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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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發 PF 부실’ 뇌관 터지나

480억 못 막아 워크아웃 신청… 금융위원장 “건설업 전반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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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12-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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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뉴시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023년 12월 28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의 연쇄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동성 문제가 심화됐던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12월 28일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 원 규모의 PF 채무 만기일이었다.

    태영건설은 2022년 4분기(10~12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한 부동산 PF 시장 경색 이후 계속해서 위기 기업으로 꼽혀왔다. 태영건설이 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PF 차입금 차환(기존 대출을 갚고 새로 받는 대출) 대응 이슈가 불거졌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만기가 돌아온 태영건설의 대출 규모는 3956억 원이다. 또 2024년까지 우발채무를 포함한 총 3조6027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그래프1 참조).

    우발채무 1조2000억, 부채비율 478%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만 3조2040억 원 수준이다(그래프2 참조). 또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1조93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478.7%에 달하며, 이는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 떠안게 될 우발채무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7200억 원으로 보지만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12월 21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차환이 필요한 우발 채무 규모를 1조2565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태영건설의 비착공 사업장,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착공 사업장, 사업 철수를 진행 중인 사업장에 대해 차환이 필요한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모두 집계한 것이다.

    태영건설은 ‘데시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다. 1973년 창업한 태영건설은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조성 사업 등에 참여해 큰 실적을 올렸다. 이때 성공은 1990년 국내 첫 민영방송 사업자로 선정돼 서울방송(현 SBS)을 설립하는 발판이 됐다. 태영건설은 이후로도 사업 확장을 거듭하며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사업은 물론, 도로·철도·항만 등 국가 기간사업을 하는 토목사업, 방송시설·의료시설 등을 건설하는 건축사업 등을 해왔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경영권 승계 이후 태영건설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8년 3조6911억 원에 달하던 매출은 이후 3조 원을 밑돌았고 2022년에는 2조6051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또한 2018년 4582억 원에서 2022년 915억 원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올해 태영건설 영업이익을 12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회사 부채를 감안하면 사실상 이익이 없는 상태다.

    태영건설은 그동안 차입,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을 해왔다. 2023년 1월에는 지주사인 TY홀딩스로부터 4000억 원을 차입했으며 본사 사옥 담보대출(1900억 원), 물류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2400억 원), 화력발전소 포천파워 지분 보통주 전략 매각(262억6000만 원) 등을 했다. 최근에는 윤 창업회장이 구순 나이로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SBS 지분 매각 전망도 나오지만 윤 창업회장의 애착이 남달라 실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건설사 전체 PF 우발채무 ‘23조 뇌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사 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방은 물론, 수도권 요지에서도 한계 상황에 내몰린 건설 현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호황기 때 규모가 커진 부동산 PF가 부실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말 92조5000억 원이던 부동산 PF 규모는 2023년 9월 말 134조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그래프3 참조). 같은 기간 0.55% 수준이던 연체율도 2.42%까지 올라갔다. 그 가운데 2023년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 원이다. 이는 한기평이 유효등급을 부여한 21개 건설사의 우발채무를 집계한 결과로, 2022년 6월 말(18조 원) 대비 29% 늘었다.

    이미 건설사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부도가 난 건설사는 총 19곳으로, 2020년(24곳)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12월에 부도를 낸 건설사만 8곳에 달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간 부동산시장이 2024년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실제 태영건설 외에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 보강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간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지만,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인 대형 혹은 중견 건설사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지고 있고 이는 PF 리스크가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PF 부실 위기 확산을 막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23년 12월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계부처 대응 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의 경우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도 과도한 점 등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로 어려움이 커진 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 규모와 여건을 감안할 때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태영그룹은 1조 원 넘는 자구 노력 방안과 함께 계열사 매각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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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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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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