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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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민 겨냥 대출규제 폭탄 더욱 멀어진 ‘내 집 마련’ 꿈

오르는 금리에 DSR 신설 등 여신심사 대폭 강화…정부 저금리 대출 대상도 크게 제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12-30 16: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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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 부동산대책’과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집값 하락이 예상되지만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강화되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12월 21일 은행·증권 자산가 12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시장 전망 및 선호도’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 가운데 97%는 2017년 전국 주택가격이 현상 유지 또는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자산가들은 2017년 부동산시장 변화의 원인으로 부동산정책(35%)과 시중금리(33%)를 꼽았다.

    한편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가장 큰 변화는 대출 전 채무자가 변제할 능력이 있는지 심사하는 과정이 신설된 것이다. 예비 채무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제대로 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산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금융공사) 또한 주택담보대출 한도액을 일부 줄이고 대출 제한 요건을 추가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근간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2016년 9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 0.04%p, 10월 0.06%p, 11월 0.1%p 등 3개월간 총 0.2%p 올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대출 최저 금리도 올랐다. 신한은행은 10월 말 연이율 2.9~4.2%에서 12월 중순에는 3.26~4.56%로, KB국민은행은 2.7~4.01%에서 2.96~4.27%로, KEB하나은행은 2.8~4%에서 3.06~3.84%로, 우리은행은 2.85%~4.15%에서 3.01~4.01%로 각각 상승했다. 고정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금리는 같은 기간 3.03~4.31%에서 3.5~4.62%로 올랐다.



    고금리에도 ‘내 집 마련’ 도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선 까닭은 2016년 하반기 기준 13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규제의 핵심은 금융위원회(금융위)가 2016년 11월 24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담겼다. 주요 내용은 2017년 1월 1일부터 모든 주택담보대출에 ‘DSR(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를 적용하고 집단대출(아파트 잔금대출)과 상호금융 주택담보대출에는 ‘맞춤형 여신심사(신용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는 것.



    DSR는 대출받을 사람(차주)의 연간 총소득과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이 얼마인지를 따져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도구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 원인 A씨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A씨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 정보를 받는다. A씨가 은행권 대출 등으로 1년 동안 원금 1500만 원과 이자 500만 원을 갚아야 한다면 A씨의 DSR는 원리금 상환 예정액인 2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나눠 100을 곱한 40%가 된다(Tip 참조). B은행이 여신관리를 위해 DSR 상한선을 80%로 맞춘다고 하면 연소득 5000만 원인 A씨가 1년 안에 갚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B은행에서 추가로 빌릴 수 있는 돈은 소득의 80%인 4000만 원에서 원리금 상환액 2000만 원을 뺀 2000만 원이다.

    DSR는 대표적인 부동산대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는 다르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금과 이자를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전 이미 갚고 있는 대출금이 있다면 DTI의 계산 방법은 조금 달라진다. 새로 받을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에 기존 대출의 연간 이자만 더한 뒤 이를 연소득으로 나눠 DTI를 계산한다. 하지만 DSR는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확인한다. 적용 대상도 DSR가 더 넓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적용됐지만 DSR는 신용대출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DSR는 아직 DTI처럼 ‘상한선’ 규제가 없지만 각 은행에서는 적정 DSR를 70~80%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DSR는 참고지표로 활용하되,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금융권의 활용도를 봐가며 필요한 경우 자율규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집단대출을 통해 별도 심사 없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1월 1일부터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관해서는 현행 주택담보대출 같은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현행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담보로 설정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초과하거나 DTI가 60%를 초과하면 반드시 대출 직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원리금분할상환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2017년부터는 그동안 집단대출을 받을 때 내지 않았던 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증빙자료로 신용 확인이 어려울 경우 신고소득을 활용해 은행이 차주의 소득을 추정한다.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DTI가 60%를 넘으면 원리금분할상환의 부담을 져야 비로소 잔금대출이 가능하다.

    고정·변동금리 할 것 없이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정부 차원의 대출억제책도 나왔으나 대출억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6대 시중은행(신한, 우리, KB국민, IBK기업, KEB하나, NH농협)의 2016년 11월 총 주택담보대출액은 3조1633억 원으로 성수기였던 10월보다 2901억 원 늘었다. 정부는 11·3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 실수요를 줄이고 11·24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가계부채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정작 집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한 것.



    누구를 위한 대출 축소인가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2017년 두 차례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고정금리 상품 가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7년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니 미리 앞당겨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각종 대책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계속되자 다급해진 정부는 12월 8일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사업에도 메스를 들었다. 2016년 들어 시중 대출금리가 오를 조짐이 보이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부의 정책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 2016년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정책성 상품의 비중은 45.7%로 2015년에 비해 5.8%p 늘었다.

    현재 국가 지원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이 있다. 디딤돌대출은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고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 원 이하(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경우 7000만 원 이하), 사려는 주택가격이 7억원이 넘지 않아야 신청 가능하다. 대출금으로는 넓이 85㎡ 이하 집만 살 수 있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 원이지만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연이율 2.1~2.9%로 금리가 싼 편이다. 매월 원리금과 이자를 균등분할상환한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주택가격 상한액이 6억 원으로 조정되고, 일시적이라도 현재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신청이 불가능하다.

    보금자리론은 대출 실행일부터 만기까지 2.5~2.75%의 비교적 저렴한 고정금리 상품이다. 2016년까지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민법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17년부터는 소득 제한이 생겼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주택가격 상한액과 대출한도도 줄어들었다. 주택가격 상한액은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최대 대출한도는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었다. 이들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시중 대출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3.44~3.89%) 적격대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주택담보대출 상품 개편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은 재원이 한정돼 세부 요건을 강화하는 정부의 방안은 큰 방향에서는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출 요건 개편은 5~6개월의 충분한 예고기간을 둬야 한다. 이처럼 급작스럽게 시행하면 보금자리론을 받으려 준비하던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정부 부처가 예고도 없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단행해 서민만 낭패를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관리하는 금융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가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이 같은 실책이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서울 은평구의 김모(34) 씨는 이번 보금자리론 개편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다. 2018년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상대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이 약간 넘어 보금자리론 신청이 어려워진 것. 김씨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를 막고자 주택가격 상한액이나 대출한도를 줄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을 낮춘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수록 상환 능력이 높은 것은 당연한데 무슨 근거로 대출 가능 소득 기준을 낮췄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만 있는 정책 모기지론 소득 규제

    보금자리론을 담당하는 금융위 측은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12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책 모기지 개편 방안’ 브리핑에서 도규상 금융위 정책국장은 “한정된 재원으로 서민, 저소득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자 소득 요건을 도입했다.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면 전체 가구의 70% 정도에 해당해 소득 때문에 보금자리론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외벌이 가구는 금융위 측 말대로 연소득 70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맞벌이 가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2만6000원으로 연소득으로 계산하면 약 6400만 원이다. 맞벌이 부부라면 김씨의 예처럼 소득이 평균을 조금만 초과해도 보금자리론 혜택을 보기 어려워지는 것.

    한국과 비슷한 주택금융제도를 가진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에는 정책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소득 기준이 없다. 이들 국가에서는 부채상환 능력 평가를 엄격히 하는 대신, 다른 요건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해 정책성 상품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신용도(FICO)에 따라 점수를 매겨 신용도가 높을수록 정책 모기지론의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주택가격이나 유형, 대출자의 소득 등에 관한 조건은 없다.

    캐나다의 정책 모기지론 상품인 25/5FRM도 소득이나 대출한도 제한이 없다. 주택가격만 100만 캐나다달러(약 8억5000만 원)로 제한된다. 일본은 FLAT35라는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통상 15~35년 만기상품으로 대출한도는 최대 8000만 엔(약 8억1000만 원)이다. 역시 소득 제한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한국과 비교해 신용도에 대한 규제 수준은 높지만 소득 수준, 주택가격 같은 제약 요건은 다소 느슨한 편이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지원을 펴기보다 채무자의 상환 능력 위주로 질적 관리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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