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TOP100 차트 1위를 차지한 올해 첫 남자 그룹의 곡은 ‘Pump Up The Volume’이다. 지난해 데뷔한 5인조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PLAVE)의 신곡이다. 무대에 오르는 것은 순정만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체의 캐릭터들로, 배후에서는 ‘실제 인간(본체)’이 실제로 노래하고 춤춘다. 모션캡처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별스럽기만 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들은 3월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달성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신곡이 팝적인 록 사운드를 K팝적 ‘청량미’의 맥락으로 잘 소화해낸 점도 인상적이다. K팝이 아닌 웹툰 팬들의 유입이 많다는 분석도 있는데, K팝과 그 외부의 취향을 연결지어 독특하게 눈에 띌 만한 곡임에는 분명하다.
현실의 인간이 아닌 가상 아이돌의 팬이 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많은 이가 미형의 외모를 꼽는다. 취향에 따른 차이는 있겠으나, 살아 있는 인간을 이상화하는 것보다 이상을 그림으로 구현하는 게 더 완벽성에 가까울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나이가 들고 때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인간의 ‘인적 리스크’가 덜하다. 좋아하는 아이돌 때문에 상처받고 싶지 않은 심리는 많은 팬이 익히 공유하는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주체에 의해 가상 아이돌이 시도되곤 했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플레이브는 본격적인 가상 아이돌로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줬기에 팬들이 반응했다고 할 여지도 있겠다.
높은 완성도에도 사실 플레이브의 영상은 어딘가 밋밋한 데가 없지 않다. 이들의 움직임은 매우 유연하고, 기존에 이뤄졌던 다른 시도들에 비해 눈에 띄게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실사에 비해서는 ‘생략’되는 작은 디테일들의 점층이 있다. 얼굴보다는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옷 표면이나, 소근육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팔뚝 같은 것들이다. 현실을 ‘샘플링’하는 밀도가 기술 발전과 더불어 심화되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플레이브에게 단점이라고 말할 일만은 아니다. 3D보다는 납작한 2D 지향의 그림체도 마찬가지다. 가상 캐릭터로서 인지를 더 선명히 함으로써 이것이 ‘안전한 환상’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에서, 자체 제작 라이브 방송을 보면 이들의 움직임은 한결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작사, 작곡 등을 직접 하고 곡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방송을 통해 플레이브는 좀 더 ‘인간적’인 존재로 스며든다.
현실과 가상, K팝과 웹툰 팬덤, 가수와 캐릭터 등 여러 경계선에 걸친 플레이브는 좋은 균형을 찾아낸 것 같다. 특히 가상 아이돌이 갖는 환상성과 인간성을 각각 어디에서 얼마만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현실의 인간이 해낼 수 없는 어떤 것들을 가상 아이돌이 수행할지, 기대하며 지켜볼 만하겠다.
현실의 인간이 아닌 가상 아이돌의 팬이 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많은 이가 미형의 외모를 꼽는다. 취향에 따른 차이는 있겠으나, 살아 있는 인간을 이상화하는 것보다 이상을 그림으로 구현하는 게 더 완벽성에 가까울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나이가 들고 때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인간의 ‘인적 리스크’가 덜하다. 좋아하는 아이돌 때문에 상처받고 싶지 않은 심리는 많은 팬이 익히 공유하는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주체에 의해 가상 아이돌이 시도되곤 했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플레이브는 본격적인 가상 아이돌로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줬기에 팬들이 반응했다고 할 여지도 있겠다.
5인조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신곡 ‘Pump Up The Volume’을 발표했다. [플레이브 공식 X(옛 트위터) 제공]
[플레이브 공식 X(옛 트위터) 제공]
실력 있는 본체들의 완성도 높은 하모니
보안사항으로 엄격히 유지되고는 있지만, 팬들의 추정으로 거론되는 ‘본체’는 아이돌 산업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일정 수준 검증된 실력과 더불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멤버들이다. 엔터 기업보다 테크 기업에 가까운 블래스트가 아이돌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신인’임에도 능숙한 설득력을 보여주는 것도 어쩌면 이들의 인적 구성에서 비롯됐다고 할 만하다.
높은 완성도에도 사실 플레이브의 영상은 어딘가 밋밋한 데가 없지 않다. 이들의 움직임은 매우 유연하고, 기존에 이뤄졌던 다른 시도들에 비해 눈에 띄게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실사에 비해서는 ‘생략’되는 작은 디테일들의 점층이 있다. 얼굴보다는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옷 표면이나, 소근육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팔뚝 같은 것들이다. 현실을 ‘샘플링’하는 밀도가 기술 발전과 더불어 심화되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플레이브에게 단점이라고 말할 일만은 아니다. 3D보다는 납작한 2D 지향의 그림체도 마찬가지다. 가상 캐릭터로서 인지를 더 선명히 함으로써 이것이 ‘안전한 환상’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에서, 자체 제작 라이브 방송을 보면 이들의 움직임은 한결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작사, 작곡 등을 직접 하고 곡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방송을 통해 플레이브는 좀 더 ‘인간적’인 존재로 스며든다.
현실과 가상, K팝과 웹툰 팬덤, 가수와 캐릭터 등 여러 경계선에 걸친 플레이브는 좋은 균형을 찾아낸 것 같다. 특히 가상 아이돌이 갖는 환상성과 인간성을 각각 어디에서 얼마만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현실의 인간이 해낼 수 없는 어떤 것들을 가상 아이돌이 수행할지, 기대하며 지켜볼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