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설화수의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 [구희언 기자]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설화수의 윤조 에센스는 ‘10초에 1개씩 판매되는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아모레퍼시픽의 스테디셀러다. 2008년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하며 국내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매출 2조 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에 따르면 10병 넘게 산 소비자만 40만 명으로, ‘기초 제품 유목민’이 많기로 유명한 화장품업계에서 이 정도 충성 고객은 흔치 않다.
오랜 세월 꾸준히 판매되면서 패키징도 여러 번 바뀌었다. 가장 최근 나온 건 2022년을 맞아 금빛 호랑이를 새긴 호랑이 에디션이다. 여기에 더해 화장대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고전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백자 에디션이 유명하다. 특히 백자 에디션은 오직 오프라인 매장 한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자리한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이다.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서울 압구정동 도산대로와 북촌 두 곳에 있는데, 두 곳은 인테리어 콘셉트부터 파는 제품까지 확연히 다르다. 현대적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도산점에서는 등불(lantern)에서 영감을 받은 ‘윤조 에센스 랜턴 컬렉션(60㎖ 9만 7000원, 120㎖ 16만 원)’을, 고즈넉한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는 ‘윤조 에센스 백자 에디션(90㎖ 13만 원)’을 살 수 있다. 충성 고객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판매 전략인 셈이다.
‘설화수의 집’에서만 살 수 있는 윤조 에센스 백자 에디션. [구희언 기자]
오직 여기서만 판다
‘단장실’에는 한국의 미를 재해석한 화장품과 소품이 전시돼 있다. [구희언 기자]
기자가 간 날 방문객은 모두 혼자 온 여성이었다. 설화수의 집과 오설록 티하우스 양쪽에서 쇼핑백을 손에 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설화수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나왔다. 공간이 연결돼 있다 보니 사진도 찍고 쇼핑을 한 뒤, 카페에서 북촌 풍경을 바라보며 차와 디저트를 즐기고 나오는 식이다.
설화수의 집은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설화수 제품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한옥에 들어서면 ‘응접실’에서 직원 응대가 시작된다. 카카오플러스친구를 추가하면 웰컴 디저트로 포장이 고급스러운 인삼 달고나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도예가 작업실을 구현해놓은 공간인 ‘공작실’에서는 설화수의 대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소품으로 표현한 ‘미전실’과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메이크업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단장실’이 연결돼 있다. 노리개 같은 장식 술이 달린 쿠션 팩트와 문방사우 붓 모양으로 만들어 걸어둔 화장품 브러시가 눈에 띄었다. 아쉽게도 파는 제품은 아니라고.
한옥과 중정(中庭)으로 연결된 양옥에 들어서자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용 상품과 포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리테일 공간이 나왔다. ‘지함보’(지혜를 담은 함과 보자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통 보자기로 제품을 포장해준다. 좀 더 ‘있어 보이는’ 선물을 원한다면 이용해볼 만하다.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나를 위한 선물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품 체험은 ‘부띠끄 원’과 ‘부띠끄 윤’에서 가능하다. 직원이 먼저 와서 제품을 권하는 일은 없으니 매장 직원 울렁증이 있는 사람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쇼핑 후 차 한 잔
‘설화살롱’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다. [구희언 기자]
설화수의 집을 다 둘러봤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다른 곳으로 가거나 설화정원과 연결된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 오설록 티하우스는 아모레퍼시픽의 43개 브랜드 중 유일한 ‘티 컬처’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한다. 티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취향에 맞는 잎차를 소분해 살 수도 있다. 북촌 느낌이 물씬 나는 기와 무늬 녹차 찰 와플 플레이트와 4색 디핑 라이스 디저트 등을 맛볼 수 있다. 무알코올 칵테일도 판다. 기자가 자리를 뜰 즈음 설화수의 집을 둘러보고 온 모녀 손님이 사이좋게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디저트를 주문했다.
다른 데서는 못 구하는 백자 에디션 제품을 사고 싶거나, 북촌에 온 김에 ‘호객’ 행위 없는 조용한 뷰티 숍을 구경하고 싶다면 이 한옥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