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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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식 특수, 즐거운 비명

워싱턴 DC, 1월20일 앞두고 숙소 등 예약 완료 활기

  • 전원경 객원기자 winnejeon@hotmail.com

    입력2009-01-07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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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수도라고는 하지만 워싱턴 DC(이하 워싱턴)는 인구 500만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조용한 도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백악관이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구경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도시 외곽 조지타운에 형성된 아기자기한 대학촌을 제외하면 워싱턴 자체의 분위기는 늘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그런 워싱턴이 요즘 부산하다. 1월20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준비 때문이다. 이 취임식을 보기 위해 워싱턴을 찾아올 군중의 수는 25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취임식의 입장권 수는 ‘불과’ 24만 장이지만 이보다 최소한 10배 이상의 군중이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의 숙소와 식당, 박물관 등은 모두 ‘취임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은 1월20일 정오에 시작된다. 취임식 입장권 소지자는 오전 9시부터 국회의사당 앞 광장으로 입장하게 된다. 입장권이 없는 일반 군중은 내셔널 몰(National Mall)로 몰려갈 것이다. 국회의사당 앞으로 펼쳐진 이 좁고 긴 광장은 대통령 취임식 사상 처음으로 일반 군중에게 전면 개방된다. 이 때문에 정오가 되면 내셔널 몰은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50만∼400만명 찾아올 듯

    언론에서는 취임식을 보고 싶다면 1월20일 아침 일찍 내셔널 몰로 가야 하며, 지하철 외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많은 인파가 지하철로 몰릴 경우 국회의사당 앞 역에서 내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취임식이 끝나면 신임 대통령을 비롯해 브라스밴드, 보이스카우트, 평화유지군 등 1400여 명이 참가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이 가두 퍼레이드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4번가의 교차로에서 시작해 17번가에서 끝난다. 내셔널 몰에 좋은 자리를 확보할 자신이 없다면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을 맡아두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워싱턴의 숙박시설 역시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의 옴니 쇼어햄 호텔은 최고급 상품인 ‘44번째 최고사령관 패키지’를 내놓았다. 44만 달러(약 5억9500만원)에 이르는 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호텔의 최고 스위트룸 4박 숙박, 취임식 입장권, 리무진과 전용 요리사, 드레스와 메이크업 서비스, 4만4000달러의 상품권, 무료 해외여행 항공권 등이 제공된다.

    물론 이처럼 턱없이 비싼 호텔만 있는 건 아니다. 시 관광국의 설명에 따르면, 시 외곽 호텔에는 아직 빈방이 남아 있으며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린벨트’ ‘프린스 윌리엄 포레스트’ 등의 캠핑장에서 야영도 가능하다고 한다.

    워싱턴 시 14번가에 있는 ‘미국사 박물관’은 이번 취임식을 대비해 무려 2년간의 리노베이션 끝에 2008년 11월 새로이 문을 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기획전은 ‘스미스소니언의 퍼스트레이디들’과 ‘미국 대통령 : 영광스러운 의무’다. ‘스미스소니언의 퍼스트레이디들’에는 역대 퍼스트레이디 14명이 입었던 드레스가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특별관도 마련돼 있다. 입장은 무료.

    또 미국사 박물관과 인접한 스미스소니언 국립 초상화 박물관에서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와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을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은 링컨 대통령의 취임 축하 무도회가 열렸던 장소다. 미술관 측은 1월31일까지 매일 3회씩 링컨 대통령 취임 축하 무도회를 재연하는 행사를 연다.

    축하 무도회 티켓도 벌써 매진

    신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저녁에 축하 무도회를 여는 것이 관례다. 무도회의 성격은 대통령마다 다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무도회 자체를 생략했는가 하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케네디 센터에서 1인당 500달러의 호화로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7년 취임 당시 무려 14회나 축하 무도회를 열었지만 식사로는 간단한 샌드위치만 나왔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녁 7시부터 하와이 주 센터에서, 저녁 8시30분부터는 일리노이 주 센터에서 모두 두 번의 무도회를 열 예정이다. 200~500달러에 팔린 무도회 티켓은 이미 매진된 지 오래다.

    역대 美 대통령 취임식 해프닝

    만취 … 詩 낭송 … 폐렴 … 알몸 시위


    미국 대통령 취임식순은 실로 간단하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를 하고, 대통령 취임 연설을 한 뒤 걸어서 백악관으로 향하는 퍼레이드를 벌이면 끝난다. 그런데 미국 역사를 훑어보면 이 간단한 취임식 도중 오만 가지 해프닝이 일어났다. 취임식 와중에 벌어지는 시위나 군중 난입은 기본이고, 전임 대통령과 신임 대통령 사이의 불화로 취임식 분위기가 서먹해진 적도 많았다. 한겨울 날씨 때문에 취임식 도중 병에 걸린 대통령도 있었다.

    1865년 열린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부통령인 앤드루 존슨이 술에 취해 나타나 두고두고 비난을 샀다. 사실 그는 장티푸스에 걸렸다가 막 회복된 상태여서 1월의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이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술을 한잔 마셨다. 그런데 심하게 취하는 바람에 부통령 취임 연설 도중 횡설수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1961년 열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유명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단상에 등장해 신임 대통령을 축하하는 자작시를 낭독하는 순서가 있었다. 그러나 직사광선이 연단을 똑바로 비추자 86세의 노시인은 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옆에 있던 린든 존슨 부통령이 급히 모자로 햇빛을 가려줬지만, 결국 시인은 축시 대신 예전부터 외우고 있던 다른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취임식 사상 최고로 불운한 대통령은 1841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헨리 해리슨일 것이다. 취임 당시 68세였던 해리슨 대통령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두 시간에 걸쳐 취임연설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폐렴에 걸려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어이없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또 1829년 취임한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환영 인파에게 백악관을 개방했다가 군중의 난입으로 백악관에서 허둥지둥 도망쳐야 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극심한 가운데 대통령에 취임한 리처드 닉슨은 군대의 엄호 속에서 간신히 취임식을 마칠 수 있었다.

    2001년 앨 고어 후보와의 접전 끝에 재검표를 거쳐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해프닝이 벌어졌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철저한 보안 검색을 받지만, 어쩐 일인지 두 명의 시위자가 검색을 통과해 취임식에 입장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시위대는 부시 대통령의 10여 m 앞까지 접근해 갑자기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몸에는 ‘당신은 자격 없어!’ ‘도둑은 지옥에나 가!’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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