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를 결심(?)한 이유는 부패한 시체의 흔적을 지워주는 특수청소부 김석훈 씨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이런 게 기사가 되겠느냐”며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들은 고독사(孤獨死) 사례는 안타까웠습니다. 홀몸노인이 세상사를 체념한 듯, 초월한 듯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누구보다 애절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찾아오고 들어주는 이 하나 없으니 종이와 펜만 있으면 “아들아, 딸아”로 시작하는 글을 적어 둡니다.
고독사의 실상은 참혹합니다. 망자의 시신은 빠르게 썩어갑니다. 창문을 열어놓는 여름에는 파리가 시신에 알을 까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문을 닫고 보일러를 틀어놓는 겨울에는 부패하는 속도가 빨라 3~4일이면 시신이 끔찍하게 변합니다. 한 노인은 숨진 뒤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팔 한쪽을 뜯어먹히기도 했습니다. 망자는 구더기가 살을 파먹는 고통을 느낄 수 없겠지만, 이건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망자에게 번듯한 장례식을 못 치러 주더라도 최소한의 명예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고독死 막는 처방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3/21/201103210500002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