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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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실적 이후… 남은 시나리오는 ‘美 0.25%포인트 금리인하+경기 연착륙’

美 파월, 日 우에다가 걷어낸 불확실성… 코스피 하방 완충 기대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4-09-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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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말~8월 초 전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 불안 요인은 어느 한 가지가 아니었다. 미국 경기침체 불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늑장 대응 가능성, 엔화 강세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 캐리) 청산,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 등 여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악순환 고리)를 형성했던 것이다. 다만, 이후 8월 22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사흘간 열린 ‘잭슨홀 미팅’(경제정책 심포지엄)이 이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잭슨홀 미팅에서 얻은 수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정책 조정 시기가 다가왔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9월 금리인하를 공식화했다. 사실 9월 금리인하는 잭슨홀 미팅 직전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2~3개월 전부터 기정사실화해온 부분이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9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 ‘잭슨홀 미팅’ 주인공이었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올해 ‘잭슨홀 미팅’ 주인공이었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9월 50bp 인하는 오히려 증시에 부정적 우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왜곡됐던 수요 급증 현상 개선, 긴축 정책에 따른 총수요 완화, 실물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물가 목표치에 지속성 있게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는 한편, 연준이 이전 긴축기에 그토록 주력했던 물가 안정에서 완전 고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고려되고 있던 사항이다. 7~8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둔화가 계속 확인되면서 인플레이션 수치를 주식, 채권, 환율에 반영하려는 분위기가 사그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시장은 금리인하 여부, 인플레이션 통제 성공 여부보다 금리인하 성격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고,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도 관련 문제가 더 중요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을 유발한 요인 중 하나로 ‘연준의 금리인하는 증시 악재’라는 인식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예방적(선제적) 인하 시기인 1995년과 1999년을 제외하면 연준의 금리인하는 대부분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사후적 인하였고, 당시 주식시장은 급락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경로가 비슷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특히 미국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가 잇따라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질 것→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번 금리인하도 침체 대응성이니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논리 구조가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실업률 상승은 과거 침체처럼 고용 급감이 아닌, 고용시장 공급 증가 영향이 컸다고 진단한 후 고용시장의 추가 냉각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제지표에 따라 인하 시기와 폭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25bp(1bp=0.01%p) 인하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고, ‘점진적 인하’ 대신 ‘체계적 인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9월 17~18일 열릴 FOMC 정례회의에서 “50bp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증시에 주입시키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상 9월 25bp 인하 확률 76% vs 50bp 인하 확률 24%, 그래프 1·2 참조).

    다만 지금처럼 침체 내러티브가 약해지고 있는 시점에 50bp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연준의 정책 대응 지연을 인정하는 격이 돼 증시에 부정적 충격을 줄 수 있다. 9월 초 발표되는 ISM 제조업 PMI와 고용지표가 쇼크가 아닌 이상, 현 시점에서는 ‘미국 경기 소프트랜딩(연착륙)+연준의 25bp 예방적 인하’라는 조합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

    잭슨홀 미팅, 코스피 소외 현상 일정 부분 해소 동인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 주인공이기는 했지만 엔 캐리 청산 이슈와 직결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발언도 중립 이상의 결과였다. 우에다 총재는 “통화정책 조정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향후 시장 움직임이 커질 때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의 깊게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8월 이후 투기적 베팅 자금이 엔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후 엔화 강세 및 엔 캐리 청산은 주식시장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잭슨홀 미팅을 통해 8월에 시장 불확실성의 핵심 변수였던 연준의 정책 실기론, 미국 침체 가능성, 엔화의 추가적인 초강세에 따른 대규모 엔 캐리 청산 사태 재발 가능성 등 매크로상 부담을 덜어냈다고 판단된다. 이는 코스피 소외 현상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동인을 제공할 것이다.

    국내 증시는 외생 변수 민감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을 지닌 시장이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넘쳐나던 8월 초 폭락 이후 반등장에서도 세계 각국 증시 대비 반등 탄력이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지난 2주 동안 일평균 8조9000억 원대에 불과했으며(올해 일평균 거래대금 11조1000억 원)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금융 등 주력 업종 간에도 순환매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소외 현상은 이번뿐 아니라, 올해 들어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은 장세에서 자주 출몰했는데 이번 잭슨홀 미팅 이후 매크로 부담이 완화됐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 다행스러운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 시장은 엔비디아 실적 쇼크라는 또 다른 과제를 풀어나가야 하지만, AI(인공지능) 및 반도체 업황의 업사이클 추세는 유효하다.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잭슨홀 미팅 이후 확보한 증시 하방 경직성이 완충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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