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심 결집하겠지만…”
이 후보 역시 지지율이 반등하며 윤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다. 지지율 상승의 1등 공신은 호남 유권자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8.8%p 상승했다. 다만 TK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과제로 남았다. 이 후보 측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을 통해 호남 민심을 결집하는 한편, TK를 향한 구애도 적극적으로 펼치며 대응할 계획이다. 경북 안동시에서 태어난 이 후보는 “최초의 TK 출신 민주당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텃밭설’이 점차 옛말이 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을 향한 호남의 지지와 국민의힘을 향한 영남의 지지가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TK와 호남 지지율이 결집할 테지만, 강도는 이전보다 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TK에서 80% 이상 지지율을 얻은 반면, 광주·전남에서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사례는 더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에 대한 기억은 점차 옅어지므로 지역주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세대포위론’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세대포위론은 전통적 보수 정당 지지그룹인 60대 이상 시민의 지지에 2030세대의 지지를 더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발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대남’ 지지율을 72.5%까지 끌어올리며 승리한 바 있다. 이 대표는 2월 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호남의 20대와 영남의 20대가 하는 고민은 아마 비슷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지역 간 어떤 알력이나 증오를 키우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표심을 끌어당겨 호남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호남에서 ‘이대남’만 정권재창출론에서 이탈”
민주당은 “국민 갈라치기를 멈춰야 한다”며 세대포위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1월 24일 경기 이천시 거리 유세 현장에서 “분열과 증오를 이용해 4050세대를 포위해 이겨보자는 세대포위론이 말이 되는 소리냐”며 “국민을 편 갈라서 싸우게 하고 증오하게 해 표를 얻으면 정치가 아니라 망국 행위”라고 지적했다.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세대포위론이 문제가 있는 선거 전략이긴 하지만 민주당 역시 2030세대를 끌어당길 수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선거 결과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을 지도부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의 이런 변화는 지역주의 약화와 이대남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호남 민심 흐름은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정권재창출론이 강하지만 이대남만 예외”라며 “지역색보다 세대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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