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월드컵 열기만큼 정치권도 뜨겁다.
한나라당에서는 6·2지방선거 책임 문제를 놓고 연일 당·정·청(黨政靑) 쇄신 목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소장파 의원들의 당권 도전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역시 비주류 의원들이 ‘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기치로 세 확산에 나서면서 정세균 대표와의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4일 제42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표결을, 4대강은 추진” 뜻을 밝히면서 새로 당선된 야권 시·도지사들과의 ‘불협화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75) 자유선진당 의원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5층 의원열람실에서 만난 조 의원은 “정치권이 6·2지방선거의 민심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입을 연 뒤, 2시간가량 ‘정치권 과열’ 원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의원은 18대 국회 최다선(7선) 의원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분주하다.
“‘선거는 국민이 표로 쓰는 편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대통령의 답장이 너무 늦었다. 지방선거 끝나고 라디오 연설을 하기 전까지 12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여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쇄신론과 세대교체론이 불거졌다.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방선거는 당이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도가 높다? 그래서 침묵을 지켰는지 모르겠지만 생각 잘못한 거다.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과 집권당이 책임지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최소한 2, 3일 내에 입장을 밝혀야 했다. 시기와 형식, 내용 모두 잘못됐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형식, 내용이라고 함은?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의 중간평가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과 경기도를 지켰으니 외형상 참패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민은 여러 지역에서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중간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앉아서 민의를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각론이 나와야 했다. 형식도 앉아서 라디오 연설을 할 게 아니라 일어서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의도 받았어야 했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고, G20 정상회의 유치와 원전 수주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국민도 안다. 다만 국정운영의 일방적인 추진, 소통과 설득 노력 부족, 특정 대학과 지역 중심의 편중인사,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 잘못된 공천 등에 대해 국민이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런데 연설문 어디에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나 편중인사, 당·정·청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었다. 물론 어렵겠지만 선거 이전부터 선거 결과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했어야 했다. 연설문에는 ‘준비되는 대로’ 한다고 했다.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잘못한 인사보다 늦추는 인사가 더 나쁘다(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준비가 되는 대로 새로운 진용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정·청 전면 쇄신 목소리가 나왔는데.
“세대교체론 말인가? 젊은 사람이 활약하는 게 좋겠다는 건데, 지도자가 생물학적 나이로만 되는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킨다는 투철한 이념과 이를 실천에 옮길 용기가 있어야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대북정책이나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논쟁하고 경쟁해야지 나이로 경쟁하나. 한나라당에서 필요한 지도자는 신념과 용기 있는 지도자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과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데,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누가 직언을 했나. 평소에는 얘기 않다가 지방선거 끝나니까…. 쇄신 모임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선거 당시 ‘천안함 사건’을 놓고도 야당이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 대결로 몰아가자 한나라당은 사실상 대응을 회피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정도가 북한의 잘못을 지적한 것 같다.”
천안함 사건과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그 문제도 그렇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다만 대통령이 조사 결과를 가지고 여야 대표와 국회 지도부에게 사전 설명을 하는 게 옳았다. 야당 대표가 의심이 있다면 몇 시간이라도 대화하겠다는 자세로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대통령은 ‘천안함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것도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 발표도 국회에서 하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도와달라고 나왔어야지. 그랬다면 민주당이 지금 저러고(천안함 조사결과에 의구심을 품는 것) 있지 않을 것이다. 거참, 얘기하다 보니 또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네(웃음).”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 발송은?
“당연히 잘못한 거다. 평소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정파 간 갈등이 있더라도 안보위기 상황이었다. 이적행위, 반국가적 행위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민단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세종시 문제는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로 공을 넘긴 건 옳다. 이미 세종시 수정안은 동력을 잃지 않았나. 수정안 중에서도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용하면 된다. 4대강 사업도 개인적으로는 추진해야 한다고 보지만 반드시 대통령 임기 내에 마쳐야 한다는 집념은 버려야 한다. 이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비유했는데, 그렇게 명분이 있다면 다음 대통령도 이어가게 돼 있다. 환경영향평가 등도 꼼꼼히 따져보고 완공 시기를 늦췄다면 반대진영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정운찬 국무총리도 이런 어려운 문제 들고 나와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총리 기용설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선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10일 만에 복귀했는데.
“그건(이 대표 총리 기용설) 나오는 말이고, 사실 선진당에서는 이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 대표의 정치적 비중과 위상이 워낙 크다. 불가피하게 당을 이끄는 리더로서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 어느 정당이든 특출한 지도자가 영향력이 크면 상대적으로 구성원들의 비중은 낮아진다. 그러니 ‘제왕적 총재’니 ‘1인 독재’니 한다. 당 구성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용기 있게 발언해야 이런 말이 안 나오는데.”
당 대표 앞에선 ‘쓴소리’가 왜 안 나오나?
“(웃음) 나도 사실 말을 잘 안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6·2지방선거 책임 문제를 놓고 연일 당·정·청(黨政靑) 쇄신 목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소장파 의원들의 당권 도전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역시 비주류 의원들이 ‘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기치로 세 확산에 나서면서 정세균 대표와의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4일 제42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표결을, 4대강은 추진” 뜻을 밝히면서 새로 당선된 야권 시·도지사들과의 ‘불협화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75) 자유선진당 의원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5층 의원열람실에서 만난 조 의원은 “정치권이 6·2지방선거의 민심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입을 연 뒤, 2시간가량 ‘정치권 과열’ 원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의원은 18대 국회 최다선(7선) 의원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분주하다.
“‘선거는 국민이 표로 쓰는 편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대통령의 답장이 너무 늦었다. 지방선거 끝나고 라디오 연설을 하기 전까지 12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여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쇄신론과 세대교체론이 불거졌다.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방선거는 당이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도가 높다? 그래서 침묵을 지켰는지 모르겠지만 생각 잘못한 거다.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과 집권당이 책임지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최소한 2, 3일 내에 입장을 밝혀야 했다. 시기와 형식, 내용 모두 잘못됐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형식, 내용이라고 함은?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의 중간평가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과 경기도를 지켰으니 외형상 참패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민은 여러 지역에서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중간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앉아서 민의를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각론이 나와야 했다. 형식도 앉아서 라디오 연설을 할 게 아니라 일어서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의도 받았어야 했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고, G20 정상회의 유치와 원전 수주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국민도 안다. 다만 국정운영의 일방적인 추진, 소통과 설득 노력 부족, 특정 대학과 지역 중심의 편중인사,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 잘못된 공천 등에 대해 국민이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런데 연설문 어디에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나 편중인사, 당·정·청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었다. 물론 어렵겠지만 선거 이전부터 선거 결과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했어야 했다. 연설문에는 ‘준비되는 대로’ 한다고 했다.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잘못한 인사보다 늦추는 인사가 더 나쁘다(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준비가 되는 대로 새로운 진용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정·청 전면 쇄신 목소리가 나왔는데.
“세대교체론 말인가? 젊은 사람이 활약하는 게 좋겠다는 건데, 지도자가 생물학적 나이로만 되는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킨다는 투철한 이념과 이를 실천에 옮길 용기가 있어야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대북정책이나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논쟁하고 경쟁해야지 나이로 경쟁하나. 한나라당에서 필요한 지도자는 신념과 용기 있는 지도자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과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데,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누가 직언을 했나. 평소에는 얘기 않다가 지방선거 끝나니까…. 쇄신 모임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선거 당시 ‘천안함 사건’을 놓고도 야당이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 대결로 몰아가자 한나라당은 사실상 대응을 회피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정도가 북한의 잘못을 지적한 것 같다.”
천안함 사건과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그 문제도 그렇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다만 대통령이 조사 결과를 가지고 여야 대표와 국회 지도부에게 사전 설명을 하는 게 옳았다. 야당 대표가 의심이 있다면 몇 시간이라도 대화하겠다는 자세로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대통령은 ‘천안함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것도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 발표도 국회에서 하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도와달라고 나왔어야지. 그랬다면 민주당이 지금 저러고(천안함 조사결과에 의구심을 품는 것) 있지 않을 것이다. 거참, 얘기하다 보니 또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네(웃음).”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 발송은?
“당연히 잘못한 거다. 평소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정파 간 갈등이 있더라도 안보위기 상황이었다. 이적행위, 반국가적 행위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민단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세종시 문제는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로 공을 넘긴 건 옳다. 이미 세종시 수정안은 동력을 잃지 않았나. 수정안 중에서도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용하면 된다. 4대강 사업도 개인적으로는 추진해야 한다고 보지만 반드시 대통령 임기 내에 마쳐야 한다는 집념은 버려야 한다. 이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비유했는데, 그렇게 명분이 있다면 다음 대통령도 이어가게 돼 있다. 환경영향평가 등도 꼼꼼히 따져보고 완공 시기를 늦췄다면 반대진영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정운찬 국무총리도 이런 어려운 문제 들고 나와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총리 기용설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선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10일 만에 복귀했는데.
“그건(이 대표 총리 기용설) 나오는 말이고, 사실 선진당에서는 이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 대표의 정치적 비중과 위상이 워낙 크다. 불가피하게 당을 이끄는 리더로서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 어느 정당이든 특출한 지도자가 영향력이 크면 상대적으로 구성원들의 비중은 낮아진다. 그러니 ‘제왕적 총재’니 ‘1인 독재’니 한다. 당 구성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용기 있게 발언해야 이런 말이 안 나오는데.”
당 대표 앞에선 ‘쓴소리’가 왜 안 나오나?
“(웃음) 나도 사실 말을 잘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