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상공에 정체불명 전투기 등장… 카타르·UAE가 보복 공습 가능성

미군기와 형체 다른 삼각형 비행체 포착… 미라지·유로파이터 출격 개연성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3-20 17: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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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공군의 라팔 전투기. 최근 이란 시라즈 상공에 나타난 삼각형 비행체처럼 수평꼬리날개가 없다.  카타르 국방부 제공

    카타르 공군의 라팔 전투기. 최근 이란 시라즈 상공에 나타난 삼각형 비행체처럼 수평꼬리날개가 없다. 카타르 국방부 제공

    미국-이란 전쟁 개전 초 미국과 이스라엘은 적 방공무기를 의식해 표적 수십~수백㎞ 밖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주로 사용했다. 전쟁 첫날 이란이 자랑하던 방공망이 제대로 작동도 못 해보고 파괴됐지만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무기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서다. 미국과 이스라엘 항공기들은 3월 둘째 주부터 주력 무장을 항공폭탄으로 바꿔 공습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인 JDAM이나 레이저 유도폭탄인 페이브웨이 시리즈는 공대지 미사일보다는 투발 거리가 짧다. 따라서 이들 폭탄을 탑재한 전투기나 폭격기는 목표 상공까지 진출해야 한다. 항공폭탄 투발 임무를 수행한 양국 전투기는 이란 대공포나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가급적 높은 고도로 비행했다.

    그런데 3월 셋째 주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란 각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찰·공격용 드론이 지상에서도 아주 잘 보이는 고도까지 내려와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F/A-18E 전투기가 저공 비행하며 지상 표적에 기관포를 퍼붓기 시작했다. B-1B 폭격기도 맨눈으로 관측 가능한 고도까지 내려와 폭격하고 있다. 심지어 B-1B가 낮게 내려와 폭탄을 퍼부은 곳은 이란 최고의 다층·밀집 방공망을 갖춘 이스파한이었다.

    최근 이란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지 공습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이란 주민들에게 공습경보를 보내는 것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언제, 어느 지역에서 공습이 있을 것이니 인근 주민들은 신속히 대피하라”는 페르시아어 안내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예고한 시간과 장소에는 반드시 폭탄이 떨어졌다.

    미국·이스라엘 전투기와 달리 수평꼬리날개 없어

    이런 상황에서 요즘 이란 주민들은 하늘에 무언가가 떠다니는 것을 보면 으레 미국·이스라엘 항공기라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 3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남서부 대도시인 시라즈에서 이란 주민들이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삼각형 비행체가 나타났다. 시라즈는 파르스주의 주도이자 인구 약 200만 명의 대도시다. 이곳에는 이란 남부 최대 공항인 시라즈 국제공항이 있는데 여기에 이란 공군과 이슬람혁명수비대 기지도 있다. 시라즈 국제공항은 이란 공군에선 제7전술공군기지라고 불린다. 해당 기지에 배치된 P-3 해상초계기와 벨412 대잠헬기는 유사시 해군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는 이슬람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의 드론과 미사일 부대도 있는데 최근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 공격 작전에 연루됐다. 이 때문에 시라즈는 미국·이스라엘군으로부터 여러 차례 공습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공습에 익숙해진 도시에 삼각형 비행체 2대가 나타나자 현지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그런 외형의 전투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F-15 전투기. 이번 이란 전쟁에 투입된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는 모두 수평꼬리날개가 있다. GETTYIMAGES

    미국의 F-15 전투기. 이번 이란 전쟁에 투입된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는 모두 수평꼬리날개가 있다. GETTYIMAGES

    현재 이란 공습에 투입된 전투기는 크게 5종으로 모두 미국산이다. 각각 F-22, F-35, F-15, F-16, F/A-18이다. 미국 공군은 F-22A와 F-35A, F-15E, F-16C/D를 사용하고 있고 해군이 F/A-18E/F와 F-35C를 쓰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F-35I와 F-15C/D/I, F-16D/I 모델을 공습에 투입했다. 이들 전투기 모두 주익과 수평꼬리날개를 가진 전통적인 항공기의 형상을 가졌다. F-22와 F-35는 다이아몬드익, F-15와 F-16은 수평꼬리날개가 있는 델타익 구조를 지녔다. F/A-18E/F는 테이퍼익 형태를 띄고 다른 미국산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수평꼬리날개가 있다.



    그런데 시라즈 상공에서 발견된 항공기는 수평꼬리날개 없이 삼각형으로 된 주익만 보인다. 무미익(無尾翼 : 꼬리날개 없음) 델타익 구조라고 불리는 이런 형상은 주로 유럽 전투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현용 전투기 중에선 유럽 공동 개발·생산 모델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프랑스 모델인 라팔, 미라지 시리즈, 스웨덴의 그리펜 시리즈가 그렇다.

    유럽에 무미익 델타익 전투기가 많은 이유는 공군의 교리 때문이다. 미국 항공기는 본토에서 수천㎞를 날아 주로 해외에서 작전한다. 공대공 전투는 물론 지상 공격과 대함 타격도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넉넉한 내부 공간을 가진 중·대형 기체와 안정적인 비행 성능을 가진 설계를 추구했다. 그래서 F-15나 F-22 같은 쌍발 전투기는 최대이륙중량이 30t을 가볍게 넘기고 가볍게 만들었다는 F-16조차 최대이륙중량 19t에 이른다. 반면 냉전 시대 유럽은 옛 소련 전투기와 폭격기 공습에 맞설 요격 특화 전투기를 선호했다. 델타익은 급가속과 초음속 비행에 유리하다. 유사시 빠르게 출격해 고고도·고속으로 적기에 대응하는 데 적합하다.

    거리 먼 사우디 전투기일 가능성은 낮아

    유럽에서도 프랑스는 무미익 델타익 구조를 가장 선호하는 나라다. 1950년대 처음 등장한 미라지 I부터 미라지 II·III·IV·V에 같은 설계를 도입했다. F-16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미라지 2000, 탈냉전 후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한 라팔 시리즈까지 모두 무미익 델타익 설계를 채택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개발 초기 단계에 프랑스가 참여했고 영국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참여국도 라팔과 비슷한 구조·사상을 요구했다. 그래서 라팔과 마찬가지로 무미익 델타익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미라지 2000과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유럽 개발국은 물론 중동 나라에도 꽤 많은 양이 수출됐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란에서 공습 임무를 수행한 무미익 델타익 전투기는 과연 어느 나라 소속일까.

    우선 영국과 프랑스의 개입 가능성을 살펴보자. 영국은 이번 전쟁 발발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킹 압둘아지즈 공군기지,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15대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전진 배치했다. 프랑스는 중동 국가에 전투기를 배치하진 않았지만 동부 지중해 시나이반도 연안에 샤를 드골 항공모함을 전개했다. 3월 18일 시라즈 상공에서 미상 전투기가 포착된 날 이곳까지 날아올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이란 본토 공격에 비판적인 데다 중동 우방을 위한 방공 임무에만 전투기를 투입하고 있다. 두 나라의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이란 공습에 투입됐을 가능성은 낮다.

    사우디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시라즈에 나타났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사우디는 72대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보유 중인데 모두 자국 킹 파흐드 공군기지에 주둔한다. 이 기지에서 시라즈까지 거리는 1500㎞나 된다. 공대지 무장을 장착하고 가기에는 너무 멀다. 게다가 사우디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후티의 드론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핵심 항구도시 제다를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카타르의 라스 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단지. 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가스전을 공격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라스 라판 단지를 공습했다.  뉴시스

    카타르의 라스 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단지. 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가스전을 공격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라스 라판 단지를 공습했다. 뉴시스

    영국과 프랑스, 사우디를 빼면 남은 후보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다. 카타르는 라팔 F3R과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 3A를 각각 36대 보유하고 있다. 라팔은 두칸 공군기지,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도하국제공항에서 운용 중이다. 두 기지 모두 이란 시라즈까지 거리가 500㎞ 정도라서 공대지 무장을 장착한 채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 UAE는 최근 라팔 F4 초도 물량을 인수했지만 아직 작전 투입이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 같은 무미익 델타익 구조인 미라지 2000-9 전투기 4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투기가 이란 시라즈에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UAE 미라지 2000-9이 배치된 알다프라 공군기지는 시라즈까지 직선거리로 630㎞ 떨어져 있어 이 전투기도 용의선상에 올릴 수 있다.

    카타르와 UAE는 이란을 공격할 동기도 충분하다.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한 두 나라는 최근 이란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교전 당사국이 아니지만 비행장과 영공을 미국에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카타르는 전쟁 발발 후 매일 2~3발에서 많게는 10~20발의 탄도미사일, 그 이상의 드론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UAE는 개전 후 3월 19일까지 탄도미사일 334발, 순항미사일 15발, 드론 1714대를 격추했다. 두 나라의 대공 격추 성공률은 90% 이상이지만 대도시와 석유·천연가스 시설에 적잖은 미사일과 드론이 떨어져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란 공격에 시달린 카타르와 UAE

    특히 이란과 오랫동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카타르의 분노가 크다. 이란이 개전 후 자국의 급소를 여러 차례 공격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이란과 세계 최대의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카타르 라스 라판 산업단지에서 액화천연가스로 변환돼 세계로 수출된다. 천연가스 수출은 카타르 국가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경제적 목숨줄이다. 이를 노린 이란은 전쟁 초반부터 라스 라판을 집중 공격했다. 자연히 이란 공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와 UAE 등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미국에 “이란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이란 시라즈에 나타난 전투기는 카타르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동안 중동 국가들은 왜 이란의 공격에 시달리면서도 보복을 주저했던 것일까. 이란 공격에 동참할 경우 자국 에너지 시설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3월 셋째 주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 공장과 발사기지를 거의 다 파괴한 것이다. 이제 이란은 발사 시설이 필요 없는 자폭 드론을 집중적으로 투발하고 있지만 그마저 개전 초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이란의 공격 능력이 크게 약화되자 중동 국가들도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12개국, 이란에 최후통첩

    기름 상황도 페르시아만 여러 국가의 마음을 급하게 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틀어막은 뒤 각국의 석유·가스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다. 저장고가 가득 차면 석유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유전은 생산을 멈출 수 없다. 석유 시추는 지하 저류층에 물과 증기를 고압으로 주입해 원유를 뽑아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공정을 멈추면 유전 내부의 압력 변화로 인해 지층 구조가 뒤틀리거나 시추 장비가 망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유 시설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석유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산유국 경제가 상당 기간 치명타를 입는다는 뜻이다.

    12개 이슬람 국가들이 3월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사우디아라비아·아제르바이잔·바레인·시리아·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레바논·파키스탄·튀르키예·카타르·UAE는 공동성명에서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은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들 나라는 이란에 △민간 시설 공격 중단 △호르무즈 및 바브 알 만데브 해협 항행 위협 중단 △친이란 민병대 설립 및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UN 헌장에 따른 자위권 발동을 경고했다. 이웃 국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격을 계속한다면 이란 정권의 붕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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