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제와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느 때보다 차이가 크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위험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경기 연착륙으로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 행보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실업률 급등과 경기침체 발생 국면에서 단행된다면 금융시장 내 충격이 불가피한 반면, 예방적 또는 보험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단행된다면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성명서에서는 경제 상황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와 추가 긴축 관련 문구가 수정됐다. 경제활동 확장세가 지난 3분기의 강한 속도에서 둔화됐다고 평가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나 지난 1년간 완화됐다는 표현을 추가해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을 반영했다. 또한 ‘추가 인상 정도(the extent of additional policy firming)’에 대한 문구에 ‘any’라는 제한적 표현을 추가(the extent of any additional policy firming)해 긴축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점도표는 지난 9월 정례회의와 비교해 정책금리의 중간값을 낮췄다. 정책금리가 2024년 말 4.6%로 하락한 후 2025년 말 3.6%, 2026년 말에는 2.9%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정책금리 중간값의 경우 5.1%에서 4.6%로 하향 조정해 종전 2차례에서 3차례로 금리인하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과도한 정책 전환 기대를 경계하면서도 정책금리가 정점 근방에 있으며 금리인하 시점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은 대부분 금리인하 조건과 시기에 맞춰졌고, 경기 연착륙 가능성과 물가 둔화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뒀다.
12월 FOMC 정례회의 이후 금융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로 이동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024년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65%까지 높아졌고, 한 해 6차례까지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3년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며 잠재성장률 수준(2% 정도로 추정)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업률 전망치를 유지하고 점도표도 3차례 금리인하로 확대한 점은 의미가 있다. 이는 경기 연착륙을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금리인하는 대체로 실업률 급등과 경기 위축이 동반되면서 단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침체라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어도 물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의장은 12월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목표치 2%에 도달한 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보다는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열어뒀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전처럼 물가 통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기 요인을 통화정책에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전망에는 물가 둔화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연준의 물가 전망치를 보면 2023년과 2024년 모두 하향 조정하며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 정도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할 경우 2024년 2분기에는 전년 동월 대비 2% 초반대로 물가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 내에서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도표에서 3차례 금리인하를 전망한 연준과 달리 금융시장은 2024년 3월을 시작으로 한 해 6차례까지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 내 기대가 너무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미국 물가상승률은 둔화될 전망이지만, 이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금리인하 시기나 폭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괴리가 줄어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공급망 차질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물가 둔화 과정이 안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또한 물가 둔화 흐름이 유효해도 시장 컨센서스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경우 이를 상회하는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 내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2024년 1분기에는 미국 물가의 둔화세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2분기 말 정도에 이르러서야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듯하다. 2024년 초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미국 달러나 금리 등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2분기 말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후 유동성 여건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 내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가가 하향 안정될 때 선제적인 금리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연준, 긴축 사이클 종료 가능성 시사
그렇다면 2024년 연준의 통화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일단 2023년 12월 13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바라보는 시장의 무게중심을 변화시킨 변곡점이라 볼 수 있다. 연준은 이번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물가가 여전히 연준 목표치 2%를 상회하지만 “통화긴축이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반영했다.성명서에서는 경제 상황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와 추가 긴축 관련 문구가 수정됐다. 경제활동 확장세가 지난 3분기의 강한 속도에서 둔화됐다고 평가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나 지난 1년간 완화됐다는 표현을 추가해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을 반영했다. 또한 ‘추가 인상 정도(the extent of additional policy firming)’에 대한 문구에 ‘any’라는 제한적 표현을 추가(the extent of any additional policy firming)해 긴축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점도표에도 변화를 줬다(그래프 참조). 경제성장률은 지난 9월과 비교할 때 2023년은 2.6%로 상향하고 2024년은 1.4%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물가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하향 조정했다. 특히 2024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식료품과 에너지 제외)는 2.4%로 9월 정례회의 때보다 0.2%p 낮추고 PCE 물가도 2.4%로 0.1%p 하향했다. 2024년 실업률은 4.1%로 2023년(3.8%)보다 높지만 종전 전망치를 유지해 노동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지난 9월 정례회의와 비교해 정책금리의 중간값을 낮췄다. 정책금리가 2024년 말 4.6%로 하락한 후 2025년 말 3.6%, 2026년 말에는 2.9%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정책금리 중간값의 경우 5.1%에서 4.6%로 하향 조정해 종전 2차례에서 3차례로 금리인하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과도한 정책 전환 기대를 경계하면서도 정책금리가 정점 근방에 있으며 금리인하 시점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은 대부분 금리인하 조건과 시기에 맞춰졌고, 경기 연착륙 가능성과 물가 둔화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뒀다.
12월 FOMC 정례회의 이후 금융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로 이동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024년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65%까지 높아졌고, 한 해 6차례까지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3년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며 잠재성장률 수준(2% 정도로 추정)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업률 전망치를 유지하고 점도표도 3차례 금리인하로 확대한 점은 의미가 있다. 이는 경기 연착륙을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금리인하는 대체로 실업률 급등과 경기 위축이 동반되면서 단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침체라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어도 물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의장은 12월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목표치 2%에 도달한 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보다는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열어뒀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전처럼 물가 통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기 요인을 통화정책에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준과 시장 전망 괴리 줄어드는 과정 필요
현재 미국의 명목 정책금리는 5.25∼5.50%지만 실질 정책금리는 물가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준의 예상보다 물가 둔화 폭이 확대된다면 그만큼 실질금리 수준이 높아져 긴축 강도는 강해진다. 이 경우 긴축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에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가 2%대로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전망에는 물가 둔화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연준의 물가 전망치를 보면 2023년과 2024년 모두 하향 조정하며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 정도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할 경우 2024년 2분기에는 전년 동월 대비 2% 초반대로 물가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 내에서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도표에서 3차례 금리인하를 전망한 연준과 달리 금융시장은 2024년 3월을 시작으로 한 해 6차례까지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 내 기대가 너무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미국 물가상승률은 둔화될 전망이지만, 이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금리인하 시기나 폭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괴리가 줄어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공급망 차질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물가 둔화 과정이 안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또한 물가 둔화 흐름이 유효해도 시장 컨센서스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경우 이를 상회하는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 내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2024년 1분기에는 미국 물가의 둔화세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2분기 말 정도에 이르러서야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듯하다. 2024년 초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미국 달러나 금리 등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2분기 말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후 유동성 여건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 내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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