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기업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이벤트와 마케팅을 준비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소비자가 알지 못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13일 개봉한 영화 ‘쏘우 X’ 홍보사는 최근 영화관 관객들을 대상으로 작은 이벤트를 진행했다. CGV 화장실 휴지걸이에 휴지가 아닌 사포를 걸어둔 뒤 옆에 쏘우 속 대표 캐릭터와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명대사를 배치해 웃음을 준 것이다. 영화관 화장실에 포스터를 붙이는 홍보 방식은 익숙하지만 휴지를 사포로 바꿔 일상 속 공포(?)를 만든 게 특별하다는 Z세대 평이 많다. 이처럼 기존 이벤트를 살짝 변형해 색다른 재미를 주는 사례들이 최근 눈에 띄고 있다.
# 아이작 뉴턴 생일 카페가 있다고?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생일을 기념하는 카페를 열고 홍보한 X(옛 트위터) 계정. [‘2023 아이작 뉴턴 생일 카페’ X 캡처]
얼마 전 유튜브 채널 TEO 테오의 ‘살롱드립2’에 배우 이성민과 유연석이 출연했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운수 오진 날’을 홍보하기 위함이었는데, 대화 과정에서 이성민의 ‘생일 카페’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이성민 팬들이 그의 생일을 기념하려고 생일 카페를 연 사실이 화제가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생일 카페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생일에 맞춰 카페를 대관한 뒤 그곳을 해당 연예인 관련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아이돌 팬 사이에서 유행하던 문화지만 이젠 그 폭을 넓혀 배우 등 다양한 연예인의 생일 카페가 등장하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는 사람은 생소할 수 있으나 가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가 컵홀더가 특정 연예인 얼굴로 꾸며진 것을 한 번쯤 본 적 있을 테다.
최근엔 역사적 인물의 생일 카페까지 등장했다. 2023년 12월 21~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문을 열었던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생일 카페가 그 예다. 이 또한 뉴턴을 좋아하는 팬들이 주축이 돼 추진한 것으로, 뉴턴 관련 굿즈를 판매한 것은 물론 뉴턴 이론을 주제로 한 강연도 진행했다. 이처럼 생일 카페는 이제 단순히 아이돌, 연예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앞으론 연예인이 아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생일 카페가 Z세대 이목을 더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 카스가 송년회 못 온 친구 소환해준다
카스가 연말연시를 맞아 진행하는 ‘오늘 못 나온 친구는 등신대로 소환’ 이벤트. [카스 유튜브 캡처]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이 송년회·신년회로 바빠진다. 이 모임, 저 모임 스케줄을 잡다 보면 어떤 모임엔 참석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에 카스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소환 이벤트를 준비했다. 주류회사 이벤트 하면 롯데칠성음료의 ‘◯◯처럼’ 같은 라벨지 이벤트가 가장 먼저 떠오를 테지만, 이번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바로 ‘오늘 못 나온 친구는 등신대로 소환’이라는 완전체 모임 프로젝트다. 모임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가 자신의 얼굴을 카스에 제공하는 템플릿에 합성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하면 나머지 친구들이 강남·홍대 앞 등 모임장소 근처 ‘카스 친구 소환소’에서 그것을 등신대로 제작하는 것이다. 이 등신대를 들고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은 뒤 카스 병에 붙이는 라벨지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 라벨지 이벤트에 완전체 모임이라는 콘셉트를 더해 연말연시에 빠질 수 없는 사람과 술, 두 가지를 한꺼번에 공략한 흥미로운 이벤트가 된 것 같다.
# 크리스마스 기념 산타 체험 해보기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1000원 이상 기부한 사람에게 발급해주는 ‘산타자격증’. [토스 애플리케이션 캡처]
최근 인스타그램에 ‘산타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타자격증이라니 이름부터 생소하지만,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기부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증거로 나눠주는 자격증이다. 산타자격증을 발급받으려면 먼저 산타의 필수 역량인 눈썰미를 검증받기 위해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통과해야 한다. 숨은 그림을 모두 찾은 뒤엔 장애인, 아동, 동물 등 본인이 원하는 기부 분야에 1000원부터 200만 원까지 원하는 금액을 자유롭게 기부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산타자격증이 발급되는데, 이때 자격증에 산타번호, 부서, 담당 지역까지 표기돼 Z세대 사이에선 “디테일이 미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선물 발주팀’ ‘착한 아이 조사팀’ ‘자율주행 썰매 연구팀’ ‘잠입 조사팀’ 등 부서가 다양한 것은 물론, 담당 지역도 서울~제주 읍면동 단위까지 각기 달라 자신이 원하는 부서와 지역이 나올 때까지 계속 기부하는 사람도 많다. 단순히 기부금만 모금했다면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테지만 산타자격증 덕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부에 동참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