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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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라이브의 힘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추승엽 싱어송라이터·밴드 ‘악퉁’ 리더

    입력2009-01-07 1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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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전소년원을 방문한 것은 1999년 1월이었다. 당시 해군홍보단에서 보컬병으로 근무했던 나는 겨울마다 대원들과 곳곳에서 위문공연을 펼쳤다. 고아원 공연 때 만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에 제대로 감동받은 바 있어 소년원 공연에도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공연 장소로 이동해 짐을 내리자마자 긴장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공연장인 체육관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쇠창살들과 그 속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너무도 차가웠기 때문이다.

    어느덧 공연이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장 특유의 뜨거운 분위기, 관객과의 교감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작은 실수라도 할라치면 기다렸다는 듯 실소하는 소년원생들의 냉담한 시선에 몸은 더 움츠러들기만 했다.

    공연을 가까스로 끝내자 진행자는 이어 관객들의 장기자랑을 제의했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며 망설이다 마침내 무대 위로 올라온 10명의 소년들. 그들의 춤은 우리의 공연이 부끄러울 정도로 날렵하고 멋졌다.

    무대가 후끈 달아오르고 부대원들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자 드디어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미소와 웃음, 음악이 이어지니 그들도 마음을 여는 듯했다.



    공연이 끝난 뒤, 들어올 때 지나온 쇠창살 길을 지나 건물 밖으로 나가는 길. 올 때와는 달리 반가운 기색으로 쇠창살 사이로 얼굴을 들이미는 아이들은 앞다퉈 “형, 다음에 꼭 올 거죠?” “형들 정말 멋있어요” “내년 겨울에 오지 말고, 올해 한 번 더 오세요” 하고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는 부대원들 눈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마음을 여는 라이브의 힘
    열악한 무대환경, 무표정한 관객, 돌발상황….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밴드 악퉁(Achtung)의 공연에서도 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1999년 1월 대전소년원에서 얻은 교훈을 떠올린다.

    낯선 무대에서 음악을 통해 나를 보여주는 일은 늘 어색하고 긴장되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갈 때 관객들 또한 마음을 열고 교감하게 된다는 소중한 경험. 음악을 통해 무대와 객석을 잇는 이 마법이 라이브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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