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이 일자 3월 29일 대변인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뉴스1]
임대 안 되고, 임대하지 않은 공간까지 수입으로 계산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로 해당 건물에는 상가 4개만 입주가 가능하고, 공실로 처리한 6개 상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물 전체에서 상가 4개와 주택 부분을 빼면 지하층(10평·약 33㎡)과 옥탑층(4평·약 13㎡)만 남아 상가 6개를 추가로 분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이 공개한 ‘건물개황도’에는 해당 건물에는 지하에 창고 3개, 옥탑층에 사무실 1개와 창고 2개가 표기돼 있다. 이 건물개황도는 국민은행의 의뢰를 받은 외부 감정평가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해당 감정평가기관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실제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바를 토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지하층과 옥탑층을 합쳐 약 43㎡(14평)에 불과하지만, 창고 5개와 사무실 1개로 공간이 구획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공간은 현재도 공실로 남아 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로 곧 헐릴 예정이라 임차해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가 이뤄질 것을 가정해 공실에 대해서도 임대료를 책정해 대출에 반영했지만, 감정평가기관이나 은행 모두 향후 임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셈이다.
김 전 대변인의 대출과 관련해 또 하나 의문점은 공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1층과 2층의 4개 상가 월 임대료가 275만 원인데, 그보다 면적이 훨씬 좁은 지하층과 옥탑층의 월 임대료가 불과 25만 원 적은 250만 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 또한 보도자료에서 “지하층과 옥탑층에서 연간 3100만 원의 임대 소득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상가건물에서는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 2층 임대료는 1층의 절반이고, 지하층과 옥탑층 임대료는 2층 임대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의겸 상가’ 인근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변 상가 시세를 고려할 때 임대료가 과하게 책정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인근 주택의 임대료가 옥탑층은 월 40만 원, 33㎡ 남짓한 1, 2층 주택은 50만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실’에 관대한 RTI
3월 28일 오후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매입한 흑석동 상가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김 전 대변인이 특혜대출을 받은 것인가에 대한 부동산 및 은행권 관계자의 의견은 분분하다. 30년간 시중에서 여신업무 등을 담당하다 퇴직한 H씨는 “곧 재개발로 헐릴 예정이라 새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데도 은행이 공실에 대해 추정 임대료 수입을 적극 인정해줬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 상가 부동산 전문가는 “은행은 실적을 내려고 상가 담보 대출을 어떻게든 많이 해주려는 경향이 있다”며 “공실에 대해서도 임대료 수입을 넉넉하게 인정해준 것은 특혜라기보다 관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계기로 RTI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RTI 제도에서는 외부 감정평가기관이 사정한 임대료 추정 금액만 있으면 그것을 근거로 공실에 대해서도 임대료 수입을 인정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실이 해소돼 실제로 임대료 수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대출 이후 실제 임대가 이뤄져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행 RTI 제도 아래서는 공실 현황이나 실제 임대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은행과 대출자의 의도대로 RTI가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