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얻어먹어도 껄끄러운 사람들과 만남 지속 비판 목소리 청취
한 모금 마셨는데 이미 머그잔에 담긴 아이스커피가 절반가량 없어졌다. 머쓱한 듯, 부산 삼광사에서 열린 ‘G20 성공기원 법회’에 참석하고 곧장 서울로 올라오면서 물 한 잔 못 마셨다며 웃었다.
요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성권(42)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이 신설되면서 시민사회비서관에 임명된 인물. 그동안 이명박(MB) 정부가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만큼 그의 임무는 막중하다. 정부와 껄끄러운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창구가 돼야 하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단체에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어깨에 힘주는’ 여느 비서관과 달리 바짝 엎드려야 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보수단체는 ‘좌파단체를 왜 만나느냐’고 반발하고, 진보단체는 ‘우리 편이 아니다’며 냉담해하면 난처하다. 지난 9월 그가 참여연대 창립 16주년 기념 후원회에 참석하자 일부 보수단체는 ‘정체성’을 들고 나와 그를 공격했다.
그는 “소통 담당자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하기 힘들지만, 전국의 사찰 위치와 주지 스님 법명을 거의 다 외웠다”며 웃는다. 그를 11월 1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 정부와 껄끄러운 종교계, 시민단체와 만나고 있는데.
“시민을 일일이 다 접촉할 수 없으니, 영역별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종교계 인사를 만나고 있다. 그들에게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지난달부터는 전국을 돌며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분들도 청와대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다고 말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를 미리 막을 수 있고 다양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 이명박 정부의 약점을 커버하는 ‘MB 특공대’라는 평가도 있다.
“특공대?(웃음) 환경운동엽합 등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나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만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그들에게도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사실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사회통합수석실을 신설한 것 아닌가. 우리는 필드 조직이니까 정부의 특공대나 효자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다.”
이 비서관은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부산 진을)을 지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다. 18대 선거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KOTRA 감사를 거쳐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의원 출신에 40대 초반의 나이, 그리고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지낸 만큼 현 정부와 시민단체의 가교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 9월 7일 참여연대 후원회에 참석해 보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시민단체와 소통을 담당하는 비서관으로서 그 단체의 잔칫날에 가서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라고 해도 부담감은 없었다.”
▼ 보수단체는 그 일을 놓고 정권의 정체성과 연결한다.
“소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하기 힘들다. 보수단체 분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비판받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 쪽도 우리가 자기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든 좌든 똑같은 국민이고, 우리는 가리지 않고 만날 뿐이다. 물리적인 전쟁을 하더라도 항상 물밑 협상을 한다. 무기를 들고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나누겠다는 거 아닌가. 여당 국회의원도 야당 국회의원 후원회에 참석하고…. 지지와 후원은 분명 다르다. 다만 반체제 단체나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는다.”
▼ G20에 비판적인 단체들과도 만나나.
“G20 회의는 정상회의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에 (G20에 비판적인 81개 단체가 모인) ‘G20 대응 민중행동’을 만났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었고 정부의 계획도 설명했다. 그들의 요구사항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
▼ 요구사항이 뭔가.
“….”
그는 깍지를 끼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말해도 되나’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G20 주요 의제에 대한 토론회, G20 기간 중 집회와 거리행진 보장, 회의장 안 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접근 허가’가 핵심 요구사항이다. 10월 20일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정부도 설명을 했다. 집회도 장소를 둘러싸고 이견은 있지만 NGO(비정부기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행사장 밖에서 보장해주기로 잠정 결정했다. 정부로선 부담이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성숙하기 때문에 폭력시위는 없을 것으로 본다. 미디어센터 내 브리핑 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G20 대응 민중행동 등에 집회를 허가한다면 정부로서도 부담일 수 있는데.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고립과 배제는 위험한 전략이다. 소통과 포용이 국가전략의 핵심이다. 일부에선 고립과 배제 전략을 쓰라고 하는데, 국가운영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 그래서 김두관 지사와도 만났나.
“추석 전과 최근 두 차례 만났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김 지사는 4대강 사업을 대운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 높이가 6m 이상 되면 대운하 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강 하류로 갈수록 물 담는 그릇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 높이는 상류와 하류가 다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국가사업을 경남도가 사업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데 대해서는 경남도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도 김 지사와 만났다. 정부는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합리적인 대화를 했으면 한다. 양쪽 다 어려운 상황이다.”
▼ 불교계와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불교 27개 주요 종단협의회 소속 지도자들과 수시로 만나고 얘기한다.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장응철 경산종법사를 만났는데, 그분은 ‘공정사회’에 대해 극찬했다. 그런 걸 정신적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공정사회 만드는 데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웃 종교(타 종교)와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인내하고 자비심을 발휘하는 불교계가 갈등을 확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오늘 부산 삼광사에서 열린 ‘G20 성공개최 기원 법회’처럼 종교계가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성숙된 모습을 많이 보여줘 고맙게 생각한다. 기독교계는 16개 시도에서 성공개최 기도회를 열고 있고 천주교에서도 최근 기도회를 열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자주 끊겼다. 시민단체와 불교계 인사가 어림잡아 20분 간격으로 그에게 전화를 했고 그는 열심히 메모를 했다. 그의 수첩에는 ‘○○ 보살님, ○○ 주지스님 5명 내일 오후 미팅’ ‘강원 간담회 ○○명 참석’이라고 쓰여 있었다.
▼ 불교계의 민원이 많은 것 같다.
“종교를 떠나 불교는 이 땅에서 1600년의 역사를 함께해오지 않았나. 불교사찰 대부분이 문화재여서 사찰 보존 문제나 진입로 문제 등 민원은 다양하다.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부처에 연락해 가부를 알려준다.”
▼ 전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어떤가.
“중앙의 시민단체와 달리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역의 어젠다를 말한다. 지난달 광주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할 때는 영산강 살리기, 연구개발(R·D) 특구 신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부산, 강원 지역에서도 간담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청와대에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족하다.”
한 모금 마셨는데 이미 머그잔에 담긴 아이스커피가 절반가량 없어졌다. 머쓱한 듯, 부산 삼광사에서 열린 ‘G20 성공기원 법회’에 참석하고 곧장 서울로 올라오면서 물 한 잔 못 마셨다며 웃었다.
요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성권(42)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이 신설되면서 시민사회비서관에 임명된 인물. 그동안 이명박(MB) 정부가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만큼 그의 임무는 막중하다. 정부와 껄끄러운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창구가 돼야 하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단체에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어깨에 힘주는’ 여느 비서관과 달리 바짝 엎드려야 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보수단체는 ‘좌파단체를 왜 만나느냐’고 반발하고, 진보단체는 ‘우리 편이 아니다’며 냉담해하면 난처하다. 지난 9월 그가 참여연대 창립 16주년 기념 후원회에 참석하자 일부 보수단체는 ‘정체성’을 들고 나와 그를 공격했다.
그는 “소통 담당자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하기 힘들지만, 전국의 사찰 위치와 주지 스님 법명을 거의 다 외웠다”며 웃는다. 그를 11월 1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 정부와 껄끄러운 종교계, 시민단체와 만나고 있는데.
“시민을 일일이 다 접촉할 수 없으니, 영역별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종교계 인사를 만나고 있다. 그들에게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지난달부터는 전국을 돌며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분들도 청와대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다고 말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를 미리 막을 수 있고 다양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 이명박 정부의 약점을 커버하는 ‘MB 특공대’라는 평가도 있다.
“특공대?(웃음) 환경운동엽합 등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나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만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그들에게도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사실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사회통합수석실을 신설한 것 아닌가. 우리는 필드 조직이니까 정부의 특공대나 효자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다.”
이 비서관은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부산 진을)을 지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다. 18대 선거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KOTRA 감사를 거쳐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의원 출신에 40대 초반의 나이, 그리고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지낸 만큼 현 정부와 시민단체의 가교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 9월 7일 참여연대 후원회에 참석해 보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시민단체와 소통을 담당하는 비서관으로서 그 단체의 잔칫날에 가서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라고 해도 부담감은 없었다.”
▼ 보수단체는 그 일을 놓고 정권의 정체성과 연결한다.
“소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하기 힘들다. 보수단체 분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비판받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 쪽도 우리가 자기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든 좌든 똑같은 국민이고, 우리는 가리지 않고 만날 뿐이다. 물리적인 전쟁을 하더라도 항상 물밑 협상을 한다. 무기를 들고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나누겠다는 거 아닌가. 여당 국회의원도 야당 국회의원 후원회에 참석하고…. 지지와 후원은 분명 다르다. 다만 반체제 단체나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는다.”
▼ G20에 비판적인 단체들과도 만나나.
“G20 회의는 정상회의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에 (G20에 비판적인 81개 단체가 모인) ‘G20 대응 민중행동’을 만났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었고 정부의 계획도 설명했다. 그들의 요구사항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
▼ 요구사항이 뭔가.
“….”
그는 깍지를 끼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말해도 되나’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G20 주요 의제에 대한 토론회, G20 기간 중 집회와 거리행진 보장, 회의장 안 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접근 허가’가 핵심 요구사항이다. 10월 20일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정부도 설명을 했다. 집회도 장소를 둘러싸고 이견은 있지만 NGO(비정부기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행사장 밖에서 보장해주기로 잠정 결정했다. 정부로선 부담이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성숙하기 때문에 폭력시위는 없을 것으로 본다. 미디어센터 내 브리핑 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0월 21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 시민단체 간담회에 참석한 이성권 비서관. 앞서 9월 4일에는 충남 공주시 마곡사에서 진행된 ‘템플 스테이’에도 참여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고립과 배제는 위험한 전략이다. 소통과 포용이 국가전략의 핵심이다. 일부에선 고립과 배제 전략을 쓰라고 하는데, 국가운영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 그래서 김두관 지사와도 만났나.
“추석 전과 최근 두 차례 만났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김 지사는 4대강 사업을 대운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 높이가 6m 이상 되면 대운하 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강 하류로 갈수록 물 담는 그릇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 높이는 상류와 하류가 다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국가사업을 경남도가 사업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데 대해서는 경남도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도 김 지사와 만났다. 정부는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합리적인 대화를 했으면 한다. 양쪽 다 어려운 상황이다.”
▼ 불교계와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불교 27개 주요 종단협의회 소속 지도자들과 수시로 만나고 얘기한다.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장응철 경산종법사를 만났는데, 그분은 ‘공정사회’에 대해 극찬했다. 그런 걸 정신적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공정사회 만드는 데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웃 종교(타 종교)와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인내하고 자비심을 발휘하는 불교계가 갈등을 확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오늘 부산 삼광사에서 열린 ‘G20 성공개최 기원 법회’처럼 종교계가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성숙된 모습을 많이 보여줘 고맙게 생각한다. 기독교계는 16개 시도에서 성공개최 기도회를 열고 있고 천주교에서도 최근 기도회를 열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자주 끊겼다. 시민단체와 불교계 인사가 어림잡아 20분 간격으로 그에게 전화를 했고 그는 열심히 메모를 했다. 그의 수첩에는 ‘○○ 보살님, ○○ 주지스님 5명 내일 오후 미팅’ ‘강원 간담회 ○○명 참석’이라고 쓰여 있었다.
▼ 불교계의 민원이 많은 것 같다.
“종교를 떠나 불교는 이 땅에서 1600년의 역사를 함께해오지 않았나. 불교사찰 대부분이 문화재여서 사찰 보존 문제나 진입로 문제 등 민원은 다양하다.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부처에 연락해 가부를 알려준다.”
▼ 전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어떤가.
“중앙의 시민단체와 달리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역의 어젠다를 말한다. 지난달 광주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할 때는 영산강 살리기, 연구개발(R·D) 특구 신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부산, 강원 지역에서도 간담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청와대에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