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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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욕망에 못 미친 엔비디아

2분기 122% 매출 증가 ‘어닝서프’ 실적에도 시간외거래서 주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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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4-08-29 16: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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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이 성장률 하락에 크게 실망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8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 증시 마감 후 회계연도 기준 2025년 2분기(올해 5~7월)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어난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분기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300억 달러(약 40조 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전경.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300억 달러(약 40조 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전경.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2분기 자체 매출 예상치인 280억 달러(약 37조3520억 원)는 물론, 시장 예상치인 287억 달러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3개 분기 연속 200%대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에 시장은 실망했다.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출하 시점이 공식적으로 연기된 점도 실망감을 키웠다. 이에 엔비디아 성장이 둔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며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8% 이상 급락했다(그래프1 참조).

    데이터센터 매출 263억 달러

    엔비디아의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263억 달러(약 35조 원)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 252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로,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고급 그래픽 디자이너용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한 4억5400만 달러(약 6050억9000만 원)를 기록했다. 자동차 및 로봇 분야 매출은 시장 예상치 3억447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소폭 하회한 3억4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순수익은 166억 달러(약 22조 원)로 전년 동기 61억8000만 달러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주당순이익(EPS) 또한 0.68달러로 역시 시장 예상치 0.64달러보다 높았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미국 월가에서 내부적으로 기대하고 있던 수익인 ‘위스퍼 넘버’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퍼 넘버는 증권사가 기관이나 큰손 등 투자 규모가 큰 투자자에게만 알려주는 증권사 내부 실적 전망치다. 이 위스퍼 넘버는 공식적인 시장 전망치보다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엔비디아 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2년 만에 하락 전환한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AI 범용 가속기 GPU(그래픽처리장치) 마진이 75.5%로 2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며 “마진 하락은 차세대 AI 반도체 칩인 블랙웰의 낮은 수율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그래프2 참조).

    양산 4분기로 연기

    실제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며 블랙웰 생산을 기존 3분기에서 4분기로 연기한다고 알렸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의 생산 수율을 개선하고자 마스크를 변경했다”며 “블랙웰 생산은 4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회계연도 2026년(내년 2월~2026년 1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에서 마스크는 회로 설계의 템플릿(프레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콘퍼런스 콜에서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으며 기존 AI 칩 호퍼 수요는 여전히 강세”라고 말했다. 앞서 젠슨 황은 5월 22일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블랙웰이 2분기에 출시돼 3분기에 생산량이 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24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24%까지 폭등해 정점을 찍은 다음 계속해서 감소했다. 특히 2024년 회계연도 기준 4분기와 2025년 회계연도 기준 1분기(올해 2~4월) 매출 상승률은 각각 265%, 262%로 거의 비슷했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4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 16.4% 폭등한 반면 1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에는 9.3% 상승에 그쳤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빅어닝서프라이즈를 계속 보여 투자자들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매출 성장률이 지난 분기에 못 미치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긍정적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7% 급락했으나 이는 잠깐 지나야 할 과속방지턱”이라며 “AI 확장 사이클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번 급락을 투자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분기 성장률 10% 정도

    반도체 전문가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엔비디아 실적을 살펴보면 나쁠 게 없다”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8월 5일 폭락 이후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급하게 상승해 이번 조정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주가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대표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8~10월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0%가량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8~10월) 매출이 325억 달러(약 43조3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그래프3 참조). 이는 시장 평균 예상치인 317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최대 예상치인 379억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 대표는 “3분기 매출 예상치가 시장 평균치는 충족했으나 ‘가장 긍정적인 예상치’에는 크게 못 미쳐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가 역부족”이라며 “향후 시장은 블랙웰이 실제로 4분기 양산될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만약 블랙웰이 엔비디아 계획처럼 4분기에 양산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나오면 엔비디아 주가는 다시 한 번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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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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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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