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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플라멩코협회의 롤라 장(39) 회장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플라멩코극 ‘집시의 영혼 플라멩코’로 탄생시켰다. 공연은 한·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6월 12, 13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다. 2008년 초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 그는 예술감독이면서 주인공 카르멘 역도 맡았다. 스페인 최고 무용단인 ‘안토니오 카날레스’에서 활동 중인 파블로 프라일이 남자 주인공인 호세 역을 맡는 등 스페인 현지 무용수도 대거 참여했다.
플라멩코(flamenco)는 15세기 중엽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흘러들어온 집시들과 당시 이 지역을 점령했던 아랍계인 모르족의 문화가 한데 섞여 즉흥적 예술로 발달했다. 플라멩코의 어원은 불꽃을 뜻하는 ‘flama’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아라비아어인 felag(농부), mengu(도망자 또는 피난민)를 잘못 발음한 데서 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플라멩코는 안달루시아의 집시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화려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플라멩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춤 중간중간에 넣는 추임새다. 올레(ole·잘한다), 보니타(bonita·예쁘다), 구아포(guapo·멋있다) 등을 외치며 무용수들의 흥을 돋아준다.
“관객이 추임새를 하면, 막 흥이 넘쳐나요. 아주 신이 나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 관객은 아직 어색해해요. 흥이 나면 소리도 지르고 함께 박수치면 좋겠는데, 마치 클래식 공연 보듯 점잖아요. 아쉽지만, 좀 더 플라멩코가 알려진다면 관객의 반응도 달라지겠죠(웃음).”
그가 처음으로 플라멩코를 접한 건 초등학교 때. 스페인에 이민을 간 아버지의 친구가 플라멩코에 쓰이는 부채와 캐스터네츠를 선물해주면서 집시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플라멩코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것.
“그때부터 막연히 ‘나는 플라멩코 무용수가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거울 앞에서 혼자 부채와 캐스터네츠를 들고 춤을 추기도 했죠. 부모님은 제가 ‘조신하게’ 피아노를 전공하길 바라셨고 그 뜻을 따랐지만, 전 악보를 보면서도 플라멩코를 동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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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는 혼을 표현해야 해요. 아무리 훌륭한 외모의 무용수가 깔끔하게 잘 춰도 혼이 느껴지지 않으면 좋은 춤이 아니에요. 다른 춤은 보통 남자가 리드하지만, 플라멩코는 여성 혼자서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죠. 또 노출은 없지만, 은근히 섹시해요. 마치 영혼의 누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런 해방감을 더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