더 충실히 할 생각입니다. 부산 유권자들이 혁명적 변화를 선택하신 뜻을 받드는 게 먼저고요. 우선적으로 부산 살리기, 크게는 지방 살리기를 위한 입법과 정책활동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여러 총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는데, 화제로 삼는 언론이 있는 거죠.”
▼ 이번 총선에 담긴 민의를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라고 한다면, 심판받은 정치권이 먼저 자성의 의미로 세비 삭감을 단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가 정상적이어서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으로 세비를 지급하고, ‘많이 받은 만큼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해도 될 문제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평상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은 어떤지 몰라도 부산에서 지역을 다녀보면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자영업자는 매상이 반 토막이 났다고 하고,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 중에는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이 많습니다. 청년들은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된 지 오래입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사회 양극화가 심화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큽니다. 거기에 남북관계 위기도 있고요. 최근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아직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은 자동차와 전자업종도 수년 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이 요구될 때, 사회문화를 바꿔내야 할 때 누가 이 작업을 하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하겠습니까. 그분은 경제 추락을 조장한 해법을 여전히 ‘경제 살리기’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여야가 타협해 국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국회가 국민에게 고통 분담과 구조조정을 요구하려면 국회가 먼저, 국회의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원들이 먼저 세비를 삭감해 고통 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국이란 항공모함이 비로소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회가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데, 국민을 설득하려면 국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건가요.
“무턱대고 세비 삭감을 얘기하면 자다 봉창 두드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제가 가진 문제의식은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경제 체질 개선이란 과제 수행을 앞둔 국회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희생을 분담하는 방법으로는 차기 국회에 의원 10%를 줄이는 것도 있겠죠. 하지만 세비 삭감은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죠.”
▼ 19대 국회는 논쟁만 있고 결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20대 국회가 달라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적대와 증오의 감정을 밑바탕에 깔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런 국회를 만든 주범은 대통령이고요. 대통령이 여당을 로봇이나 거수기처럼 여겼기에 그 연장선에서 공천파동이 나온 거고요. 여당이 대통령과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점에서 조율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당이 대통령의 하명을 받드는 거수기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으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죠. 여당과 대통령 사이에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있어야죠. 여야 간에는 물론, 청와대와 여당 간, 청와대와 야당 간에도 정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 듣기에는 이상적인데….
“현실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걸 못 해내면 위기에서 난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 결국 정치 복원의 시작은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아닙니다. 여당이 먼저 청와대로부터 독립해야죠. 여당이 청와대 하명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를 시작해야죠. 그래야 야당에 대해 발언권이 생기고,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야당과 실컷 얘기한 뒤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하면 무위로 돌아가는 일이 20대 국회에서도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죠.”
▼ 야당도 달라져야 할 텐데요.
“우리가 소수당이었을 때의 어려움과 처지를 잘 새겨 이번에는 거꾸로 소수당을 배려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겠죠. ‘우리 당의 주장은 한 글자도 못 고친다’ ‘100% 관철하겠다’는 태도는 곤란합니다. 청와대가 그래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심판받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죠.”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당체제에서는 ‘만날 싸우고 타협은 안 하더라’는 거부감이 3당 체제로 나타났습니다. 그 민의는 결국 ‘타협하라’ ‘싸우지 말고 절충하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어느 한 정당도 주도할 수 없는 총선 민의를 잘 받들려면 결국 토론과 타협, 절충과 합의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정론’을 제기합니다.
“연정은 민의를 배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정치를 추구하라는 총선 민의를 거부하거나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면 다시 심판받게 됩니다.”
▼ 20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뭔가요.
“두 가지 입법 과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양극화 문제예요.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등 3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본법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재정법 등 관련법을 고쳐 현재 2 대 8 수준의 지방재정을 3 대 7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지방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의 잠재력이 커져 더 좋은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김영춘 당선인이 경제사회 양극화 해소와 지방 발전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에 천착하게 된 데는 10여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 신자유주의 논쟁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추진하던 정책들을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하며 논쟁을 많이 했어요. 노 대통령이 ‘자본이 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데, 대안이 뭔데’라고 묻는데 쉽게 대답하기 어렵더군요. 대안을 찾아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중소기업 중심, 사람 중심 경제에서 해법을 찾아보려 시도했죠. 그런데 부산에 내려온 뒤 문제가 더 명징하게 보이더군요. 지난 10년간의 고민이 쌓여 이제 20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보려 합니다.”
양극화 해소, 지방 발전이란 두 가지 화두와 그에 대한 해법을 들고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3선 의원 김영춘 당선인. 그가 펼쳐 보일 새 정치가 한결 명료해 보인다.
호남 유권자가 던진 중의적 메시지
더민주당의 부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주역은 시당위원장으로 부산 선거를 진두지휘한 부산진갑 김영춘 당선인(사진). 김 당선인을 4월 2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만났다. 그는 총선 결과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이번 부산 총선 결과에는 여야 없이 ‘니들 똑바로 하라. 제대로 안 하면 국물도 없다’는 경고와 심판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새누리당 후보라면 무조건 지지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유권자가 자신들의 주권의지를 명확히 천명하고 유권자로서 독립을 선언한 선거혁명, 시민혁명인 셈이죠.”
▼ 더민주당이 주요 지지기반이라는 호남에서는 참패했습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영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보여준 심리와 일맥상통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호남에서는 그동안 민주당 간판 달고 나오면 무조건 당선했는데. 이번에는 호남 유권자들이 ‘(당신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거죠. 총선에 출마한 호남 정치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뿐 아니라, 더민주당을 주도하는 세력에게도 그런 경고의 중의적 메시지를 함께 던진 것입니다. 이번 총선은 어느 정당도 승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선거입니다. 국민이 절묘하게 심판하고 승리한 선거인 거죠.”
김 당선인은 총선 직후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간동아’와 인터뷰한 4월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당무회의가 연거푸 열렸다. 이날 비대위에서 5월 3일 전당대회(전대) 개최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 더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를 한동안 유지해야 할 만큼 여전히 비상 상황인가요.
“비대위는 임무 2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하나는 총선을 치른 지도부로서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받들어 20대 원 구성을 잘하고, 20대 국회에서 관철해야 할 우리 당의 정책 노선과 목표를 확정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때까지 임시지도부로서 지도체제를 잘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 당내에서는 언제 어떻게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4월 27일) 비대위에서 ‘다음 주(5월 3일)에는 결론 내자’고 결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선인과 의원, 지역위원장, 지역별 당원 등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1주일 내 결정짓자고요.”
▼ 김종인 대표 추대론은 없던 일이 된 셈인가요.
“그렇죠.”
▼ 그럼 전대 시기가 7월이냐, 12월이냐로 압축된 셈이군요.
“정기국회 이전 전대를 치러 마무리하자는 의견과 올해 정기국회 때까지는 비대위체제로 가고 연말연초 정식 지도부를 뽑자는 2개 안이 있는 거죠.”
▼ 비대위원 사이에서는 어떤 의견이 더 많습니까.
“양론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 김 당선인의 개인적 생각은 어떻습니까.
“8월 말쯤에 지도부를 뽑는 전대를 여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6월 개원국회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7월부터 전대에 들어가 8월 말까지 마무리를 하면 양론이 다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직접 당권에 도전할 뜻은 없습니까.
“8년 만에 (국회에) 돌아왔는데, (의정활동) 준비를 더 충실히 할 생각입니다. 부산 유권자들이 혁명적 변화를 선택하신 뜻을 받드는 게 먼저고요. 우선적으로 부산 살리기, 크게는 지방 살리기를 위한 입법과 정책활동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세비 30% 삭감 공약에 담긴 깊은 뜻
▼ 총선 때 제시한 세비 30% 삭감 공약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여러 총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는데, 화제로 삼는 언론이 있는 거죠.”
▼ 이번 총선에 담긴 민의를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라고 한다면, 심판받은 정치권이 먼저 자성의 의미로 세비 삭감을 단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가 정상적이어서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으로 세비를 지급하고, ‘많이 받은 만큼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해도 될 문제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평상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은 어떤지 몰라도 부산에서 지역을 다녀보면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자영업자는 매상이 반 토막이 났다고 하고,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 중에는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이 많습니다. 청년들은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된 지 오래입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사회 양극화가 심화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큽니다. 거기에 남북관계 위기도 있고요. 최근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아직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은 자동차와 전자업종도 수년 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이 요구될 때, 사회문화를 바꿔내야 할 때 누가 이 작업을 하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하겠습니까. 그분은 경제 추락을 조장한 해법을 여전히 ‘경제 살리기’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여야가 타협해 국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국회가 국민에게 고통 분담과 구조조정을 요구하려면 국회가 먼저, 국회의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원들이 먼저 세비를 삭감해 고통 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국이란 항공모함이 비로소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회가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데, 국민을 설득하려면 국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건가요.
“무턱대고 세비 삭감을 얘기하면 자다 봉창 두드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제가 가진 문제의식은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경제 체질 개선이란 과제 수행을 앞둔 국회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희생을 분담하는 방법으로는 차기 국회에 의원 10%를 줄이는 것도 있겠죠. 하지만 세비 삭감은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죠.”
▼ 19대 국회는 논쟁만 있고 결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20대 국회가 달라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적대와 증오의 감정을 밑바탕에 깔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런 국회를 만든 주범은 대통령이고요. 대통령이 여당을 로봇이나 거수기처럼 여겼기에 그 연장선에서 공천파동이 나온 거고요. 여당이 대통령과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점에서 조율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당이 대통령의 하명을 받드는 거수기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으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죠. 여당과 대통령 사이에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있어야죠. 여야 간에는 물론, 청와대와 여당 간, 청와대와 야당 간에도 정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 듣기에는 이상적인데….
“현실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걸 못 해내면 위기에서 난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 결국 정치 복원의 시작은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아닙니다. 여당이 먼저 청와대로부터 독립해야죠. 여당이 청와대 하명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를 시작해야죠. 그래야 야당에 대해 발언권이 생기고,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야당과 실컷 얘기한 뒤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하면 무위로 돌아가는 일이 20대 국회에서도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죠.”
▼ 야당도 달라져야 할 텐데요.
“우리가 소수당이었을 때의 어려움과 처지를 잘 새겨 이번에는 거꾸로 소수당을 배려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겠죠. ‘우리 당의 주장은 한 글자도 못 고친다’ ‘100% 관철하겠다’는 태도는 곤란합니다. 청와대가 그래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심판받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죠.”
토론과 타협, 절충과 합의
▼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원내 3당 체제를 추인했는데, 그 의미가 뭐라고 봅니까.“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당체제에서는 ‘만날 싸우고 타협은 안 하더라’는 거부감이 3당 체제로 나타났습니다. 그 민의는 결국 ‘타협하라’ ‘싸우지 말고 절충하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어느 한 정당도 주도할 수 없는 총선 민의를 잘 받들려면 결국 토론과 타협, 절충과 합의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정론’을 제기합니다.
“연정은 민의를 배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정치를 추구하라는 총선 민의를 거부하거나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면 다시 심판받게 됩니다.”
▼ 20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뭔가요.
“두 가지 입법 과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양극화 문제예요.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등 3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본법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재정법 등 관련법을 고쳐 현재 2 대 8 수준의 지방재정을 3 대 7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지방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의 잠재력이 커져 더 좋은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김영춘 당선인이 경제사회 양극화 해소와 지방 발전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에 천착하게 된 데는 10여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 신자유주의 논쟁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추진하던 정책들을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하며 논쟁을 많이 했어요. 노 대통령이 ‘자본이 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데, 대안이 뭔데’라고 묻는데 쉽게 대답하기 어렵더군요. 대안을 찾아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중소기업 중심, 사람 중심 경제에서 해법을 찾아보려 시도했죠. 그런데 부산에 내려온 뒤 문제가 더 명징하게 보이더군요. 지난 10년간의 고민이 쌓여 이제 20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보려 합니다.”
양극화 해소, 지방 발전이란 두 가지 화두와 그에 대한 해법을 들고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3선 의원 김영춘 당선인. 그가 펼쳐 보일 새 정치가 한결 명료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