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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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리는’ 유럽 증시, 올 들어 美 수익률 앞서

방위비 등 재정 확대… 독일 DAX30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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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04-0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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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유럽 증시 수익률이 미국 증시 수익률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 중인 고강도 관세 부과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를 낳으며 주식시장 하락을 부르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은 방위비를 비롯한 재정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정보 포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 유럽 증시를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11.33%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또 독일 DAX 지수는 15.4%, 프랑스 CAC40 지수는 9.67%, 영국 FTSE100 지수는 4.89%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S&P500은 0.02% 빠졌다. 또 기술주 중심인 미국 나스닥 지수도 0.05% 하락했다.

    유럽 증시 +11.33%, 미국 증시 -0.02%

    유럽 증시가 올해 이렇게 반등한 데는 과감한 재정 확대 정책이 바탕이 되고 있다. EU는 최근 국방비 확대를 이유로 최대 8000억 유로(약 1264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EU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하겠다며 ‘국가별 예외 조항’도 언급했다.

    특히 2023~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천문학적 규모의 인프라·국방 특별예산을 추진하며 주가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3월 18일(현지 시간) △인프라 투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5000억 유로(약 79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GDP의 1%를 초과하는 국방비는 부채 한도 규정에 예외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5000억 유로 특별기금은 최장 12년 동안 병원, 학교, 도로, 에너지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 연방정부의 지난 한 해 예산 4657억 유로(약 736조 원)를 웃도는 규모다. 국방비는 국채 발행을 통한 무제한 차입이 허용된다. 지난해 독일 국방비는 정규예산 520억 유로(약 82조 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특별예산 198억 유로(약 31조 원)를 합쳐 총 718억 유로(약 113조 원)였다. 하지만 EU의 ‘재무장 계획’에 따라 GDP 대비 3.5%까지 늘릴 경우 1500억 유로(약 237조 원)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법안이 발효되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하는 허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증권가에서도 미국보다 유럽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독일의 재정 완화 계획에 힘입어 2025년 유로존 성장률을 직전 예상보다 0.1%p 높인 0.8%로 예상했다. 3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투자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맥스 케트너 HSBC 수석 전략가도 “미국보다 유럽시장을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투자 환경 변화는 국내 투자자의 투자 움직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24일 기준 유럽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해 265억7700만 달러(약 39조 원)에서 270억7만 달러(약 40조 원)로 증가했다. EU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프랑스는 2억733만 달러(약 3040억 원)에서 2억1903만 달러(약 3213억 원), 영국은 1억9207만 달러(약 2817억 원)에서 1억9503만 달러(약 2860억 원), 독일은 1억6477만 달러(약 2416억 원)에서 1억6957만 달러(약 2487억 원)로 상승했다.

    독일 기업 담은 ‘KIWOOM 독일DAX’ 고수익

    투자 열기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올해 유럽 증시에 투자한 국내 상장 ETF(상장지수펀드)는 고루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표 참조). 1월 2일부터 3월 26일까지 유로 지역 기업들의 배당주에 분산투자하는 ‘TIGER 유로스탁스배당30’이 24.63%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유로존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유로스탁스50레버리지(합성 H)’ 23.42%,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 12.75%, ‘RISE 유로스탁스50(H)’ 12.47%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KIWOOM 독일DAX’는 독일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18.40% 수익률을 기록해 눈에 띄는데, 3월 18일(현지 시간) 5000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국방 특별기금을 수립하기 위한 헌법 개정 협상이 타결되자 독일 주요 기업을 추종하는 DAX30 지수가 2만3476.01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크다.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는 방산·금융 업종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는데, ‘KIWOOM 독일DAX’에는 올해 가장 많이 오른 방산주 라인메탈, 역시 가장 많이 오른 금융주 코메르츠방크 등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도 유럽 증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이 발표된 후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감과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독일이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혀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유럽 증시가 오르고 있지만 ‘경쟁력 약화’라는 기본 요인이 작동하고 있어 이번 상승을 반등 정도로 본다”면서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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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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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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