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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985년 이후 해마다 평균 37만2000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기술 진보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미국 GM(제너럴 모터스)은 종업원 인당 연평균 자동차 7대를 생산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13대로 늘었고, 2018년에는 28대를 만들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과거처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GM 공장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은 과거와 비교할 때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비단 자동차뿐 아니라, 제조업 전 분야에서 야기되는 현상이다. 제조업은 심지어 경기 확장기에도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불황 같은 단기적 현상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10년 안에 최대 규모 일자리 손실을 경험할 20개 부문 가운데 19개가 제조업에 속한다. 오늘날 미국인은 공장보다 식당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 시작으로 유럽, 한국도 비슷한 궤적
한때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던 디트로이트는 현재 시민 3분의 1이 빈곤계층이다(위). 키오스크 등장으로 서비스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Brand USA 홈페이지]
이런 추세는 미국뿐 아니라, 고소득 국가 대부분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1970년 독일 근로자의 약 40%가 제조업에 고용돼 있었지만 현재는 21%로 하락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유사하다. 한국 역시 일정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1995년까지 계속 성장했지만 그 후로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보다 가파르게 줄고 있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 수요는 지난 25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역설적으로 고용은 크게 줄었다. 오늘날 컴퓨터산업의 생산직 일자리는 개인용 컴퓨터가 도입된 초기 1975년보다 적은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자 애쓰지만, 그 산업의 생산직 일자리도 10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40세 근로자 시급, 아버지보다 8% 적은 수준
일자리 감소는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50년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근로자 절반은 들판에서 일했다. 오늘날에는 근로자의 1%만 농업에 종사한다. 트랙터나 비료, 개량된 종자 같은 기술 발전 덕분에 사람을 적게 투입하고도 농작물을 훨씬 더 많이, 더 싸게 생산한다. 20세기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농촌 소득은 증가한 반면, 농업 근로자의 필요성은 줄어든 셈이다.코로나19 사태는 그마나 신규 수요가 창출되던 서비스 분야 일자리마저 감소시키고 있다. 과거 고객과 대면해서 수행하던 다양한 서비스가 이제는 키오스크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활용하는 형태로 변화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돌아선다 해도 지속적인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서비스 분야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 감소는 국민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중산층 근로자 임금은 1980년대 초 이래 사실상 제자리걸음이거나 심지어 감소한 경우도 많다. 2019년 OECD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형적인 40세 고졸 근로자의 현재 시급은 그의 아버지가 1980년대 받은 것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8%가량 적은 수준이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적인 근로자들이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생활수준 향상을 경험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내용들은 2022년 세계 주요 국가가 일자리 창출에 주목하는 주된 배경이자 ‘일자리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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