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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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시장 들썩이게 한 ‘신속통합기획’ “서울 창신·숭인 25억 간다”

김제경 소장 “대(大)재개발·재건축 시대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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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1-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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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관련 보도가 나오고 시장은 난리가 아니었다. 해당 후보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투자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일이 1월 2일이었는데, 하루 앞둔 정초부터 일부 부동산은 매매 계약서 쓰기에 바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통기획 발표 후 부동산시장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시는 신통기획 후보지 21곳(아파트 2만5000가구 규모)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후보지 공모에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자치구 102개 구역이 참여했다. 민간 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 심사 결과 중구·광진구·강남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에서 각각 한 곳씩 후보지로 선정됐다(지도 참조).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 인허가 절차 및 기간을 간소화하는 것이 뼈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 규제 완화’ 기조가 신통기획으로 구체화되면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숭인동 일대(옛 창신·숭인뉴타운) 등 주요 후보지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1월 5일 동아일보 서울 충정로사옥에서 김 소장을 만나 신통기획 핵심 포인트와 향후 재개발 투자 방향을 물었다.

    “서울 재개발, 웬만하면 사업성 확보”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박해윤 기자]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박해윤 기자]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없음에도 반응이 뜨거운 이유가 무엇인가.

    “신통기획 핵심은 번거롭던 인허가 문제를 서울시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민간 재개발은 어지간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관(官)이 인허가 과정에서 발목만 잡지 않으면 말이다. 용적률 상향 조정이나 층고 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없더라도 큰 문제없다. 서울시가 재개발에 전향적 태도를 천명한 것만으로도 힘이 실린다.”



    주요 재개발지역이 빠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발표된 후보지를 보고 역시 이변은 없다고 생각했다. 한남 1구역,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 등 핵심 재개발 예정지가 빠졌다. 다만 이렇게 핫한 곳이 신통기획 예정지로 선정되면 ‘재개발 투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서울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첫 후보지 발표이므로 어느 정도 숨고르기를 한 것 아닌가 싶다.”

    내실 없는 숨고르기에 그치진 않을까.

    “그렇진 않다고 본다.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서울시 패러다임이 바뀐 점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기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곳이 있다. 바로 후보지로 선정된 옛 창신·숭인뉴타운이다. 이곳은 2007년 4월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됐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추진한 뉴타운사업 해제 1호가 바로 창신·숭인뉴타운이었다. 이후 박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던 도시재생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 불만이 높아졌다. 예산 약 900억 원이 투입됐으나 근본적 주거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도시재생사업에 비용이 이미 많이 들었기에 재개발이 어려워 보였다. 이번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그러한 우려가 불식됐다. 향후 서울시 재개발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재개발 규제 꼼꼼히 살펴야”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동아DB]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동아DB]

    이 대목에서 김 소장은 “당장 재개발 청신호가 켜졌지만 신통기획 발표와 함께 나온 규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월 2일부터 신통기획 후보지 모두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된다. 서울시는 허가 대상 부동산 면적을 주거지역 기준 19㎡ 이상으로 강화해 지분 쪼개기 식 투기를 방지할 계획이다. 2년 이상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택을 매매할 수 있다. 재개발 후 분양 권리 획득 기준이 되는 권리산정기준일은 2021년 9월 23일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신통기획 발표 후 후보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도록 한 조치”라며 “사실상 2년 이상 실거주가 가능한 물건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21개 후보지 중 특히 눈여겨볼 곳은?

    “우선 옛 창신·숭인뉴타운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상징성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도시 재정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본다. ‘결국 재개발이 답’이라는 지역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안다. 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 청파 2구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심 접근성이 워낙 좋다. 송파구 마천 5구역이 신통기획 후보지가 되면서 반쪽 뉴타운으로 여겨지던 거여·마천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뉴타운 완성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투자금액 및 미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정확한 시세 파악은 쉽지 않다. 다만 전용면적 30평형 초반대 아파트 입주권 기준 6억~8억 원 정도로 본다. 이미 가격대가 높아 투자가치가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으나, 조합설립 인가를 거친 다른 재개발 지역 가격대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이번 신통기획 후보지 중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창신·숭인뉴타운이나 청파 2구역은 도심 접근성이 정말 좋다. 완공되면 30평형대 아파트 기준 25억 원가량은 무난하게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마천 5구역도 송파구에 있다는 프리미엄, 위례신도시와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남 1구역 주목”

    당장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곳이 있나.

    “섣불리 추천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한남 1구역처럼 재개발 노후도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한남 1구역 건물은 대부분 상당히 낡았다. 신축 건물이 들어서기도 어렵다. 지난번 한남뉴타운 임장을 통해 확인했듯이, 한남뉴타운 일대는 경사가 가파르고 골목길이 좁아 차량 접근이 쉽지 않다(‘주간동아’ 1307호 ‘50억 원까지 간다, 한남뉴타운 미래 궁금하면 반포 보라’ 제하 기사 참조). 건물 신축이 어렵기에 노후도 조건 유지가 용이하다. 재개발 물건 가격대가 이미 높게 형성된 것도 어떤 면에선 장점이다. 현재 한남 1구역 투자금액은 30평형 초반대 아파트 입주권 기준 10억 원 이상이다. 새 건물을 짓기에 가격대가 너무 높다. 한남뉴타운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거친 다른 구역의 경우 투자금액이 20억~25억 원가량이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한남 1구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에도 호재지만…”

    신통기획 발표로 재개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소장은 “재개발 투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며 “높은 수익만 기대하고 막연하게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투자 리스크는 무엇인가.

    “투자 결실을 맺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곳도 아파트 완공까지 10년 정도 소요된다고 본다.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 인가→소유권 이전 등기 순서로 진행된다. 신통기획은 여기서 사업시행 인가까지 인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그 후 단계에서 걸리는 시간은 예전과 비슷할 것이다. 재개발 투자는 자녀 세대가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심정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그 외 주의할 점이 있다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매물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섣불리 투자했다 현금청산을 당하면 안 되지 않나.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지어진 건물은 매입하더라도 현금청산 대상이다. 자신이 투자하는 재개발지역의 권리산정기준일이 언제인지 정확히 따져보고 매입 물건을 정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전체적인 노후도도 잘 살펴야 한다. 가령 당장 자신이 매입한 건물이 준공 20년이 지나 노후도를 충족해도 인근에 신축 건물이 많다면 주의해야 한다. 재개발지역을 지정할 때 노후도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축 빌라는 오려내듯이 제외하기도 한다. 노후 건물이라도 신축 건물에 포위당한 형국이라면 함께 제외될 수 있다. 재개발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개별 건물의 준공 연도는 물론, 인근 건물의 노후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신통기획은 도시 재정비사업 전반에 호재로 여겨진다. 이번에 발표된 후보지는 모두 재개발 구역인데, 앞으로는 재건축 신통기획 후보지도 발표될 예정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신통기획 신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소장은 신통기획이 재건축에 끼칠 영향을 두고 “현 단계 신통기획은 재개발 위주이지만 재건축에도 적용될 예정이기에 분명 호재”라면서도 유의할 점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이제까지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서울시 규제 때문이 아니었다. 재개발의 경우 시도지사의 정비구역 지정이 중요하다. 반면 재건축은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안전진단 통과가 관건이다. 특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이 실시하는 2차 안전진단 통과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재건축의 난관이다. 이번 정부가 재건축을 억제하면서 안전진단 허들이 높아졌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으로 강남 재건축도 대부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신통기획은 재건축에도 호재이긴 하나 이 같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마냥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향후 재개발·재건축 시장 전망은?

    “대(大)재개발·재건축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신통기획이 규제 일변도였던 정책을 크게 바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투자는 특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다. 그럼에도 높은 미래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적잖은 비용,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예의주시하면 기회는 올 것이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김제경 소장의 깊이 있는 부동산시장 분석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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