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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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 미국 증시 소(小)공황 온다”

‘시나리오 투자법’ 개발자 정현권 “올해부터 한국 증시 좋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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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2-01-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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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주식시장 전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지부진한 박스권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유동성 홍수 시대가 마감하고 대세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정치인이자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은 “거의 모든 유용한 지식은 역사를 읽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발자취를 통해 현재를 넘어 미래를 예측할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거시경제학 측면에서 주식시장을 분석한 책 ‘정해진 미래, 대세상승장이 온다’ 저자 정현권(52·필명 이야기꾼) 씨는 금융역사를 집요하게 분석해 주식시장이 ‘중기12국면’이라는 순환 패턴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자산시장의 흥망성쇠는 이미 결정돼 있다”며 “한국 증시는 17년, 미국 증시는 34년 주기로 비슷한 패턴을 보이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고 주장한다. 시나리오대로 변하는 주식시장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면 ‘성투’ 확률도 높아진다는 게 정 씨 생각이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정 씨는 휴렛팩커드, 삼성전자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2020년 말 퇴사하고 경제적 자유인이 됐다. 1997년 주식시장에 입문했으며 ‘시나리오 투자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연구했다.

    시나리오 투자법이란 무엇인가.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자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투자법은 미국 증시 120년을 분석해 도출한 증시 순환주기를 보고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대표적인 시나리오 투자 모델이 ‘중기12국면’이다.”




    ‘시나리오 투자법’ 개발자 정현권 씨는 “한국 증시는 17년, 미국 증시는 34년 주기로 비슷한 상승과 하락 패턴을 반복한다”며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에 소공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영철 기자]

    ‘시나리오 투자법’ 개발자 정현권 씨는 “한국 증시는 17년, 미국 증시는 34년 주기로 비슷한 상승과 하락 패턴을 반복한다”며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에 소공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영철 기자]

    미국 증시 순환주기 34년

    [자료 | 정현권]

    [자료 | 정현권]

    중기12국면은 무엇인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뉘는 주식시장 패턴 중 17년 주기로 발생하는 중기 패턴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과 12개월에 비유해 ‘중기12국면’이라고 이름 붙였다. 중기12국면은 3월 국면, 4월 국면, 5월 국면으로 이뤄진 봄 국면으로 시작한다. 3월 국면이 되면 겨울 국면을 깰 정도로 강력한 주가 상승이 나오고, 4월 국면에 접어들면 꽃샘추위 같은 큰 하락이 발생하다 5월 국면에 다시 주가가 상승한다. 봄 국면일 때는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등락폭이 크다. 여름 국면이 시작되는 6월부터 대세상승이 시작되고, 이 흐름은 11월까지 이어진다. 역사적 신고가는 6월 국면에 발생한다(그래프1 참조). 이후 12월, 1월, 2월 겨울 국면이 나타난다. 한국은 중기12국면이 통상 17년 주기로 발생한다. 미국은 34년이다.”

    17년, 34년은 상당히 긴 기간이다. 이 기간 어느 시점에 매매가 이뤄지나.

    “한국 증시는 2020년 11월 여름 국면이 시작됐다. 가을 국면은 2024년쯤으로 예상된다. 중기12국면에 따르면 보통 5·6월 국면에 매수해 11월 국면에 매도한다. 5~6년 보유하는 것이다. 여기에 2년가량 보유하는 단기투자와 1년에 한두 번 매매하는 초단기투자도 병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매수한 경우 5년 정도 보유하면 되나.

    “맞다. 삼성전자 한 종목으로 중기, 단기, 초단기투자를 모두 병행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총투자금의 20~30%는 4~5년 보유하는 중기에, 30%가량은 2년 정도 보유하는 단기에 투자한다. 단기투자는 지난해 1분기처럼 급상승했을 때 비중을 축소하고 다른 섹터 비중을 확대하는 식이다.”

    지금 삼성전자를 매수해도 괜찮다고 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모두 매수하기 좋은 시기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의 PBR(Price Book Value Ratio: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가 0.9배에 불과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나 봤을 법한 엄청난 저평가다. 길게 놓고 보면 금융위기 때도, 지금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진행되고 있다.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는 얘기다.”

    2020년까지 미국 증시 대세상승

    [자료 | Trading Economics, 다우존스]

    [자료 | Trading Economics, 다우존스]

    현재 미국 증시는 중기12국면 중 어느 국면인가.

    “미국 증시는 2013년부터 여름 국면이 시작됐다. 여름, 가을 국면인 대세상승은 통상 17년간 이어져 올해도 여전히 여름 국면이다(그래프2 참조). 미국주식 대세상승은 짧으면 2027년, 정상적이라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유동성이나 테이퍼링, 금리 영향으로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경우 순환주기가 심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 미국 증시 대세상승 기간이 심하게 왜곡됐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양적·질적 완화가 진행됐다. 이런 유동성의 비정상적 급증은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동성이 엄청나게 증가한 때와 비슷한 모양새다.”


    2030년 미국 증시 겨울 국면 시작

    미국 증시의 겨울 국면은 얼마나 지속될까.

    “겨울 국면은 역사적으로 통상 2~3년이면 마무리된다. 미국 증시 120년 역사상 대공황은 한 번 발생했고,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는 중공황은 세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대공황은 1929년부터 1932년까지 4년가량 이어졌다. 첫 번째 중공황은 1973~1974년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 기관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미국주식 50개 종목) 버블로 발생해 2년 만에 끝났다. 두 번째 중공항은 2000~2001년 발생한 닷컴버블로 3년가량 지속됐다. 세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년간 하락했다. 중공황이 발생하면 3년 정도 지속되고 전체 지수는 약 50% 하락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2030년쯤 시작될 겨울 국면도 비슷한 운명을 따를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증시 전망은?

    “현재 미국 증시는 대세상승기이면서 기술주 시대가 열렸다. 이런 시기에는 기술 위주의 신흥국 주가가 초과 상승한다. 한국, 대만, 중국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 세 나라 증시에서 큰 버블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좀 좋지 않았지만 2022년부터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후 극동아시아 3개국 버블이 꺼지면 이 나라들의 증시는 겨울 국면에 들어가고 달러 강세가 시작될 것이다. 이때 미국 증시는 가을 국면으로 접어든다. 미국 증시만 오르다 겨울 국면이 오면 전 세계 증시가 모두 폭락하는 장세가 올 것이다. 글로벌 증시 대세하락은 2027~2030년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새해에는 한국, 대만, 중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나.

    “지금 미국 증시는 달러 강세로 좋은 편에 속한다. 달러 강세는 지난해 7월 시작됐고, 미국 증시가 더 상승한 시기도 7월부터다. 한국 증시는 7월부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주식시장에 소(小)공황이 올 수 있다. 2013년 미국 증시가 여름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2015년, 2018년 말, 2020년 3월에 소공황이 발생했다. 다음 소공황은 올해 상반기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은 대세상승기인데.

    “대세상승기에 소공황은 계속 발생해왔다. 1983년 시작된 미국 대세상승기(여름·가을 국면)에는 1984년, 1987년, 1990년, 1994년, 1998년 5번의 소공황이 발생했다. 2000년 말에는 중공황도 왔다. 현재 나스닥이 엄청 상승하고 있지만 순환주기로 보면 3~4년마다 소공황이 발생했고, 올해가 그런 해다. 올해는 2018년 말 발생한 소공황이 만 4년 되는 시점이고, 지난해 3월 시작된 코로나19발(發) 소공황은 3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으로 다시 소공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소공황은 미국 대통령 임기와도 상관이 있다. 소공황이 3~4년 주기로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미국 대통령 임기가 4년이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미국 대통령 임기 1년 차, 4년 차에 증시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 2년, 3년 차 때는 증시가 좋지 않다. 올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드는 시기로, 증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증시가 나쁜 이유는?

    “임기 4년 차에 왜 주식이 상승하는지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연금 생활자가 많은 미국에서 50대 이상은 증시에 민감하다. 증시가 나빠지면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므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재집권을 위해 주식시장이 좋아할 만한 공약을 내놓는다. 당선 1년 차에도 정책 모멘텀 때문에 상승장이 펼쳐진다. 반면 임기 2년 차에는 집권당 색깔이 정책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분배, 노동정책을 펼치고 본격적으로 세금 인상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시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공황을 예측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유례없는 유동성 홍수 시대도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3월이면 끝이 난다. 6월부터 기준금리도 오른다. 이러한 이유들로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부터 회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유동성이 빠지면 제조업 경기가 상반기 하락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시가총액이 커진 비트코인이 하락하면 디레버리지(deleverage: 부채를 줄이는 것) 현상이 발생한다. 비트코인 같은 급등 자산은 통상 대출이나 레버리지를 통해 매수하는데, 하락할 경우 디레버리지 현상이 생기고 대출을 갚기 위해 멀쩡한 주식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비트코인 하락은 소공황전조 현상이라고 확신한다.”


    기술주·반도체·선택 소비재株 주목해야

    소공황 발생 시 글로벌 금융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

    “지금 달러가 강세라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고 있지만 소공황이 일어나면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개연성이 크다. 달러가 약세일 때는 미국보다 한국과 대만, 중국 증시가 초과 상승할 확률이 높다. 최근 중국은 지준율(지급준비율)을 낮추고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시진핑 정부가 3기 집권을 위해 경기를 되살리려 노력할 것이다.”

    소공황 발생 시 주가 하락폭은?

    “역사적으로 소공황은 하락폭이 크지 않다. 기간으로는 3~6개월 지속될 수 있다. 짧게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처럼 1개월 내 끝날 수도 있다. 하락폭도 5~10%에서 마무리될 수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순간적으로 30%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하락폭은 초기 속도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초기 하락 속도가 강하면 나스닥 지수가 20% 이상 떨어질 수도 있고, 초기 하락 속도가 약하면 10% 내외로 끝날 것이다. 단, 한국 증시는 맞을 매를 이미 다 맞은 상태라 하락폭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주식은 어느 섹터를 주목해야 하나.

    “순환주기상 기술주와 선택 소비재주(株)가 주도 업종이다. 기술업종은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이 있고, 선택 소비재업종은 게임, 미디어, 의료 보조기기가 있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나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업종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메가트렌드가 또 다른 주도 업종을 형성하기도 한다. 10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처럼 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규모가 성장하는 황금시장 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nm 이하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두 회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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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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