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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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폭풍전야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중국 겨냥한 포문 열었다

美, 환율조작국 지정과 슈퍼 301조 발동…中, 미국 국채 매각과 기업 보복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6-12-30 16: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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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 날(1월 20일) 새벽 3시 17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물릴 계획이라고 발표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장인 의회로 가는 도중에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하, 보잉 여객기 주문 취소, 아이폰 판매 금지 등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한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가 내다본 2017년 세계 최악의 시나리오 10개 가운데 하나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 상황이 될 듯하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무역위원회 신설의 의미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겨냥해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NTC)라는 기구를 신설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본떠 만든 NTC는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노동부 등을 산하에 두고 무역과 통상정책을 총괄한다. NTC를 만든 것은 무역과 통상을 외교·안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간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뜻에 따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초대 NTC 위원장으로 대표적 반(反)중국론자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 교수를 내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나바로 교수에게 NTC를 맡긴 것은 향후 있을 중국과의 무역·통상 문제와 관련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강경 대응 의지를 분명히 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찰스 티퍼 볼티모어대 교수는 “나바로 교수를 NTC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은유적이든, 문자 그대로든 중국과 전쟁이 곧 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나바로 내정자는 미국 무역적자의 핵심 원인을 중국으로 꼽아왔다. 그가 집필한 ‘슈퍼파워 중국(The Coming China Wars)’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 등은 모두 중국의 경제 패권주의를 질타하고 있다. 특히 베스트셀러에 오른 세 번째 저서는 중국이 단순히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바로 교수의 미국 무역 관련 저서를 몇 년 전 읽었고, 감명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바로 내정자는 2016년 8월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미국에서는 7만 개 이상 공장이 문을 닫았고, 중산층의 평균 가계소득은 하락했으며, 중국에 수조 달러 빚을 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상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이 더 큰 세계시장에 접근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바로 내정자의 지론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나바로 내정자와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에 대한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나바로 내정자는 2016년 8월 트럼프 선거캠프에 정책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트럼프의 통상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나바로 내정자는 중국과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본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긴 바 있다”면서 “사람들은 사기행위에 보호관세를 부과하는 자유무역주의자(레이건, 트럼프)와 중국이 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징벌적 관세가 무역전쟁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규모 부정행위를 중단시키는 구실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바로 내정자가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와 경제성장 촉진은 물론, 일자리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한 통상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산의 제왕’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자신이 창업한 사모펀드인 윌버로스컴퍼니를 운영하는 등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시장 상황에도 해박하다. ‘파산의 제왕(king of bankruptcy)’으로 불리는 로스 내정자를 발탁한 것도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통상정책을 강경하게 펼치리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로스 내정자는 “덤핑 수출에는 반드시 징벌적 관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중국산 철강제품의 덤핑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로스 내정자는 미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한 기업회생 전문가로,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에 밀려 쇠락해가는 철강산업의 일자리 수천 개를 구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로스 내정자는 둔화되는 경제성장률과 국영기업 개혁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중국 지도부의 속사정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중국 경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면서도 전 세계에서 수입품에 가장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서 “이런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무역전쟁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농산물 수출을 가로막는다며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쌀, 밀, 옥수수에 대한 중국의 수입쿼터제도를 깨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농민을 보호하고자 저율관세할당(TRQ)이라는 관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WTO와 약속한 의무수입 쿼터까지는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지만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고율 관세를 매긴다. 중국이 TRQ로 사실상 수입 장벽을 쳐 미국산 농산물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이 2015년 중국에 수출한 쌀, 밀, 옥수수 규모는 3억8100만 달러(약 4599억4000만 원)로 2013년 수출량 23억 달러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USTR는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를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 업체로 분류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간판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다.

    중국도 자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후 15년이라는 시장경제 지위 인정 유예기간이 지났는데도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국가는 덤핑 판정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덤핑률 산정에서도 불리하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을 부과했다.

    양국의 전초전은 앞으로 다가올 치열한 무역전쟁을 감안하면 가벼운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카드는 트럼프 차기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느냐와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하느냐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미국과 교역에서 부당 이득을 본다고 주장해왔다. 환율조작국이란 자국 수출을 늘리고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말한다. 환율조작국 지정 자체는 무역전쟁 수단으로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지만 다른 방안과 맞물릴 경우 고율 관세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온 중국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고, 이를 통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5월과 10월 의회에 보고서를 내는 형식으로 교역 상대국의 환율조작을 판단하고 환율조작국 여부를 적시하는데, 2016년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5월까지 위안화 가치 추이를 보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전략적 결단에 달렸다.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할 경우 3년 안에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4.8% 줄어들고, 중국의 대미 수출물량은 87%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15년 기준 4092억 달러(약 493조9000억 원)이고 중국 총수출에서 점유율은 18%로,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피해를 볼 경우 미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은 2019년까지 미국 GDP가 4.6% 감소하고 일자리 700만 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급격한 고율 관세 부과는 오히려 미국에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전략적 결단은?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당선인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45% 관세 부과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로스 내정자는 “45% 관세 부과는 중국과 협상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은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자 일부 품목에 15%, 6개월 후 30%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이른바 ‘슈퍼 301조’ 발동은 물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를 확대하는 등 보호무역 조항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대한 비관세장벽 등 교역 대상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 가운데 우선협상 대상을 지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장벽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보복을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슈퍼 301조는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도 발동 가능하다. 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은 150일간 모든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무역법 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 발동, 무역법 301조 및 관세법 337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법령 집행 등의 수단도 동원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매년 수백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자국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맞대응할 것이 분명하다. 청다웨이 런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미국에 맞설 몇 가지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중국 상무부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카드로 △미국 국채 매각 △자국에 진출한 애플, 퀄컴 등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독과점 여부 조사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등을 거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2015년 10월 기준 1조1200억 달러(약 1351조728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그럼 트럼프 정부는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재정지출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국가채무는 현재 20조 달러(약 2경4144조 원)에 육박한다. 금리가 1%p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2000억 달러나 늘어난다.

    중국이 또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게 보복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기업의 중국시장 의존율(매출 기준)은 2015년 기준 애플 23%, 퀄컴 57%, 마이크론 43%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투자액은 2조2800억 달러(약 2752조4160억 원)나 된다. 중국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대두 8600만t을 수입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3000만t을 들여올 계획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거나 보류할 경우 아이오와 주 등 미국 농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현재 보잉사에 여객기 292대를 주문한 상황인데, 이를 취소하고 유럽산 에어버스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은 또 미국산 자동차와 아이폰의 판매를 제한할 수도 있다. 아무튼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지역 및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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