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어머니를 둔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폐렴으로 한 해에도 서너 차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성장하면서 만성적인 중이염에 시달려 현재 왼쪽 귀의 고막에 구멍이 난 상태다. 163cm의 키에 36kg에 불과한 작은 체구를 가진 그의 병명은 ‘선천성 면역 글로불린 결핍증.’ 이 증세는 원폭 피해자의 모체유전을 통해 흔히 나타난다. 그의 쌍둥이 동생이 태어난 지 1년6개월 만에 사망한 것도 바로 원폭 후유증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환우들은 아파도 자신이 ‘원폭2세 피해자’임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도 가족의 만류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 당당히 앞장섰다.
“‘환우회’에 참가한 원폭2세 피해자들은 현재 5, 6명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도록 할 숨죽인 원폭2세 환우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