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경남 남해 바닷가 한 모텔에서 인터뷰 중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김장관은 이어 “노대통령은 신당보다 국정 운영에서의 성공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이로 인해 당으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터뷰는 남해 바닷가가 보이는 한 모텔의 레스토랑과 음식점, 그리고 남해읍 이어리 김장관의 생가 등 세 곳에서 이틀(5~6일) 동안 이뤄졌다.
-장관 취임 후 첫 고향 방문인가. 주민들의 평가는?
“지난 4월 잠깐 내려온 적이 있다. 남해 사람들은 내가 대부분 잘 알고 있고 나의 어려운 입장을 헤아려준다.”
-장관 취임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지방분권의 뚜렷한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벼락치기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필요하다. 분권과 관련해 특별법을 입법 예고중이고, 주민투표제와 관련한 법을 만들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은?
“행자부를 중심으로 도시공학자, 시민단체 지방 대표 등으로 구성된 ‘행정구역조정위원회’(이하 행조위)가 9월 만들어진다. 행조위가 16개 광역 및 232개 기초자치단체의 효율성과 경쟁력에 대해 진단, 점검한 후 로드맵을 만들 것이다.”
-군수와 장관의 업무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운영의 기본원리는 비슷하다고 본다. 내가 행자부의 모든 업무를 잘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할 수 있는 분야도 몇 개는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내용적으로 완성하는 일이 그중 하나다. 행정개혁에 관해서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준비해왔다.”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데…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 고건 국무총리,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누군가가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해 내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징발군번이 아니라 자원입대군번이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노대통령이 ‘(김장관은 내년 총선에) 못 나간다. 행자부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 일을 제쳐두고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나간다고 우길 수 없지 않은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총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
-그렇다면 임명직 공직에서 계속 활동한다는 얘기인가.
“임명직 공직은 행자부 장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는 2006년 지방선거가 되는데….
“남해에서는 나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있다. ‘장관까지 했으니 출세했다는 시각과, 좀더 노력해 국무총리까지 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사람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오를 인물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도지사와 국회의원은 사람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선출직 공직이라는 것이 결국 도지사나 국회의원, 이런 것 아닌가. 내게는 지방분권을 완성해 시·군·구를 경쟁력의 총아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 경남지사가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대안인가.
“내 주변에서는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내각 인사들에 대한 ‘총선 징병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신당이 창당되면 나와 강금실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와 내각에서 상당수 인사들이 징발될 것이란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총선용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노대통령은 신당에 관심이 없다. 노대통령은 국정 운영에서의 성공에 더 관심이 많다. 그 때문에 당에서 압박이 많다. 유인태 정무수석비서관이 중간에서 괴로울 것이다.”
-김장관의 경우 노무현 사단 내에서 비주류로 평가받는다. 청와대 핵심그룹과 당에서의 견제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데….
“인사(소청심사위원장)를 두고 그런 말이 흘러 나온 것 같은데, 견제랄 것은 없고….
당과 청와대의 힘을 빌려 특정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이 있어 내가 노대통령을 찾아가 ‘그 사람 신망이 없다. 순서가 아니다. 당과 청와대 힘 빌린 사람이 발탁되면 장관이 조직 추스르기가 어렵다’고 말하자 노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더라. 그렇게 해결됐다.”
-요즘 386이 음모론의 진원지이자 파워게임의 주역으로 곧잘 거론된다. 노무현 캠프의 386그룹은 정말 권력지향적인가.
“386그룹은 노무현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10여년 동안 노대통령과 고락을 같이했다. 그들의 역할과 기능, 성격, 요즘 활동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보면 권력지향적이라는 말이 맞다. 헤게모니 쟁탈전도 있을 수 있다. 언론에서 부산인맥과 386 파워게임을 얘기하는데 부산인맥은 노대통령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호철 비서관에게 (386그룹의) 견제가 가해진다면 이는 건전한 긴장관계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행자부가 시민단체 등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알려졌는데….
“현재 중앙정부 75억원, 지방자치단체 75억원, 도합 150억원 정도를 시민단체, NGO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면 지원금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법령을 고쳐서라도 단계적으로 300억, 500억원으로 지원금을 올려 그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이 문제와 관련 ‘주간동아’는 8월10일 김장관과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김장관은 이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 지원금을 5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는데 그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재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는 시민단체, NGO는 200여개 정도다. 그러나 최근 시민단체와 NGO가 많이 늘어났다. 이렇게 많은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는 시민단체 및 NGO 선정기준은?
“시민단체 및 NGO에 대해 신해수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이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2003년 6월 현재 행자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와 NGO 등 민간단체는 총 182개 단체. 정부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는 이 자금으로 지역갈등 해소, 북한 지원, 국민통합운동, 국민화합운동 문화시민운동 등 237개 사업을 벌였다. 10억원대에 지나지 않던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15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