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3일
(이하 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93/19/ed/679319ed1d7ed2738276.jpg)
2019년 6월 13일 (이하 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는 그동안 폴란드에서 미군 첨단무기가 운용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왔다. 미국은 폴란드에 배치한 이지스 어쇼어가 방어용이라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MK41 수직발사기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폴란드에서 MK41 수직발사기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7~10분이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도달할 수 있다.
폴란드 GDP 대비 국방비 지출, 영국의 2배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 폴란드 북부 레지코보 기지에서 열린 미국 이지스 어쇼어 미사일 기지 개소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폴란드 대통령실 제공]](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93/1a/01/67931a010c95d2738276.jpg)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 폴란드 북부 레지코보 기지에서 열린 미국 이지스 어쇼어 미사일 기지 개소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폴란드 대통령실 제공]
폴란드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한 최전선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각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 수치를 5%로 더욱 높였다. 나토 회원국들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올해 국방비를 GDP의 4.7%로 책정해 나토 32개 회원국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국가가 됐다. 지난해 기준 폴란드 국방비는 GDP의 4.12%였으며, 당시 3%를 넘은 국가는 나토 전체에서 에스토니아(3.48%), 미국(3.38%), 라트비아(3.15%), 그리스(3.08%)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나토는 GDP 대비 2%의 국방비를 지출할 것을 권고하지만, 회원국 중 상당수는 이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크로아티아(1.81%), 포르투갈(1.55%), 이탈리아(1.49%), 캐나다(1.37%), 벨기에(1.30%), 룩셈부르크(1.29%), 슬로베니아(1.29%), 스페인(1.28%) 등 8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의 재정건전성 규정도 지키지 못하는 탓에 국방비를 대폭 늘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조차 2028년까지 나토 목표치인 2%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유럽의 3대 군사강국인 영국(2.33%), 독일(2.12%), 프랑스(2.06%)도 나토 목표치를 간신히 넘는 정도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독일이 국방비에 GDP의 5%를 투입하려면 국가 예산의 40% 조금 넘는 수준을 써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폴란드, 러시아 침공 대비가 최우선 과제
폴란드가 앞장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 이유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 때문이다. 폴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방비를 GDP의 2.42%에서 2023년 3.9%로 대폭 늘렸다. 스웨덴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폴란드는 2023년 전시가 아닌 평시 국가 중 알제리(8.2%), 사우디아라비아(7.1%), 오만(5.4%), 이스라엘(5.3%), 쿠웨이트(4.9%) 다음으로 국방비를 많이 증액한 국가였다. 올해 책정된 국방비는 역대 최대인 1870억 즈워티(약 65조6800억 원)로, 2023년 국방비 920억 즈워티(약 32조3000억 원)의 2배 수준이다.
폴란드는 국경을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러시아 동맹 벨라루스, 독일과 맞대는 등 유럽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취약해 강대국의 침략을 숱하게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과 옛 소련의 분할 점령이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소련과 나치 독일은 1939년 6월 폴란드와 발트3국 등을 각각 분할 통치한다는 비밀의정서(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를 맺었고, 이에 따라 나치 독일은 1939년 9월 1일 폴란드 서부 지역을, 소련은 폴란드 동부 지역을 각각 침공했다. 소련은 점령 직후 폴란드군 장교와 경찰 간부, 대학교수, 성직자, 의사 등 2만2000여 명을 처형한 이른바 ‘카틴숲 학살’ 만행을 저질렀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8월 폴란드 저항 세력은 수도 바르샤바에서 나치 독일 점령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지만 소련군은 이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치 독일의 무자비한 보복으로 폴란드인 20만 명이 학살당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잘 알고 있는 폴란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미국의 안보 우산을 잃는다면 언제든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폴란드로선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제1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폴란드 이민자 펜실베이니아주 승리에 영향
![2023년 8월 15일 폴란드군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미국산 MIA2 에이브럼스 전차를 선보이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제공]](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93/1a/3b/67931a3b1a8ad2738276.jpg)
2023년 8월 15일 폴란드군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미국산 MIA2 에이브럼스 전차를 선보이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제공]
폴란드는 앞으로도 미국으로부터 F-35A 전투기를 비롯해 최신예 무기를 추가로 대거 들여올 계획이다. 1999년 중·동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나토에 가입한 폴란드는 미국과의 군사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폴란드 서부 포즈난에는 지난해 3월 개설된 ‘캠프 코시치우슈코(Camp Kos′ciuszko)’라는 영구 미군 주둔 기지가 있다. 이 기지를 비롯해 폴란드에 순환 배치된 미군 병력이 1만여 명이나 된다. 참고로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폴란드는 미국과 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100%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이후 러시아는 2022년 4월부터 폴란드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폴란드는 전체 액화천연가스(LNG) 필요량의 70%를 노르웨이에서, 나머지 30%는 미국에서 각각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에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미국 대선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몇 안 되는 유럽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19명)에서 승리한 것도 폴란드계 이민자들의 지지 덕분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폴란드계 이민자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광산과 제철소 일자리를 찾아 이주했다. EU 순회의장국인 폴란드는 올해 상반기까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GDP 대비 국방비 5% 증액 요구를 수용하라고 설득할 방침이다. 폴란드는 이처럼 유럽에서 미국의 최우방국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