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가 중동 급파를 결정한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미국 국방시각정보배포서비스(DVIDS) 제공
중동 향하는 미국 강습상륙함 전단
첫 공습을 필두로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수행하는 모든 군사작전은 ‘발표’보다 ‘행동’이 먼저 나왔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준비 없이 벌일 수 있는 전쟁은 없다. 모든 전쟁은 적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의 준비가 필요하다. 작전계획을 세우고, 무기를 준비해 필요한 지역에 배치하고, 병력에 임무를 숙지시키고 훈련하는 것은 하루이틀 걸리는 게 아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꼬드김에 빠져 충동적으로, 그것도 다른 동맹국에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미군이 이란 전쟁을 사전 준비한 각종 정황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미국은 올해 1월 중순 중동 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증파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 각국의 군사기지를 경유지로 활용했다. 미국에서 증원된 항공기와 군함, 막대한 물자가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을 거쳐 중동에 들어갔다. 이런 동향은 일반인들도 파악하고 있었다. 유럽 각국 정부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유럽 나라들은 표면적으로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뒤로는 영공을 개방하고 군사기지와 군수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전쟁에 반대한 영국은 이미 전투기를 보내 방공 전투를 벌이고 있고 이란 앞바다에 핵잠수함도 배치했다. 국제정치 흐름을 이해하려면 외교적 수사가 아닌 실제 행동을 봐야 한다.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현재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해군 제공
트리폴리는 후속 증원 전력으로 오는 복서 강습상륙함 전단을 기다리기 위해 3월 23일 디에고 가르시아로 들어갔다. 트리폴리·샌디에이고·뉴올리언스 등 3척의 상륙함과 라파엘 페랄타 이지스 구축함, 동형 이지스 구축함 1척 등 5척이 원정타격전단(ESG)을 꾸린 것으로 확인된다. 배속된 제31해병원정대는 2200여 명의 병력과 ACV 상륙돌격장갑차 및 LAV 경장갑차 각 15대, 신형 고기동 전술차량 L-ATV 63대, 중형 전술 트럭(MTV) 30대 등의 기동장비와 M777 견인곡사포 6문, L-MADIS 방공시스템 포대로 구성된 지상전투부대다. 이를 지원하는 항공전력으로 AH-1Z 공격헬기 6대, UH-1Y 기동헬기 3대, MV-22B 수송기 12대, CH-53E 대형수송헬기 4대, F-35B 전투기 7대가 붙었다. 이란 드론·소형 고속정 대응 전력으로 MH-60S 4대도 증원돼 있다.
중부사령부 TF에 증원 병력 합치면 사단급 전력
복서 전단은 3월 18일 샌디에이고를 출항해 4월 중순 중부사령부 관할구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위 전력이 붙지 않은 상륙준비단(ARG) 편성이다. 복서·포틀랜드·콤스탁 등 3척의 상륙함에 제11해병원정대가 승선해 있고 제11해병원정대의 병력과 장비는 제31해병원정대와 거의 같다. 이 같은 정보를 종합하면 4월 중순까지 이란 근해에 배치되는 미 해병대 병력은 약 4400명이며 이 가운데 순수 지상 전투용 병력은 2개 대대 2000여 명이다. 이들은 이미 중동에 배치된 10만t급 원정지원함 미겔 키스, 3월 23일 말라카해협을 통과해 중동으로 이동 중인 원정지원함 존 L. 캘리와 함께 상륙 및 지상 거점 장악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지상군 병력과 장비 이동도 제82공수사단 투입 발표 열흘 전부터 포착됐다. 3월 14일∼3월 25일 미국 전역의 주요 군사기지에서 이스라엘·요르단으로 50편 이상의 C-17A 수송기 이동이 확인됐다. 이 중 제82공수사단 주둔지인 포트 브래그에서 출발한 편수는 7편이었다. 포트 브래그는 미 특수전 심장부로 82사단 외에도 그린베레 중 하나인 육군 제3특전단도 주둔 중이므로 이 수송기로 82사단이나 그린베레가 옮겨졌을 수 있다. 포트 캠벨에선 4편의 C-17이 떴다. 이곳은 제101공수사단과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가 주둔하는 곳이다. 경보병·특수부대 주둔지에서 11편의 C-17이 떠서 중동으로 갔다는 이야기다. C-17의 수송 능력에 따라 단순히 계산하면 보도에 나온 1000여 명의 병력이 이미 중동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

미국 C-17 수송기. 제82공수사단 중동 파병 소식이 나오기 전부터 미국 전역의 군사기지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C-17의 움직임이 식별됐다. GETTYIMAGES
이와 별개로 3월 11일 버지니아 노퍽 해군기지에서 미 육군 수송선이 출항해 대서양을 건너고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도 확인됐다. 메이저 제너럴 찰스 P. 그로스(LSV-5)는 4200t급 수송선으로 15대의 M1A2 전차를 싣고 상륙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 말이 수송선이지 한국 해군의 전차상륙함(LST)와 사실상 같은 성격의 배다. 즉 포트 스튜어트와 JBLM에서 출발한 25편의 C-17과 현재 대서양을 건너고 있는 미 육군 수송선으로 대대급 규모의 기갑 장비가 중동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동에는 이미 중부사령부에 배속돼 지상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태스크포스 리퍼‘가 가 있다. M1A2 전차와 M2A3 장갑차로 무장한 제278기갑기병연대 전력을 중심으로 M142 하이마스 다연장로켓 등이 함께 편성된 이 TF는 현재 요르단·쿠웨이트·바레인에서 작전 중이다. 항공·선박 편으로 중동에 가고 있는 전력과 태스크포스 리퍼 전력을 합치면 여단급 규모의 지상군 부대가 만들어진다. 앞서 언급한 해병대 2개 원정대와 합치면 사단에 준하는 규모의 전력이다.
미국 전력 이동 ‘현재진행형’
중동으로 이동하는 것이 식별된 C-17은 F/A-18 운용 거점인 오세아나 해군항공기지 4대, 해군·해병대 지원부대가 있는 맥과이어 딕스 레이크헐스트 합동기지 1대, 중부사령부가 있는 맥딜공군기지1대, 출발지에서 ADS-B 장치를 끄고 이륙해 대서양에서 켠 8대까지 합쳐 총 50대에 이른다. 이 중 17대는 이스라엘 오브다 공군기지로 갔고, 나머지는 요르단의 킹 파이살 공군기지와 킹 후세인 국제공항으로 갔다. 이런 전력 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복서 전단이 중동에 도착하는 4월 중순까지 병력과 장비 이동은 계속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미국이 이란 투입을 준비하는 지상군 부대는 사단급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 엄청난 규모의 지상군으로 뭘 하려는 것일까.언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핵물질 탈취 작전과 하르그섬 점령 작전이다. 그러나 핵물질 탈취 작전은 가능성이 낮다. 고농축우라늄(HEU)은 대단히 강력한 방사능 물질로 일반 부대가 취급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란이 보유한 60% HEU는 40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 지역의 지하 시설에 저장돼 있다. 이들 시설은 모두 벙커버스터의 집중 공격을 받아 무너진 상태다. 해당 시설에 HEU가 묻혀 있다면 전쟁이 끝난 후 공병부대와 전문 화생방부대를 투입해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동 정황이 확인된 부대 중 화생방부대는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테헤란의 건물. 뉴시스
또 다른 가능성은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안에 상륙해 해협 통제권을 장악하고 위협 요소들을 제거하는 작전이다. 반다르아바스 일대는 해협 건너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거리가 100㎞도 채 안 되고 수심도 얕다. 해병대의 돌격 상륙은 물론 수송선을 이용한 후속부대의 행정 상륙도 쉬운 곳이다. 이 일대는 한국 동해안처럼 해안에서 높은 산맥까지 거리가 얼마 안 되는 비좁은 평지다. 평균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자그로스산맥이 배후에 있고 이란 내륙에서 반다르아바스로 들어가는 도로는 몇 개 안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해당 도로만 차단하면 이란 지상군의 반격도 손쉽게 차단할 수 있다. 상륙 후 주변으로 교두보를 넓혀 가면서 해안에 있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 시설을 파괴하기도 쉽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는 요소를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밝힌 것처럼 호르무즈해협에는 아직 기뢰가 없다. 선박 등 이동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드론 발사대는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월 11일 이후에는 운항 중인 선박이 드론에 피격된 사례도 없다. 당장 해협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영국 로이즈 보험시장에서 부과하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선박 보험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준비 중인 대체 보험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해협 운항은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굳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지상군을 상륙시켜야 할 필요는 적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