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현장. 박해윤 기자
3월 25일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고당리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정모 씨가 인근 부동산시장 열기에 대해 한 말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월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총 415만㎡(약 126만 평)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120조 원이 투입되는 이 클러스터에는 반도체 팹(생산 공장) 4곳과 50여 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협력 단지가 들어선다. 2월 21일 1기 팹이 착공했는데, 건설 기간은 약 2년, 투입 연인원은 300만 명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기 팹 공사 한창
3월 25일 낮 12시 기자가 1기 팹 공사 현장을 찾았을 때 대형 크레인 30여 기 아래로 흙먼지를 뒤집어쓴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레미콘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상수도 작업을 한다는 40대 노동자 김모 씨는 “일이 많아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주말도 없이 매일 일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공사장 변두리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는 식당에는 ‘무재해’라고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100여 개 좌석 중 절반가량을 채우고 있었다. 식당 앞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던 50대 노동자 이모 씨는 “오전 11시에 오면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점심을 먹으려는 노동자들이 몰린다”며 “지금은 대부분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 식당이 조금 한산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초 입주했다는 인근 편의점 사장 김모 씨는 “아직 공사가 본격화되지 않았는지 손님이 기대만큼 많지는 않지만 월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4월 말 토목 공사가 끝나면 노동자가 더 많아진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삼면 일대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주민들이 ‘시내’라고 부르는 원삼면 행정복지센터 주변 전봇대와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 곳곳에는 “SK원삼 가까운 아파트 전월세 수요 폭증” “SK하이닉스와 18분 거리 마지막 3억 원대 아파트” 같은 문구가 적힌 홍보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원삼면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부동산공인중개사 정 씨는 “시내에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 땅값은 6년 전 3.3㎡당 200만~300만 원에서 현재 2000만 원으로, 상업지역 땅값은 5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랐다”며 “인력이 많이 필요치 않은 토목 공사가 끝나고 전기 공사가 시작되면 훨씬 많은 노동자가 들어와 상가·원룸 임대료와 토지 가격이 모두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나도 시내에 땅을 좀 가지고 있어 앞으로 먹고사는 데 문제없을 만큼 벌었다”며 웃었다. 정 씨와 대화를 나누는 15분 동안 그의 휴대전화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 이주택지를 사려는 투자자의 문의 전화로 4번이나 울렸다.
인근 주민 “지역개발 기대돼”
인근 주민들은 공사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면서도 지역발전 기대감을 나타냈다. 2000년대 초 용인시 처인구청장과 원삼면장을 지냈고 은퇴 후 행정사무소를 운영 중이라는 박모 씨는 “공사 현장에서 2.5㎞가량 떨어진 용담저수지 근처에 사는데도 아침 6시쯤 집을 나서면 공사장에서 덜그럭대는 소리가 들리고, 생전 차가 막히질 않던 원삼면 시내도 점심식사 때가 되면 차량이 정체돼 불편하다”면서도 “팹을 짓는 부지는 과거 100% 임야였을 정도로 처인구에서도 원삼면이 가장 낙후된 동네였는데, 공장이 완공되면 주택이나 상가가 들어오고 지역이 발전할 거라서 좋다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현재 원삼면 인구가 8000명 정도인데 이상일 용인시장이 개인적 만남에서 ‘2035~2040년 원삼면 인구가 1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애기했다”며 “이를 위해 택지개발도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1기 팹 건설 과정에서만 4500억 원 규모의 지역 자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기본 공사에 필요한 레미콘 자재를 용인 지역 11개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상일 시장은 “첫 번째 팹 공사를 시작으로 남은 3기의 팹 공사 과정에서도 용인의 자원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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