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대소변엔 신체 상태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과식했거나 사료가 바뀌었거나 사람 음식을 먹은 날은 반려견·반려묘가 여러 차례 묽은 변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음수량이 적고 섬유질 섭취가 부족한 날은 소량의 딱딱한 변만 보거나 하루 종일 배변이 없을 수 있죠. 두 경우 모두 오래 지속되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오늘은 후자인 변비 증상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반려동물이 3일 이상 배변을 하지 않는다면 변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GETTYIMAGES]
음수량 늘리기가 예방 핵심
반려동물을 처음 기르는 사람이라면 “반려견·반려묘도 변비에 걸릴까”라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반려견(1세 이상 성견 기준)은 하루 평균 2~3회 대변을 봅니다. 만약 3일 이상 배변을 하지 않는다면 변비를 의심해봐야 하죠.반려동물이 변비에 걸리는 원인은 아주 다양한데요. 대표적 원인이 음수량 및 섬유질 부족입니다. 이 밖에 소화불량, 스트레스, 비만, 운동량 부족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단순 변비가 아니라 거대결장, 장폐색 같은 질병에 의해서도 변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거대결장은 대변을 만드는 결장이 지나치게 부풀면서 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장내에 축적되게 하는 질병을 말합니다. 이때 결장은 장내 수분을 계속해서 흡수하기 때문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쌓인 변이 점점 딱딱해지고 배출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평소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ETTYIMAGES]
반려동물에게 배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보호자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반려견·반려묘를 반듯하게 눕힌 뒤 한 쪽 방향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듯이 배를 마사지해주면 되죠. 아직 어려서 반려견·반려묘 몸집이 작다면 보호자 손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배를 주무르듯이 가슴에서 꼬리 방향으로 살살 문질러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온열장판이나 핫팩 등을 이용해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장운동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반려동물이 고온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보호자가 반드시 온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실외배변 시간 간격 짧게
가루 형태의 차전자피(Psyllium)를 사료에 적정량 섞어 지급하면 변비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간혹 심한 변비로 복통을 호소하는 반려동물도 있습니다. 이때는 동물병원에서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아 먹인 뒤 변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습니다. 또 반려견·반려묘는 염증성 장질환(IBD)을 흔히 앓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방법을 모두 시도해도 변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수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거대결장, 장폐색의 경우 변비와 함께 식욕·기력 저하, 구토, 복통 같은 증상도 보이는데요. 이때는 바로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하죠.
마지막으로 보호자가 쉽게 놓치는 반려동물 변비의 원인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실외배변을 하는 반려견이 산책할 때까지 대소변을 참다가 변비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생각보다 흔히 발견되는 사례죠. 따라서 반려견 변비 예방을 위해선 보호자가 실외배변 시간 간격을 최대한 짧게(하루 최소 2~3회 산책) 조정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