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53) 의원의 역습은 빨랐다.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아 선거 기획을 총괄했던 정 의원. 선거 패배에 따른 잇따른 쇄신 요구 속에서 정 의원은 6월 15일 차기 당 대표 경선 후보 중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명분은 ‘보수혁신’. 선거 책임자로서의 자숙보다는 “당 대표 경선에서 심판받겠다”며 정면승부를 택했다.
마침 전날 이명박(MB)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젊고 활력 있는 당”을 주문한 터라 ‘50대 초반에 재선, MB 직계‘ 의원의 ‘맞장구’는 눈길을 끌었다. 6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아파트에서 그를 만났다.
당권주자 중 첫 스타트였다.
“지방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이대로 가면 재집권은 물론이고 몇십 년간 보수정권이 들어설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기회에 철저히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야만 민심을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7월 14일)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그 생각(당 대표 경선 출마)이 났다. 세대교체로 기득권 이미지를 벗고 보수혁신을 해야 민심이 온다. 책임지고 전대 나가 당을 바꾸겠다.”
보수혁신?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세대교체는 물리적 나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시대적인 사고를 하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내걸어야 한다. 보수는 권리만 누리고 의무와 책임은 등한시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특정 단체장의 당선이 어렵다고 지도부가 유세 다녀오면 지지도가 올라가나? 이것도 아날로그적인 관행과 사고다. 벗어나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경선 과정에서 밝히겠다. ”
6월 15일 출마 선언을 하기 전날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요구했다. 사전 교감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푸른 하늘이 서로 교감해야 푸른 하늘인가? 누구나 세대교체나 보수혁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선거 끝나고 6월 5일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10일 퇴원했다. 마침 이사를 해서 집 정리를 하며 쉬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아무 변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집중적으로 몰아쳤다.”
6월 14일 대통령 연설이 있고 난 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출마를 논의하지 않았나?
“이 위원장뿐 아니라 여러 선배와 두루 상의를 했다.”
대화 내용은?
“…뭐.”
정 의원은 짧은 시간 침묵을 지켰다. 기자가 “‘잘해봐라’는 덕담 수준인가”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 이후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쇄신모임이 잇따랐는데.
“세대교체, 보수혁신에 대한 인식은 누구나 정신만 차리면 떠올릴 수 있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당은 당대로 혁신하면 된다. 당에서 청와대에 쇄신 요구를 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대통령이라고 그런 생각 안 했겠나.”
선거 전에는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당에서 나만큼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한 사람은 없다. 나는 ‘워치독(Watchdog)’ 노릇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어렵다고 분명히 말했다.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달랐다. 왜 그런가? 요즘 유치원 아이들도 휴대전화 쓰는데 집전화로 ARS 조사를 한 여론조사 결과는 10~15% ‘디스카운트’하는 게 맞다. 역대 선거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당시 ‘이번 선거는 위험하다’고 했더니 모두 ‘엄살’이라고 했다. 미치겠더라. 여유롭게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에 ‘마취효과’를 불러왔다. 당 공천도 절실하지 않았고, 당선 가능성보다는 자기 사람 위주로 했다고 본다(정 의원은 4월 26일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경기지사 외에는 모두 박빙 열세라고 분석했다).”
당의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서 선거 책임도 있지 않나.
“결과적으로 패배했으니까 잘못한 거다.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졌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우리 당에서 선거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나. 전대는 미래를 위한 대회다. 과거에 대한 과오나 비판은 출마해서 평가를 받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뒷짐 지고 있던 사람만 나와야 하나.”
‘기획통’으로서 ‘전대 기획’은 빨랐던 것 같다.
“(웃음) 나는 전략통, 기획통이 아니다. 어느새 그렇게 돼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좋은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내면 그 사람 아이디어라고 실명을 거론한다. 직접 데리고 와서 얘기하라고도 한다. 그러니 자연히 주변에 전략 전문가가 많이 모이고 아이디어를 준다. 내가 볼 때 나는 ‘현장 전투형’이다. 숙제 내주면 싸우는 건 잘한다. 당에서도 양지(陽地)만 가려 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는데 ‘전투형’이라….”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 사유화’ 논란을 염두에 둔 말인가.
정 의원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의 공천 반납을 요구하고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다 지나간 얘기이고…. (이 의원이) 2선 후퇴해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죄송하다. 이 의원도 능력과 경륜을 펼쳐보고 싶지 않겠나. 일부에선 그 일을 권력투쟁으로 보지만 (인척 문제는) 조선시대 정치학에도 있지 않나. (인척 개입으로 인한 폐해 등)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는 2012년 총선 공천에서 영향력이 크다.
“공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치판에서 보니 공사 구분이나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내가 봐도 경쟁력 없는데 친분으로 공천하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된다. 너무 편한 데서 정치하는 것도 문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정치다. 강남이나 서초에서 (정치)하라면 안 한다. 물론 이번 전대 지도부가 2년 임기를 채운다는 보장도 없고, 공천이 당 대표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전대임은 분명하다. 이런데도 맥없이 진행되면 국민이 관심을 가지겠나.”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요구하나?
“박 전 대표는 물론 이재오 위원장 모두 나와야 한다. ‘실세화’된 전대가 돼야 국민이 관심을 갖는다. 그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의 장으로 만들 수 있고, 신뢰를 받을 수도 있다. 좋은 기회인데 안타깝다.”
그동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보수 교육감 후보의 득표력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변에서도 ‘꼴보수 이미지’가 생긴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웃음). 이번 선거에서 우파 교육감이 진 것은 후보 난립 때문이다. 전교조는 좌파라서 문제가 아니라 친북 활동을 해서 문제 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북한의 주장과 같다. 여기에 전교조는 사회를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한다. 흑백논리다. 한나라당은 나쁘니까 당원은 좋은 아빠, 좋은 이웃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그렇지 한나라당 당원도 좋은 이웃, 좋은 아빠다. 우리 사회가 갈등구조 속에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
마침 전날 이명박(MB)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젊고 활력 있는 당”을 주문한 터라 ‘50대 초반에 재선, MB 직계‘ 의원의 ‘맞장구’는 눈길을 끌었다. 6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아파트에서 그를 만났다.
당권주자 중 첫 스타트였다.
“지방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이대로 가면 재집권은 물론이고 몇십 년간 보수정권이 들어설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기회에 철저히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야만 민심을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7월 14일)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그 생각(당 대표 경선 출마)이 났다. 세대교체로 기득권 이미지를 벗고 보수혁신을 해야 민심이 온다. 책임지고 전대 나가 당을 바꾸겠다.”
보수혁신?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세대교체는 물리적 나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시대적인 사고를 하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내걸어야 한다. 보수는 권리만 누리고 의무와 책임은 등한시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특정 단체장의 당선이 어렵다고 지도부가 유세 다녀오면 지지도가 올라가나? 이것도 아날로그적인 관행과 사고다. 벗어나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경선 과정에서 밝히겠다. ”
6월 15일 출마 선언을 하기 전날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요구했다. 사전 교감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푸른 하늘이 서로 교감해야 푸른 하늘인가? 누구나 세대교체나 보수혁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선거 끝나고 6월 5일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10일 퇴원했다. 마침 이사를 해서 집 정리를 하며 쉬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아무 변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집중적으로 몰아쳤다.”
6월 14일 대통령 연설이 있고 난 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출마를 논의하지 않았나?
“이 위원장뿐 아니라 여러 선배와 두루 상의를 했다.”
대화 내용은?
“…뭐.”
정 의원은 짧은 시간 침묵을 지켰다. 기자가 “‘잘해봐라’는 덕담 수준인가”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 이후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쇄신모임이 잇따랐는데.
“세대교체, 보수혁신에 대한 인식은 누구나 정신만 차리면 떠올릴 수 있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당은 당대로 혁신하면 된다. 당에서 청와대에 쇄신 요구를 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대통령이라고 그런 생각 안 했겠나.”
선거 전에는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당에서 나만큼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한 사람은 없다. 나는 ‘워치독(Watchdog)’ 노릇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어렵다고 분명히 말했다.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달랐다. 왜 그런가? 요즘 유치원 아이들도 휴대전화 쓰는데 집전화로 ARS 조사를 한 여론조사 결과는 10~15% ‘디스카운트’하는 게 맞다. 역대 선거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당시 ‘이번 선거는 위험하다’고 했더니 모두 ‘엄살’이라고 했다. 미치겠더라. 여유롭게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에 ‘마취효과’를 불러왔다. 당 공천도 절실하지 않았고, 당선 가능성보다는 자기 사람 위주로 했다고 본다(정 의원은 4월 26일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경기지사 외에는 모두 박빙 열세라고 분석했다).”
당의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서 선거 책임도 있지 않나.
“결과적으로 패배했으니까 잘못한 거다.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졌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우리 당에서 선거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나. 전대는 미래를 위한 대회다. 과거에 대한 과오나 비판은 출마해서 평가를 받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뒷짐 지고 있던 사람만 나와야 하나.”
‘기획통’으로서 ‘전대 기획’은 빨랐던 것 같다.
“(웃음) 나는 전략통, 기획통이 아니다. 어느새 그렇게 돼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좋은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내면 그 사람 아이디어라고 실명을 거론한다. 직접 데리고 와서 얘기하라고도 한다. 그러니 자연히 주변에 전략 전문가가 많이 모이고 아이디어를 준다. 내가 볼 때 나는 ‘현장 전투형’이다. 숙제 내주면 싸우는 건 잘한다. 당에서도 양지(陽地)만 가려 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는데 ‘전투형’이라….”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 사유화’ 논란을 염두에 둔 말인가.
정 의원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의 공천 반납을 요구하고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다 지나간 얘기이고…. (이 의원이) 2선 후퇴해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죄송하다. 이 의원도 능력과 경륜을 펼쳐보고 싶지 않겠나. 일부에선 그 일을 권력투쟁으로 보지만 (인척 문제는) 조선시대 정치학에도 있지 않나. (인척 개입으로 인한 폐해 등)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는 2012년 총선 공천에서 영향력이 크다.
“공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치판에서 보니 공사 구분이나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내가 봐도 경쟁력 없는데 친분으로 공천하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된다. 너무 편한 데서 정치하는 것도 문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정치다. 강남이나 서초에서 (정치)하라면 안 한다. 물론 이번 전대 지도부가 2년 임기를 채운다는 보장도 없고, 공천이 당 대표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전대임은 분명하다. 이런데도 맥없이 진행되면 국민이 관심을 가지겠나.”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요구하나?
“박 전 대표는 물론 이재오 위원장 모두 나와야 한다. ‘실세화’된 전대가 돼야 국민이 관심을 갖는다. 그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의 장으로 만들 수 있고, 신뢰를 받을 수도 있다. 좋은 기회인데 안타깝다.”
그동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보수 교육감 후보의 득표력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변에서도 ‘꼴보수 이미지’가 생긴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웃음). 이번 선거에서 우파 교육감이 진 것은 후보 난립 때문이다. 전교조는 좌파라서 문제가 아니라 친북 활동을 해서 문제 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북한의 주장과 같다. 여기에 전교조는 사회를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한다. 흑백논리다. 한나라당은 나쁘니까 당원은 좋은 아빠, 좋은 이웃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그렇지 한나라당 당원도 좋은 이웃, 좋은 아빠다. 우리 사회가 갈등구조 속에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