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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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향하는 ETF 투자 열기, 운용 성과는 제각각

[김성일의 롤링머니] 이름 비슷해도 수익은 천차만별… 불확실성 염두에 둬야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2-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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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올트먼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과 각각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팹·Fab)도 둘러봤다. ‘AI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AI 시장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로, 올트먼은 독자적인 인프라를 만들고 싶어 한다.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난 것도, 대만 TSMC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소문도 이와 관련 있다.

    소문이 돌고 돈이 몰리는 곳에 개인투자자의 관심도 쏠린다. AI와 관련한 투자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AI 관련 기업이나 산업 성장에 베팅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AI 산업 성장에 맞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방법이다.

    [GettyImages]

    [GettyImages]

    기업 투자, 금융상품 투자… 다양한 AI 투자법

    이런 관심은 금융상품 출시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21일 동시 상장한 ‘KoAct 글로벌AI&로봇액티브’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 등 4개 ETF(상장지수펀드)가 대표적 예다. 이들 상품은 모두 AI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장 후 올해 1월 26일까지 성과는 각각 14.5%, 1.9%, 0.9%, 1.0%로 차이가 크다. 이는 각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다르고, 그 지수가 편입하는 종목이 달라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먼저 ‘KoAct 글로벌AI&로봇액티브’는 ‘iSelect 글로벌AI&로봇PR 지수’를 추종한다. AI, 로봇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산업 성장과 함께 고성장이 가능한 기업 성과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다.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는 ‘iSelect AI반도체핵심장비 지수’를 추종하며, AI 반도체 핵심 장비 산업을 영위하는 종목들로 구성됐다. 자연어 처리 키워드 필터링 기술을 활용해 종목을 선정하고, 스코어와 유동시가총액을 동시에 반영하는 가중 방식이다.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iSelect AI반도체핵심공정 지수’를 추종한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중 AI 프로세스 칩과 시스템 반도체산업 구조에 따라 선정한 키워드를 기반으로 유관기업을 분류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 키워드 필터링 기술을 활용해 종목을 구성한다.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는 ‘iSelect AI 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키워드 기반의 자연어 처리 모델을 활용해 중소형주 중심으로 구성 종목을 선정한다. AI 산업의 핵심 키워드를 추출해 이를 점수화하고, 산업과의 연관성을 반영한 정성적 스크리닝으로 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AI 산업 ETF별 보유 종목 현황’을 보면 종목 선정 결과의 차이가 명확하다(표 참조). 특히 ETF 이름에 ‘액티브’가 표기된 경우 추종 지수보다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 일부 편입 종목이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추종 지수가 같지 않고, 펀드매니저 역량에 따라 보유 종목이 달라지면서 성과는 제각각이 된다.

    성장 산업 투자가 성과 보장 안 해

    AI와 관련한 또 다른 투자 방식은 AI가 직접 투자 종목 선정을 돕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ETF 중 출시가 가장 빨랐던 상품은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다. 2020년 9월 상장돼 운용 기간이 3년을 넘었다. 이 상품은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 추구를 목표로 하며, AI 알고리즘 모델을 활용해 편입 종목과 매매 시점 등을 결정한다. 출시 이후 3년 3개월간 누적 20.3% 수익률을 보였다. 연환산 수익률은 5.84%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KOSEF 200TR’ 성과는 누적 19.5%로 연환산 5.64%였다. 코스피200 ETF보다 연 0.2%p 초과 수익을 냈으나 상승과 하락 움직임은 굉장히 비슷했다.

    기술 선진국 미국의 AI 활용 ETF 성과는 어떨까. AIEQ(AI Powered Equity ETF)는 미국 증시에서 AI에 의존하는 최초 액티브 ETF다. 이 ETF 운용사가 내세운 소개는 다음과 같다.

    “AIEQ는 IBM 왓슨(Watson)을 활용해 1000명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퀀트가 24시간 일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운용된다. 종목 선정 방식에 인공지능이 100% 이용되는 첫 번째 액티브 ETF다. 뉴스, 소셜미디어, 산업 및 분석 보고서, 6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기술지표, 매크로지표, 시장 데이터 등에 걸쳐 수백만 개 데이터를 분석한다.”

    상장 이후 AIEQ 움직임을 미국의 대표 지수 S&P500을 추종하는 SPY ETF(SPDR S&P500 ETF Trust)와 비교하면 2022년 여름까지는 유사하게 움직인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그 이후 SPY ETF는 완전한 상승세를 보인 반면, AIEQ는 그러지 못하면서 성과 차이가 만들어진다. 약 6년 3개월간 AIEQ는 연 7.4%, SPY는 연 12.1% 성과를 거뒀다. 단순히 주가지수에만 투자한 경우가 연 4.7%p 초과 성과를 낸 것이다.

    앞서 언급한 ETF 외에도 다양한 AI 관련 펀드와 ETF가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어떤 산업이나 테마의 성장에 베팅할 때는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몇 년 전 유행한 메타버스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비롯한 다양한 테마 투자에서 나타난 현상이며, 이는 반복적으로 지속된다. 워런 버핏이 한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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