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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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높아진 주담대 문턱에 실수요자 직격탄

은행 창구 혼란 가중… “저금리 대출 늘리다 대출 사다리 걷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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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9-01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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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초 결혼할 예정이라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고 대출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다. 평생 살 내 집을 마련한다는 심정으로 자금 형편에 맞춰 50년 상환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는데, 느닷없이 상환 기한이 30년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당장 부족한 돈을 어디서 융통할지 비상이다.”(30대 초반 직장인 A 씨)

    “몇 주 전 7월 아파트 매매계약을 할 때는 은행 금리가 3.4%가 채 안 됐는데 지금은 4.2%에 육박한다더라. 정부가 얼마 전까지 ‘디딤돌’이니 ‘버팀목’이니 해서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을 공급하지 않았나. 오르는 집값은 잡지도 못하더니, 이제 대출 사다리를 걷어차 내 집 마련을 막는다.”(온라인 커뮤니티 게시 글)

    “집값은 못 잡고 ‘내 집 마련’ 막나”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상담 창구.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상담 창구. [뉴시스]

    최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상환 기간을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당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7, 8월에 집을 사거나 전세계약 후 잔금 대출에 나선 이들이다. 정부가 발표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은 이미 염두에 뒀지만, 각 은행이 잇달아 발표한 사실상의 대출 축소 방침으로 자금 동원 계획이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7~8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22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올해 들어 급증한 가계대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2조5285억 원(8월 22일 기준)에 달한다. 전달 대비 6조7902억 원 늘어난 규모다.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3조3289억 원 급증했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주담대 수요 증가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5조8956억 원으로, 올해 들어 7월까지만 추산해도 29조8579억 원이 증가했다. 특히 7월 주담대 증가 규모(7조5975억 원)는 월별 대출 잔액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은행들은 수도권 주담대 기한 축소, 거치 기간 폐지, 주택 한도 축소 등 추가 조치에 나서고 있다.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에 각종 제약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집 사라’ 시그널 준 셈”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좁아진 대출 창구에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토로한다. 자라나는 자녀를 보며 최근 전세 생활을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은 40대 초반 직장인 B 씨는 “부동산정책과 금융정책 기조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주택 매입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느냐”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함부로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금리 폭탄을 맞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정부의 관치(官治) 금융 드라이브에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까진 소비자와 ‘상생’하라며 금리인하를 압박하더니 이제는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그래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니까 이번에는 ‘이런 걸 의도한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역정을 내니 갈피를 못 잡겠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출 규모가 과도한 은행들에 대해선 내년 DSR을 낮추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시장에선 “지금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준 것은 정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점차 오르는 집값에 실수요자의 매입 심리가 자극을 받았다. 상반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10만 건을 돌파해 부동산시장이 저점을 기록한 2022년 하반기보다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5~7월 연속 상승했다. 최근 아파트 착공 물량 감소로 조만간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몫했다. 정부는 “집값이 추세적 상승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지엽적·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 등락”(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7월 11일 기자간담회 발언)이라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8·8 부동산 공급 대책이 나오긴 했어도 당장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6월 25일 당초 7월로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등 대출 규제 강화 시점을 9월로 연기한 바 있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선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도 각종 저금리 정책 대출을 유지했다”며 “집값은 오르고 대출 길은 열려 있으니 수요자로선 당연히 매입 행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주택 공급은 충분하니까 패닉 바잉을 하지 마라’는 신호 대신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준 셈”이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분석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함부로 개입했다가 결과적으로 집값을 어마어마하게 올려놨다. 이런 부동산 실정(失政)에 따른 불만 속에서 집권해서인지 윤석열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간접적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고 나선 방법이 대출을 옥죄는 것이다. 정책 대출로 집값을 부양하고 실효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갑자기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시장 참여자로선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부동산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수요자들은 불안감에 일단 집부터 사야겠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집값 상승 ‘풍선 효과’ 우려도

    문제는 정부가 차주(借主)들의 원성을 감수하고 대출 길을 좁히더라도 집값 안정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 강화만으로는 주택 가격이 더 상승하기 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면 비교적 집값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은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매입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의 경우 아직 공식 부동산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최근 거래 증가가 감지된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 길이 좁아졌다고 주택 매입을 포기하기보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 등 차선책을 찾아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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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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