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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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형 태그 등록 허용한 ‘동물등록 자진신고’의 허점

[이학범의 펫폴리] 2019년, 2021~2023년 자진신고 기간 내장형 등록 비율 50% 미만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4-08-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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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정부는 8월 5일부터 9월 30일까지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는 8월 5일부터 9월 30일까지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반려견 동물등록이 법적 의무사항이라는 건 이제 국민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죠. 저도 앞서 동물등록제, 동물등록갱신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라 생후 2개월 이상 반려견은 예외 없이 모두 동물등록을 해야 합니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1차 20만 원, 2차 40만 원, 3차 이상 60만 원).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등록만 했다고 끝이 아니라 보호자가 바뀌었거나, 보호자의 주소·연락처가 변경됐거나, 등록한 반려견이 사망하면 ‘동물등록 변경신고’를 해야 합니다. 동물등록만 하고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과태료를 내는 경우도 꽤 많은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동물등록 변경신고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이나 정부24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자진신고, 동물등록 개체수 늘리지만…

    동물등록이 법적 의무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견 보호자도 많습니다. 국내에 반려견이 정확히 몇 마리나 있는지 알 수 없어 동물등록률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전체 반려견의 절반 가까이가 동물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추정입니다.

    이처럼 낮은 동물등록률을 높이고자 정부는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이라는 것을 운영합니다. 원래 반려견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 보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맞지만, 자진신고 기간에 동물등록을 하면 그동안 미등록 상태로 반려견을 기른 데 대한 과태료를 면제해줍니다. 정부가 나서서 “자진신고 기간에 동물등록을 하면 눈감아줄게”라고 하는 거죠. 정부는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할 때 지자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자진신고 기간이 끝나면 집중 단속에 나섭니다. “자진신고 기간이 끝나면 단속할 거야”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에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에 동물등록(신규 등록 및 변경신고)을 하는 보호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정부가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처음 운영한 건 2019년이었습니다. 당시 엄청난 성과가 났습니다. 2019년 연간 동물등록 개체수가 79만7081마리를 기록하며 2018년 등록 개체수(14만6617마리)의 5배 이상으로 증가한 겁니다. 동물등록제를 몰랐거나 알더라도 ‘귀찮음’ ‘필요성을 못 느낌’ 등 여러 이유로 미뤘던 보호자들이 정부의 대대적 홍보와 집중 단속 예고가 이어지자 동물등록에 나선 거죠. 2019년 자진신고 기간에 ‘동물등록’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할 만큼 화제였습니다. 정부는 엄청난 신규 동물등록 실적을 두고 “정부 주도 정책 및 소유자의 적극 참여로 반려견 신규 등록이 전년 대비 443.6% 증가했다”고 셀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양적으로는 큰 성과를 냈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2019년 첫 자진신고 기간에 79만 마리 넘는 반려견이 신규로 동물등록을 했는데, 내장형으로 등록한 반려견이 35만3489마리로 44.3%에 그친 겁니다. 이전 3년간 내장형 등록 비율은 65.2%(2016), 67.5%(2017), 61%(2018)로 3년 연속 60% 이상을 기록했는데, 2019년에 갑자기 50% 이하로 내려간 거죠.

    내장형 등록 일원화가 먼저

    외장형 태그나 인식표는 어딘가에 걸려 잘 떨어지기도 하고, 반려견을 버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손쉽게 제거가 가능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유기동물 발생을 줄인다”는 동물등록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10여 년 전부터 “동물등록 방법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외장형 등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가까운 일본에서도 2019년 ‘개·고양이 내장형 마이크로칩 장착 의무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외장형 등록이 가능한 상황에서 자진신고 기간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동물등록을 홍보하니 상대적으로 손쉬운 외장형 등록을 선택하는 보호자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심지어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온라인으로 외장형 등록을 대행해준 업체들이 자진신고 기간에 엄청난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숫자’라는 실적에만 눈이 먼 것처럼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신규 동물등록 개체수가 23만5637마리로 대폭 감소하자 2021년 정부는 다시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이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후 2023년까지 3년 연속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했습니다. 이에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지 않은 2016~2018년과 2020년에는 내장형 등록 비율이 58.9~67.5%로 50% 이상을 기록했지만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 2019년과 2021~2023년에는 모두 내장형 등록 비율이 50% 미만이었습니다.

    동물등록 방법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해놓고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했다면 동물등록제의 본래 취지 달성에 훨씬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내장형 등록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재 한국 정부가 시범사업 중인 반려묘 동물등록의 경우 내장형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반려견은 계속 외장형 등록을 허용해 이런 부작용을 낳는 걸까요. 정부는 올해도 8월 5일부터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9월 30일까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장형 등록도 허용됩니다. 내년에는 부디 동물등록 방법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한 뒤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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