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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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당뇨 발병 가능성은 37%” 유전체분석 기업 ‘23andMe’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DNA 키트 판매서 신약 개발로 점프… 주식 저가 매수 기회?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입력2021-12-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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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앤드미가 제공하는 가계 및 혈통 정보 서비스. [23앤드미 홈페이지]

    23앤드미가 제공하는 가계 및 혈통 정보 서비스. [23앤드미 홈페이지]

    자산관리 스타트업 뱅크샐러드가 최근 시작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인기다. 매일 선착순 500명에게 개인의 유전 형질을 파악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연일 대기 인원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정부 규제 완화로 유전자 분석 허용 항목이 확대된 이후 한국 유전체분석 기업들이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유전자 검사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등장한 서비스로 보인다. 뱅크샐러드는 한국 최대 유전체분석 업체 마크로젠과 제휴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판매) 형태의 유전자 검사 사업은 미국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23앤드미(23andMe), 앤세스트리(Ancestry), 패밀리트리디엔에이(FamilyTree DNA) 등 여러 기업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서비스 진행 절차와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고객이 DNA 검사 키트를 배송 받아 침이나 입속 세포를 채취해 업체로 보내면 몇 주 후 가계, 혈통 정보 및 유전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 정보 등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23앤드미다. 2006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현재까지 DNA 검사 키트를 1100만 개 이상 판매했고, 1190만 고객의 DNA 데이터를 쌓아올렸다.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3억550만 달러(약 3635억 원)다. 올해 6월 영국 버진그룹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VG 애퀴지션과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됐다.

    뇌종양 치료제 임상시험 중

    23앤드미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당뇨를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알려준다. [23앤드미 홈페이지]

    23앤드미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당뇨를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알려준다. [23앤드미 홈페이지]

    23앤드미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의 알파걸’ 앤 워치츠키다. 폴란드 출신으로 스탠퍼드대 물리학과장을 지낸 아버지 스탠리 워치츠키와 작가이자 교육가인 어머니 에스터 워치츠키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예일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했다. 두 언니 수전과 재닛은 각각 유튜브 CEO,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소아과 교수이자 인류학자다. 앤 워치츠키는 10년간 보건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질병 예방보다 수익 창출에 힘쓰는 의료산업계의 현실에 좌절하고 창업가 길로 방향을 틀었다.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취지로 23앤드미를 시작한 이듬해 오랜 남자친구 세르게이 브린과 결혼해 두 자녀를 뒀다. 부부는 2015년 이혼했지만, 현재도 브린-워치츠키 재단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23앤드미 매출의 81%는 유전자 검사 키트 판매에서 나온다. 고객은 가계, 혈통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99달러)와 이에 더해 유전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 등 건강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199달러) 가운데 택일할 수 있다. 습진은 물론 당뇨, 유방암 등 23앤드미가 다루는 질병 범위가 경쟁사 대비 넓고, 시료 접수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3~5주로 경쟁사 대비 짧다고 한다.



    나머지 매출원은 23앤드미가 다른 유전체분석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연구에 사용해도 좋다”고 동의한 방대한 양의 DNA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다. 6년 전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목표로 한 전담 부서(Therapeutics Division)를 만들었고, 2018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공동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4년 기한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GSK로부터 3억 달러(약 3570억3000만 원) 지분 투자도 유치했다. GSK는 23앤드미의 익명화된 DNA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대가를 지불하는데, 이것이 23앤드미의 나머지 매출원이다. 올해 7월에는 이 두 회사가 공동개발 중인 뇌종양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2022년 말까지는 첫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3앤드미는 자체적으로도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종양학, 면역학, 신경학, 심혈관 및 대사 질환 등과 관련해 30개 가까운 후보물질을 검증하는 단계다. 내년 3월에는 첫 번째 자체 개발 약물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23앤드미 측은 “유전자 데이터로 검증된 치료법은 전통 치료법 대비 치료에 성공할 가능성이 최소 2배 이상 높다”고 말한다.

    23앤드미는 최근 원격진료 및 온라인 약국 서비스 스타트업 레모네이드 헬스(Lemonaid Health)를 4억 달러(약 4761억2000만 원)에 인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한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자, 좀 더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우선 23앤드미는 자사가 보유한 고객 유전자 정보를 레모네이드 헬스의 원격의료 서비스와 결합하고, 레모네이드 헬스 의사로 하여금 환자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참고해 좀 더 적절한 약물을 처방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스팩 상장 후 주가 바닥

    23앤드미의 DNA 검사 키트. [23앤드미 홈페이지]

    23앤드미의 DNA 검사 키트. [23앤드미 홈페이지]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많은 기업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에 나섰다. 이러한 회사는 대부분 진폭이 큰 변동성을 겪으며 주가가 하락했다. 23앤드미도 그중 하나다. 6월 11달러대에서 출발한 주가는 13달러대까지 상승했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거듭 하락해 7달러대로 내려앉았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하는 데 그치며 1650만 달러(약 196억 원) 손실을 낸 것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실적 부진 요인은 두 가지다. DNA 검사 키트 판매가 둔화된 한편,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지출이 증가했다. 비록 험하고 먼 길이지만, 23앤드미가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로부터 얻는 가치는 수십억 달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이 23앤드미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투자자도 있다.

    한편 DNA 검사 및 분석 사업은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부른다. 한 발 더 나아가 DNA 데이터를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23앤드미를 다룬 기사에서 “엄청난 부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적의 치료법을 위해 대중의 DNA가 채굴되는 ‘가타카’ 같은 미래가 상상된다”고 썼다. ‘가타카’는 1997년 개봉한 SF영화로, 유전자 조작 여부를 통해 인간의 우열을 가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다. 일반인이 손쉽고 저렴하게 자신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해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23앤드미가 신약 후보물질 개발 사업에서도 ‘따뜻한 기술’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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