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5월 13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스프링 업데이트’ 행사에서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GPT-4o’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GPT-4터보를 공개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오픈 AI는 2022년 11월 프로토타입의 챗GPT를 선보인 이후 지난해 3월 GPT-4를 출시하며 ‘AI 시대’를 연 바 있다. 이번에 공개한 GPT-4o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면서 사용자와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 상무. [홍태식]
‘AI 시대’를 어떻게 정의할지부터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챗GPT가 등장하고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AI 시대가 시작됐다. 현재 AI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잠재력이 폭발하는 시기이면서 AI 기술의 위험에 대한 자각도 필요한 시기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시대를 이끄는 AI 트렌드를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AI 리터러시 키워야
AI를 해석하는 힘이란 무엇을 뜻하나.“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누군가의 해석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기술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해석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AI 리터러시(문해력)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AI 기술이 특이점을 넘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생성형 AI 등장으로 AI 기술이 특이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현재 충분한 상태로, 산업이나 일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생성형 AI가 전통 AI와 가장 크게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전통 AI는 분류하고 예측하는 기술인 반면, 생성형 AI는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콘텐츠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통해 학습된 데이터셋으로, 이를 모방해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을 새롭게 복제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AI 검색엔진이 출시되면 검색엔진 1위 구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챗GPT 등장 전에는 유튜브가 구글의 막강한 경쟁자였다. 하지만 구글 검색은 여전히 건재하지 않나. 물론 챗GPT는 어떤 질문이든 설령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하나의 답을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구글은 수천, 수만 개 답변 가운데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야 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가 구글 검색엔진을 대체한다기보다 서로 진화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글도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챗GPT를 기점으로 AI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는데.
“현재 생성형 AI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고 사업에 적합한 형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챗GPT는 1750억 개 파라미터로 구성된 큰 모델 사이즈로 대규모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인프라에 해당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생산자와 클라우드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다만 GPU 품귀 현상으로 산업 측면에서는 큰 허들이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는 온디바이스 AI처럼 가성비가 좋은 경량화 모델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상황이다. AI 시장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反엔비디아 연합의 다양한 시도
AI분야에서 더딘 행보를 보이던 애플이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반격에 나서리라고 보나.“애플은 기술보다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회사다. 애플은 디바이스, 콘텐츠, 스토어 이 세 가지가 완벽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신제품 출시를 하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 딱 맞는 AI 기술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이 챗GPT 경량화 모델을 차기 아이폰에 탑재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엔비디아 독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현재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AMD가 선전 중이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인텔 협업과 네이버-삼성 협업도 관심 있게 볼만하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같은 국내 스타트업의 성과도 기대된다. 또한 국내 클라우드업체들도 다양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 특히 금융업계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금융업계 또한 다양한 영역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고객관리, 업무운영,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활용된 사례를 글로벌 리포트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챗봇 등을 통해 고객 응답률을 높이고 고객 문의 처리 시간을 단축했다. 보이스피싱 같은 다양한 금융사기를 줄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생성형 AI 붐이 시작되기 전인 2022년 KB국민은행은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8600여 개 계좌, 630억 원의 보이스피싱 관련 자산을 지켰다. 또한 생성형 AI 시대가 되면서 고객들에게 좀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금융업계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생성형 AI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거짓 정보를 만들 수 있어 금융업계는 아직 대고객 서비스에는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금융업계는 100가지 가운데 하나만 실수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고객 AI 서비스는 많은 검증을 거쳐야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AI 패권 경쟁 심화
AI는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패권 경쟁이 되고 있다.“미국과 중국이 앞서 나가는 가운데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등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에는 오픈AI 경쟁사인 미스트랄(Mistral) AI가 있다. UAE는 G42, TII 등 AI 기업을 보유 중이며, 최근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일본은 원래 경쟁력이 약했으나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에 370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면서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인도도 최근 자체 개발한 LLM을 발표했고, 기본적으로 IT와 과학기술이 뛰어나 시장 잠재력도 크다. 현재 주목해야 할 국가가 셀 수 없이 늘어나고 있어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AI 자체가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R&D(연구개발)와 투자에서 크게 밀리면서 AI 주권을 위협받는 처지인데.
“2022년까지 AI는 한미중의 경쟁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대규모 생성형 AI 투자가 활발해진 반면, 한국 정부의 투자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 한국은 사우디나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 애쓰고 있다. 이처럼 수요가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연합을 만들어 시장을 키우고, 그 시장에서 리더가 돼야 한다. 소버린 AI(Sovereign AI: 국가의 데이터 주권과 규제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개발된 AI 기술) 확보를 원하는 사우디, 아시아 등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연대를 맺고 한국이 리더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로드맵을 가지고 진행하려면 국내 AI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해외 진출 지원 등 훨씬 강력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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